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는 마치 당뇨병과 같다. 잘 다스리면 순한 양이 되지만 잘못 다스리면 사나운 사자로 돌변한다.
당뇨에 특효약이 없듯 신용카드 남용에도 특효약이 없다. 공통점이라면 둘 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이라면 당뇨가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에 비해 신용카드의 위험성은 특히 20∼30대 직장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연체로 인한 신용불량자로의 전락이다. 신용카드 통제가 그만큼 중요한 하다는 얘기다.
신용카드로 인한 연체의 위험을 경고하는 것만은 아니다. 진정한 신용카드 지배는 신용카드에 이용당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신용카드에 이용당하고 있는 게 우리 신용카드 문화의 현실이다.
특히 경제생활을 막 시작하는 30대의 경우 더욱 심하다. 신용카드를 이용한다는 것은 청구서를 받아보고서 한 점의 후회가 없는 지출습관을 의미한다.
신용카드는 매우 편리한 결제 시스템 중 하나이다. 쇼핑과 식사는 물론 지하철 버스 등 교통수단, 심지어 세금까지도 편리하게 결제할 수 있다.
현금은 휴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셈하기도 복잡하다. 버스에 탈 때도, 주유할 때도, 쇼핑할 때도 카드결제가 편리하다. 그러나 간혹 결제기능을 벗어나 낭비에 가까운 소비수단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된다.
무리한 지출로 부부싸움을 하는가 하면 제때 결제를 못 해 연체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이는 카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에 이용당하는 꼴이다.
엄밀히 따져보면 신용카드 사용은 신용결제로 요약할 수 있다. 쉬운 말로 외상거래이다. 외상으로는 소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수년 전 자영업자의 매출을 투명하게 하여 세수를 늘리자는 세무당국의 전략으로 신용카드 소지와 사용이 매우 보편화하였다. 신용카드 복권이 도입되는가 하면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세금을 깎아 주는 등 신용카드 사용을 자연스럽게 권장하였다.
덕분에 많은 직장인이 소득공제라는 명분 아래 나름대로 신용카드를 긁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아본 사람은 느껴봤겠지만 사용금액과 절세금액은 괴리가 매우 크다.
특히 수천만원 이내의 연봉을 받는 직장인들에게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신용카드가 부담스러울 때는 체크카드를 이용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신용카드문화와 달라 초기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카드 결제와 동시에 통장에서 출금되는 구조다. 신용카드결제와 현금결제의 중간단계라고 보면 된다.
통장잔액 범위 내 소비가 가능하며 현금거래인만큼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지출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신용카드를 버리고 체크카드로 바꾸기는 쉽지 않다. 불요불급한 지출은 신용카드로, 그렇지 않은 지출은 체크카드로 결제한다는 생각을 가져보자. 겨우 수백만원 되는 월급 절반 이상을 갉아먹던 신용카드, 소비주범이었던 신용카드를 편리한 결제수단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첩경이다.
그렇다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불가피한 지출 등은 오히려 신용카드 결제가 유리할 때도 있다.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를 모조리 챙기는 실속형 카드사용자도 많다. 다만, 대부분의 지출이 신용카드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제 건수가 많을수록 지난달 청구서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청구서를 들여다보면 얻는 점도 많다. 지출내용을 연상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이 있었는지 반성할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다. 그렇다고 지출을 확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출이 많았다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크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실 인식이 앞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처럼 경기가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때는 불요불급한 지출의 원천적 차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