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1·2위 도시로 각축을 벌여온 포항시와 구미시가 8일 경제협력MOU(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지자체의 MOU 대상이 기업에서 타 지자체로 확산될 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무한경쟁시대 속 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서 경쟁지자체 간 ‘적과의 동침’식 협력 시도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도 단체장의 정치적 접근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는 입장이다.
▲일본기업 해운화물 유치 MOU
이번에 구미와 포항이 전격 체결한 경제MOU는 현재 도내 최초인 것으로 확인되며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여러 의미를 띠고 있다.
특히 두 도시는 그동안 철강과 전자 부문에서 국내 양대 축을 이루며 경제와 도시세에서의 경쟁 구도가 도민 체전 등 스포츠 부문으로 확대됐다가 최근 들어서는 정치에 까지 각축을 벌여왔다.
이 같은 구도 속에서 오는 8월 영일만항을 개항하는 포항시는 1∼4국가산업 단지에 모두 27개의 일본계 투자기업을 확보한 구미시와의 이번 MOU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박승호 포항시장이 큰 관심을 보인 아사히글라스의 경우 그동안 부산항∼오사카 항로를 통해 TFT-LCD용 기판 등을 매월 컨테이너 화물로 600TEU, 연간 7천여TEU를 운송하는 등 승부를 걸만한 우량기업이다.
양 단체장도 이날 체결식에서 박 시장과 남 시장이 각각 ‘영일만항은 포항항이 아닌 대구와 경북의 항만’‘이번 경제협력은 다른 지자체에 롤모델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형식 채울 실질 협력이 관건
이러한 성과 홍보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 경제MOU의 성사 주체는 경영적 평가의 주체인 기업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전제한다.
이번 구미시를 예로 들면 지역 상공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행사는 지자체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형식인 만큼 구미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현황과 특성 등에 관한 정보를 포항시에 제공하고 협상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 후속조치가 관건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또 그동안 두 도시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의 국지적 경쟁구도에 이어 이른바 친이-친박 세력의 상징도시로서 전국적 경쟁에 이르면서 형성된 긴장을 해소하는데 경제협력 과제가 당초 취지를 넘어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지자체 간의 경제협력 노력은 조건 없이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지자체가 지역기업에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이 있는 만큼 기업의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 주체의 실질적 노력에 성패가 걸렸다”고 강조했다.
/임재현·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