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은 그 본성이 합목적적이기에 사물을 나타내면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며, 자기를 포기함으로서 사물을 나타나게 해준다. 이제까지 인간은 자연을 변화시켜서 자기의 종속물로 만드는 행위에 주력하여 왔을 것입니다. 사물은 ‘올바르게’, ‘잘’, 혹은 ‘정확하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런 방식이 사물을 보는 방식의 전체일까? 그런데 이런 방식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모든 말들은 보는 기준을 보는 주체, 보는 자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봄의 방식입니다.
“조각요? 글쎄요. 자기 자신을 적절히 표현하는 도구랄까요. 아무튼, 세상을 향해 스스로의 무언가를 말 없이 보여주는 멋진 수단임은 분명합니다. 저의 경우, 보여주고픈 것은 자연, 생명 뭐 그런 것 쯤 되겠습니다.”
조각가 박성찬(43·사진)씨는 조각을 말할 때 ‘빚는다’는 표현 대신에 ‘그린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조각을 그린다? 빚는다는 말은 단순히 재료를 주무른다는 느낌이 들어 싫단다. 무언가 생각하게 하는 조각, 생각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려면 화가가 붓으로 그림을 한 점 한 점 완성해 나가듯이 조각도 그렇게 그려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때 미술책에서 본 니케의 여신상을 보고 막연히 조각가을 동경하던 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포항 출신인 그는 지역작가로서 프랑스에서 유학한 작가 1호로 기억된다.
불문학을 전공한 아내를 만났것이 계기가 됐다.
“그녀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 했고 함께 할 수 있는 프랑스를 선택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아내와 함께 프랑스로 유학했습니다. 낭시보자르를 다니면서 아르누보의 도시 낭시의 전통성과 첨단예술을 배웠습니다. 낭시보자르 졸업 후 개인전을 열기 위해 화랑을 찾아다녔습니다.” 다행히 좋은 조건의 전시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전시는 성공적 이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로 세계적인 조각가인 세자르의 조수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죽으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한동안 거리의 화가가 돼 에펠탑 인근에서 관광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일을 했으나 그냥 작업만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다 프랑스에 있어도 조각가이며, 한국에서도 조각가라 생각했습니다. 몸이 어디에 있던 나의 의지에 따라서 좋은 작업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2003년 귀국해 포항에 아주 정착했지요.”
그는 스스로를 ‘자연조각가’라고 부른다.
진정으로 내실을 기해, 전 세계의 하나밖에 없는 조각프로젝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도시가 우리의 그 진 전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찾는 그런 곳이 되면 좋겠어요. 물론 나는 작가로서 피카소만큼 세계인에게 영향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어요.”
그는 예전에는 작품을 하다보면 12시간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적도 많다.
예전에는 건강이 안 좋아질 만큼 무리를 했다. 그러나 조각을 하나의 생활로 생각하는 요즈음은 그냥 즐기려고 노력한다.
“지금은 혼돈속에 있다는 표현이 정확해요. 예전의 개인전에서는 어떻게 확신에 찬 작업을 할수있었던지, 어찌했던 요즈음 저는 작업을 기하형상군, 점자문자, 빛을 통해 대화(dialogue)를 표현하고자 합니다.”
그는 사물을 제대로 보기위한 방법으로 기하형상군을 도입했다.
“조각은 그 본성이 합목적적이기에 사물을 나타내면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며, 자기를 포기함으로서 사물을 나타나게 해준다. 이제까지 인간은 자연을 변화시켜서 자기의 종속물로 만드는 행위에 주력하여 왔을 것입니다. 사물은 ‘올바르게’, ‘잘’, 혹은 ‘정확하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런 방식이 사물을 보는 방식의 전체일까? 그런데 이런 방식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모든 말들은 보는 기준을 보는 주체, 보는 자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봄의 방식입니다.”
그는 빛이란 무엇인가? 에 집착한다.
“빛은 자기 자신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사물을 드러내는 행위로서 빛은 존재합니다. 그래서 빛을 잡으려니 빛은 사라져버리지요. 빛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물을 나타나게 해줍니다. 빛의 드러남은 사물을 나타나게 하는 방식인 것입니다. 나타나게 해주는 빛은 그러므로 그 본성이 보여주게 해줌에 있지, 입자나 파동과 같은 물리적 물성에서 제대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빛의 본성은 자기를 나타내지 않으면서 다른 것을 나타나게 해주는 방식, 자신의 나타남이 아니라 타자의 나타남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는데 있습니다. 즉 ‘보여주게 해줌’에 있습니다. 빛의 본성은 자기희생에 있습니다. 자기를 포기함으로써 다른 것을 나타나게 하는 것입니다. 자기 포기가 드러남의 방식입니다. 예술도 자기 포기의 방식으로 다른 것을 드러나게 하는 하나의 행위가 아닐까요? 그래서 이러한 예술은 합목적적인 행위, 즉 목적이 없는 행위, 행위 그 자체를 통해서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위이며, 이것이 예술의 본성에 대한 예술 자체의 자기주장 입니다.”
