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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교육재단 '선생님' 주제 글쓰기 공모전 - 고등부 최우수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5-13 20:47 게재일 200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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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부 최우수작정연선(포항 두호고 2년) ‘물과 빛 그리고 사랑’

“지금 2학기 반장 선거를 할 테니까 여러분들은 선생님이 나눠주는 종이에 반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사람 이름을 적는 거예요. 잘 알겠죠?” “네!” “우선 후보자 발표를 하고 그 중에서 고르는 거니까 추천할 사람을 발표해 주세요.”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을 듣고 서로 나가라며 속닥이고 있었다. 그 중 우리 반에서 제일 장난기가 많은 최철호가 손을 들었다. “철호는 누구를 추천하려고?” “저는 하늘이를 추천합니다.” “하하하!” 손을 번쩍 들고 있어 선생님이 누구를 추천하는지 묻자 철호는 나를 추천했다. 나는 1학기 동안 숫기가 없는 모습밖에 보이지 못했는데 도대체 왜 나를 추천하는지 의아했다. 그런데 절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이 모두 웃었다. “하늘이가 반장이 되다니….” “말도 안 돼.” “그래도 난 하늘이 찍을래. 웃길 거 같은데?” “좋아, 나도 하늘이 찍을래. 너무 적게 나오면 불쌍하잖아?” “큭큭! 어쨌든 웃긴다.” 아이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된 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조용! 조용! 여러분들이 왜 하늘이를 우습게 보는 거죠?” 선생님은 아이들을 진정시키고자 칠판을 두드리고 나의 이름을 후보자 명단에 적으셨다. 칠판에 내 이름이 올라가자 아이들은 더 크게 웃고 소란스러웠다. “모두들 조용!”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또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교실 분위기는 조용해졌다. “누구, 또 나갈 사람 없나요?” 선생님 말씀이 끝나고 매 학년 마다 꼭 반장을 한다던 김준수가 손을 들었고, 이어서 김민지도 손을 들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이름을 칠판에 적고 투표는 시작되었다. “김준수 15표, 하늘 12표, 김민지 11표로 준수가 반장, 하늘이가 부반장이 되었어요. 모두 축하해 주세요.” “헉! 하늘이?” “장난으로 찍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나갈 걸!” 내가 부반장이 되었다는 놀라움에 아이들은 수군거렸고, 김준수는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기쁨의 표정도 없었다. 나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심한 장난을 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도 없고 자신도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 집에 갔지만 나는 혼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선생님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하늘아, 왜 그러니?” “….” 나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차마 선생님께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이 부끄러웠다. “저희 집엔 돈이 없어요. 그냥 김민지 걔 부반장 시켜요. 저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선생님은 나의 이런 마음을 모르실 것이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기분이 들었다. “하늘아 왜 네가 부반장을 못하겠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혹시 그런 집안 사정 때문에 네가 부반장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니?” “네.” 정적이 흐르고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하늘아, 선생님은 네가 무척 고맙구나.” “네?” “선생님이 된 이유를 다시 생각나게 해준 하늘이가 무척 고마워. 꼭 나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구나. 부모님을 잃고 할머니와 살면서 악착같이 공부했던…. 꼭 선생님이 되어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어 나처럼 슬프고 외롭게 자라는 아이가 없도록 하겠다던 각오가 떠오르는 구나. 나도 하늘이 마음이 이해가 가는구나. 이제 선생님이 엄마가 되어줄게.” 선생님은 나를 부둥켜안았다. 그때 내 옆에 누군가 나를 이끌어 준다는 느낌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토요일이 되고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씨앗을 나누어 주셨다. “여러분, 이 씨앗은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여러분들이 씨앗에게 흙도 덮어주고 물도 주고 그러면 이 씨앗은 조금씩 자랄 거예요. 그러면 여러분들은 이 씨앗이 바르게 자랄 수 있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해요. 무조건 물만 주면 씨앗은 습기에 차 죽게 되고 물을 너무 주지 않으면 말라 죽게 되어요. 여러분 잘 자랄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네.” “선생님도 여러분들이 씨앗이라 생각하고 물이 되고 빛이 되어 줄게요. 그럼 남은 한 학기 동안 더 잘 자라 줄 수 있죠?” “네!” 나는 집에 돌아와 그 씨앗을 정성스레 심었다. 햇빛도 쬐이고 물도 적당하게 주니 새싹이 올라왔다. 너무 신기해서 더욱 관심이 갔다. 새싹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과 말할 기회가 잦아졌고, 아이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씨앗을 주신 선생님께 감사했다. 우리들을 씨앗이라 생각하고 물과 빛이 되어주신다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희망과 사랑을 가르쳐 주셨다.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6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내 모습이 달라졌다. 한 학기 만에 한 선생님이 이토록 내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왜 지금껏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는지…. “하늘아, 어느 중학교 됐어?” “신사중학교.”“가서 열심히 해! 파이팅!” “고마워 민지야. 너도 파이팅!”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도 마음을 터놓고 고민을 말해주는 친구가 생겼고, 나도 남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야, 하늘! 신사중?” “응. 왜 철호야?” “나도 신사중이란 말이야!” “그게 왜!” 철호가 나의 이름을 후보자로 불러주어 처음엔 철호가 싫었고 모든 게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가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철호가 고맙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놀리긴 해도 친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선생님의 마지막 훈화 말씀이 끝나고 아이들은 번호순으로 한 학기 동안 키워온 꽃을 들고 줄을 섰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악수를 해주시며 작은 씨앗에서 꽃이 될 때까지 잘 키워 꽃이 예쁘게 폈다며 칭찬을 해 주셨다. 마지막 번호인 나는 선생님께 내가 키운 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이렇게 바뀔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저도 선생님이 되어서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될 거예요.”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는 씨앗 같은 학생들에게 활짝 핀 꽃이 될 때까지 적절한 물과 빛으로 용기와 희망과 사랑을 주시는 분이다. 나도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고 싶다. 선생님은 물과 빛 그리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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