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의 덕목을 다시한번 되짚어 보게 하는 행사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핵가족시대를 맞아 경로효친사상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는 가운데 전통 유교문화의 고장 안동에서 농암 이현보 선생의 효행 정신을 되살리고 있다.
충과 효의 고장 안동에서 효자의 대명사로 꼽히는 농암 이현보(李賢輔·1467∼1555) 선생.
그는 백발이 성성하고 풍채도 듬직한 선비였지만 철없는 아이들이 설빔이나 추석빔으로 얻어 입던 때때옷을 입은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보모님 앞에서 재롱을 부렸다고 전한다.
조선시대의 문신이자 강호문학의 대부인 농암은 중앙 조정에서의 출세가도를 마다하고 늙은 부모를 모시기 위해 지방근무를 자청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부모님의 생신 때면 기쁨을 드리기 위해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고, 마을의 노인들을 초청해서도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며 웃음을 줬다.
농암은 안동부사로 부임하면서도 ‘양로연’을 열어 고을의 늙은이들을 초청해 지팡이를 선물하고 음식과 술을 대접했다.
이로 인해 해마다 안동에서는 농암 선생이 베풀었던 양로연을 재현하는 행사가 웅부공원에서 열려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효’ 정신을 일깨운다.
이 양로연에서는 옛 안동부사 격인 시장이 노인들을 초청해 지팡이를 선물한 뒤 떡과 과일, 고기 등을 한 상씩 차려 대접하며 무릎을 꿇고 술을 권한다.
때때옷을 입은 아이들의 재롱과 효도공연도 펼쳐져, 이날만큼은 노인들의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피어난다.
매년 양로연을 주관하는 김휘동 안동시장은 “우리의 전통사상 중 가장 으뜸인 효(孝)가 갈수록 퇴색해 안타깝다”며 “제 부모도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세태에서 나와 남의 경계를 초월한 농암선생의 노인공경 정신은 큰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이임태기자 lee77@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