근래에 그는 점자문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
“점자 문자는 대화의 방식입니다. 대화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요. 정보 전달, 감정 전달, 의미 전달. 그렇다면 나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점자 문자는 무엇을 전달하는 대화의 방식이겠는습니까? 눈먼 자들은 보지를 못합니다. 눈먼 자들에게는 무엇이 없을까요? 빛이 없습니다. 빛이 없으면 어둠이 있지 않습니까? 시각장애인에게 어둠이 있습니까?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지 않는가요? 어둠 속에 빛나는 것이 무엇인가요? 빛인데. 어둠은 빛이 있어야 어둠이 어둠으로 있는데. 그렇다면 맹인에게 빛과 어둠이 아닌 무엇이 있는가요? 봄의 방식에 대해서 무언인가 제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점자라는 오브제를 오브제로서 드러내는 방식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죠. 빛이 없음의 세계에서 점자는 어떤 글자일까요?”
그는 이 세 가지 오브제 기하학, 점자문자, 빛 모두가 하나로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화라는 사건행위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져서 피어오르는 그 현장(現場)이다. 이 현장을 제대로 표현되기를 그에게도 기대해 보는 것이다.
그는 조각가가 되지 않았다면 사진가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에 살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로 그는 루브르 미술관 관람을 꼽았다.
“루브르 미술관에서 실제로 니케의 여신상을 볼 때 우리아이들 처음 안을 때만큼 기쁘고 감동스러웠어요. 작가로서 작업에 전념하며 살아가는 요즈음도 매순간 즐겁습니다.”
부산비엔날레 바다미술 특선, 포항국제아트페스티벌 작가상 수상자인 그는 존경하는 이로 ‘예수님’을 꼽는다.
“예수님, 그분의 사랑을 느낍니다. 조물주를 조각가라고 볼 수 있다면 그분처럼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로댕, 자코메티, 조지시갈 등 많은 조각가들의 열정과 쉼 없는 창의력을 닮고 싶습니다.”
그는 책 읽기가 취미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라는 장 지글러라는 제네바대학 교수가 쓴 글인데 120억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는데 왜 하루의 10만 명이, 5초에 한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가? 에 대한 진실을 알게 해주었고, 나를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의식의 변화로 이끈 책입니다.“
또 다른 취미로는 술 마시는 것.
“술 마시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라 할 수 있고, 많은 생산적 에너지를 느끼고 소통할 수 있어서 함께 술 마시는 자리를 즐겨합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개인전과 초대전 등 여러차례의 전시회를 가졌다.
“프랑스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즐긴다는 것입니다. 제가 전시를 하고 있을 때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다양함에 놀라고 전문가수준의 식견과 지식에 놀랐습니다. 프랑스 사람의 특징이 취미생활을 전문가 수준으로 몰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반인 상대로 한 전시도 수준이 높다. 철학하는 분들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할머니 할아버지 취미파라고 불리우는 분들이 실제 국제철학 세미나에서도 전문적 질의를 해 당사자를 당황하게 한다고 한다고 하면서 취미로 하시는 분들이 보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전시장을 많이 찾다 보니 애정도 생기고 충고도 칭찬도 생기는 것입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포항조각가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항조각가협회는 2001년 2월의 창립전에서 지금까지 10여회의 특별전, 정기전을 가지는 도약의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포스코 갤러리 초청으로 ‘2009 봄을 노래하다’를 주제로 포항조각가협회 정기회원전을 열었는데일반인들이 쉽게 교감하고 즐길 수 있는 조각과 설치작품들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았다.
매주 수요일 가지는 회원들의 스터디 모임은 회원들의 작품구상 및 토의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평가, 재료학, 미술이념, 타 예술장르의 이해 도시공간개념 등 폭넓고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2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이 모임을 체계적으로 운영 발전시켜 더욱 탄탄한 연구의 장이 후배들에게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이와는 별게로 그는 조각공원추진위원회가 추진돼 해도근린공원을 포항조각공원화 하는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해도근린 공원은 도심 가운데에 위치하면서도 근경으로는 형산강수변공간이 있고 원경으로는 제철단지의 경관이 있습니다. 이같은 환경은 포항의 이미지(image)를 강하게 부각시키면서 21세기의 새로운 예술문화와 첨단산업을 도시경관과 그리고 조각공간이 하나가 돼 포항조각공원만이 가지는 스팩터클(spectacle) 공간으로 개발이 가능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앞으로의 소망이 뭐예요?
“진정으로 내실을 기해, 전 세계의 하나밖에 없는 조각프로젝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포항이 우리의 그 진정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찾는 그런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는 작가로서 피카소만큼 세계인에게 영향을 주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