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료 개발 등 남다른 열정
암수술 불구 교단 꿋꿋이 지켜
“아이들에게 그저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기억만 심어줄 수 있다면 교사로서의 삶이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 싶네요.”
스승의 날을 앞두고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으뜸 교사상’을 수상한 경북사범대 부설초등학교 권기옥(45·여·사진) 교사.
으뜸 교사상은 교장, 교감, 평교사, 대학교원 등 전 교육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스승의 날 정부 훈·포장과 달리 유치원과 초·중·고교 평교사들에게만 주는 상으로, 학생과 학부모 등 현장의 목소리를 상당수 반영했다는 점에서 교사들에겐 의미가 남다르다.
창의적인 과학 지도로 정평이 나 있는 권 교사는 올해 전국에서 10명의 교사가 으뜸 교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상을 받았다.
학생 개인별 사육 활동(배추흰나비 등 작은 생명체 기르기)과 지속적인 체험 관찰 프로그램(2006∼2008년)을 통해 과학적 탐구력 신장은 물론 생명의 존엄성 교육을 실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권 교사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생명의 신비와 존엄성 등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구하기 어려운 배추흰나비 알을 팔방으로 수소문해 직접 구해오는 등 과학학습에 남다른 열과 성을 보였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권 교사는 “교과서에서만 보고 배우는 과학학습이 아닌 직접 체험을 통해 과학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본인도 2명의 자녀를 둔 엄마이기에 우리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권 교사의 활약은 이뿐 아니다.
‘쉽게 깨치는 지도학습 조작자료’를 개발해 2002년 전국 교육자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과학탐구반 학생을 대상으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빛의 성질을 우리 눈의 구조와 접목시켜 보게 함으로써 빛의 성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가변 렌즈’를 발명하도록 해 2004년 전국학생 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케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밖에 대구시 과학 선도학교 운영(2007년)과 대구시 과학과 교수학습 지원단(2005∼2008) 및 과학과 실험 연수 강사(2004∼2008년), 2007 개정 과학과 교과용 도서심의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인 탐구능력 신장에 많은 도움을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는 “몸이 힘들어 어떨 땐 아이들에게 대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애들에게 나중에 커서 훌륭한 선생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기억 정도는 남겨줘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자세를 다시 가다듬게 된다”면서 “아무리 애써도 요즘 아이들의 특징을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그럴 땐 ‘같이 하자’란 소리도 하며 친구 같은 선생님,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녀린 몸매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친 엄마 같은 과학선생님 권 교사.
그는 올 초 갑상선암 수술이란 큰 고초를 치렀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현재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
하지만, 그는 병가도 내지 않고 교단에 서고 있다. 아이들과 첫 대면인 학기초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교단의 권위가 실추하고 있는 요즘 세태지만 권 교사 같은 이들이 있기에 ‘선생님은 영원한 선생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나 보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