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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더 애틋한 사람들

이현주기자
등록일 2009-05-08 20:41 게재일 2009-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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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은 어버이날이다.


1년에 단 하루, 누구든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위해 감사하다는 마음을 갖게 되는 날이다.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 없는 우리 부모님. 살아오면서 말로, 행동으로 부모 마음 아프게 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들의 사연을 통해 다시한번 효(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호티베하이(23·대구시 서구 비산1동)씨.


2년 반 전에 한국에 건너온 그녀는 남편과 시부모님, 18개월 된 아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 아직 어버이날은 조금 낯설다. 베트남에서는 우리나라의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이 따로 없어 한국과 같은 분위기를 맛 본 적이 없다고.


하지만 어버이날 온가족이 식사를 함께 하고 부모님께 꽃과 선물을 드리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베트남에 계신 부모님께 똑같이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베트남에 전화를 걸어 이같은 마음을 전하는 그녀다. 대신 그녀에게는 한국의 시부모님이 있다. 지난해에는 종이 장미꽃을 시부모님께 달아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한 달 전부터 달서구다문화가족센터에서 통·번역 일을 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그녀. 대신 꽃집에서 카네이션을 사다드리고 집에서 조촐한 저녁상을 차려 시부모님을 즐겁게 해드겠다며 수줍은 웃음을 머금는다.


▲지난해 12월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 박승근(31)씨.


북한군 대위 출신인 박씨는 함경남도 함주군에 계신 부모님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


자신의 탈북으로 북에 계신 부모님이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환갑인 아버지는 협동농장 관리부위원장을 맡고 계셔서 피해정도가 더 클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


현재 취업 준비 중인 박씨는 “한국에선 매년 5월8일을 어버이날로 지정해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는다는데 북한에선 그런 것(어버이날) 없다”며 “하지만 부모자식 간 마음은 어디 동서고금 막론하고 다를 게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돈을 벌어서 어머니 만이라도 한국에 모셔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중인 이종국(가명·43)씨.


20세 이후 몇 차례나 감옥에 들락거려온 그다. 자신의 옥바라지에 이제 집안살림도 말이 아닌 형편. 며칠 전 면회를 온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너무 늙고 힘들어 보여 이씨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어버이날을 맞았지만 어떻게 해드릴 수도 없는 영아의 몸인 그는 편지를 통해 “이번에 출소하면 다시는 부모님 마음 아프게 하는 일 하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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