경산에서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제47회 경북도민체전이 나흘간의 열전을 모두 마치고 15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도민체전에는 도내 23개 시·군 1만433명의 선수와 임원들이 참가, 23개 경기종목(시부 23개·군부 15개)에서 향토의 명예를 걸고 평소 갈고닦은 기량을 겨뤘다.
‘펼치자 경산의 꿈! 뭉치자 경북의 힘!’을 슬로건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포항시와 칠곡군이 시·군부 종합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내년 선거 때문인지 시부의 경우 대회 전부터 지나친 과열양상을 보이더니 대회기간 동안에도 일부 종목에서 부정선수 시비가 벌어지고 심지어 경북협회장이나 심판을 구타하는 사태마저 일어났으며 금품살포설까지 나돌았다.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체육인 스스로 자평하고 있지만 진정한 300만 도민의 화합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도체육회의 선진체육행정 도입과 경북가맹단체의 엄정한 규정에 의한 매끄러운 대회운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숙한 대회운영
경북가맹단체 임원들의 미숙한 대회운영과 도체육회의 소극적인 자세가 부정선수·편파판정 의혹에 이어 폭력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정구에서는 똑같은 사안에 대해 조용히 어필하는 체육회에는 경기강행을 종용하고 강하게 반발하는 체육회에는 적당히 타협(?)하자는 태도로 대회를 진행하는 바람에 협회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평가다.
농구에서는 심판의 편파판정에 불만을 품은 한 감독이 의자를 던지고 해당 체육회임원 및 응원단은 경기장에 난입, 대회협회장을 폭행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배구경기에서는 경기를 관전하던 모체육회 임원에게 폭행당한 선심이 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심없이 경기를 속개하는 웃지못할 일도 일어났다.
이처럼 곳곳에서 터지는 부정선수·편파판정 시비는 물론 폭력행사·금품살포설은 시군간 과열된 경쟁의식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동안 화합체전이라는 미명하에 부정이 저질러져도 무마하는데 급급한 도체육회와 어정쩡한 가맹단체 임원들의 태도에 더 책임이 있다.
참여가 저조할 경우 탄력있는 규정적용이 빛을 발하지만 최근처럼 과열된 상황에서는 엄격한 규정적용만이 화합체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300만 경북도민의 화합축제를 위해 경북도체육회와 가맹단체의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결과
포항시의 시부 종합우승 탈환과 군부 칠곡군의 3연패가 빛났다.
시부의 경우 포항시는 박승호 시장의 적극적인 후원아래 문충국 상임부회장, 조현진 사무국장 등 체육회 직원, 각 경기가맹단체 선수 및 임직원, 공무원, 서포터즈업체 등이 혼연일체가 돼 이룬 성과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우선 동아리팀으로 훈련해 결승까지 오른 남고부 정구, 농구, 핸드볼, 씨름 등과 여고부 배드민턴, 농구, 탁구 등의 경우 포항시의 종합우승에 가장 큰 기여를 했으며 자랑스런 포항시 선수다.
대회폐막전 경산육상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일반 시부 축구결승에서 포항선발이 K3팀인 경주FC를 패기로 밀어붙여 우승한 점도 높이살만한 스포츠 정신이었다.
하지만 종합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기에는 2%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채울때 진정한 경북 제1의 도시 위상을 찾을수 있다.
포항시는 경북 최고의 인적·물적자원을 갖고 있지만 체육기반시설이 도내 최악인데다 교기팀 육성이나 준실업팀 운영 등 중장기계획 없이 성적에만 매달려 왔다.
또한 시의원들의 체육에 대한 저조한 관심은 곱씹어볼 문제다.
시의원들은 이상득 전국회부의장을 비롯, 여러명의 국회의원이 참석한 개회식 당일에는 눈도장(?)을 찍기위해 많이 참석했으나 본격 메달경쟁이 시작된 이튿날은 일부 시의원 외에는 보이지 않아 체육인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특히 체육예산을 다루는 총무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은 1천억원 가까운 예산으로 완공한 경산육상경기장을 비롯, 실내체육관, 생활체육공원 등을 둘러보고 포항의 체육기반시설의 현황에 대해 점검하는 등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대회기간 내내 보여준 구미시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종합우승을 내주며 2위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높이 평가할만 했다.
구미시는 교기육성은 물론 각 가맹단체와 기업체, 공무원 등이 자매결연을 맺는 등 지난 14년 전부터 중장기계획에 맞춰 착실히 준비해 왔다. 이 결과 구미시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연패의 위업을 이룩했으며 지난해에도 종합우승의 저력을 발휘했다.
▲대회기록
이번 대회에서는 경북신기록이 1개도 수립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구미시청 정혜림이 여자일반부 100mH에서 비공인 경북신기록을 작성,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또한 수영 및 육상 등에서 김가을을 비롯한 7명의 4관왕을 배출한 가운데 25개의 대회신기록과 1개의 부별신기록이 작성됐다.
특히 김가을은 아버지 김길준과 함께 부녀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이색기록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김가을은 수영 여학생부에서 접영 50m, 100m, 혼계영 400m에서 대회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계영 4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4관왕에 올랐으며 아버지 김길준은 골프 포항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추가했다.
교기팀 없는 포항 농구가 종목우승을 차지한 것도 눈여겨 볼 일이다. 지도자와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 구슬땀을 흘린 결과 남녀고등부가 결승까지 진출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권종락기자 kwonjr@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