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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원과 광고방송

최재영 기자
등록일 2009-05-07 21:32 게재일 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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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영 < 서양화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TV방송에 자주 방영되었던 박카스 광고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른 새벽 쓰레기를 가득 실은 수레를 앞에서 끌고 가는 어느 환경미화원과 그 뒤를 밀고 가는 아들의 대화. “얘야 힘들지 않니?” “뭘요 아버지는 매일 하시는 일인걸요” 다정하게 주고받는 부자간의 대화를 보면서, 광고치고는 너무도 자연스럽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기획 된 연기자가 아니라 실제 부자지간이었다.


수레를 끌던 사람은 박선치씨로 서울 강동구청의 환경미화원이었고 아들은 대학을 다니는 장남인 상호군이었다. 아버지는 한때 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다가 부도를 맞고 환경미화원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아이들 기가 꺾일까 봐 그냥 구청에 다니는 공무원이라고만 했었다. 그러다가 상호가 고교생이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달래고 얼려도 듣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삼 남매를 앉혀놓고 자신이 공무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나는 새벽마다 도로를 청소하는 청소원이다. 내가 지금까지 10년 동안 남들이 싫어하는 이 일을 하면서 너희들을 키웠는데 내게 이런 실망을 줄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날 밤 온 식구가 끌어안고 밤새도록 울었다고 한다. 이 일이 있은 후로 빗나갔던 상호군은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하여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 광고를 기획했던 MBC애드컴은 어렵지만 서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진솔하게 살아가는 가정을 소재로 한 광고를 기획하기 위해 서울 각 구청에 환경미화원을 소개해 달라고 섭외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포기를 하려는데 마침 상호군이 지원을 신청하여 이뤄진 광고였다는 것이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모델로 등장시켰으니 훈련시켜서 연출된 것보다는 훨씬 사실감 있는 감동을 주었고 그래서 그 어느 것보다 광고효과가 뛰어났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여기며, 부정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경멸한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그 양심을 깡그리 도둑맞은 사람들이 있어 항상 소란스럽다.


“죽음의 뱃사공은 뇌물을 받지 않는다.”라는 서양속담이 있다. 이 세상에서 뇌물이 안 통하는 곳은 황천길 밖에 없다는 것이고, 아무리 뇌물을 먹인다 해도 죽음의 길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기름 먹인 가죽이 부드럽다.”는 속담이 있다.


뻣뻣한 가죽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기름을 먹이고 무두질을 많이 해야 부드러워진다. 너무 뻣뻣해서 도무지 통하지 않을 일도 부드럽게 잘 넘어가게 하는 데는 뇌물이 최고라는 표현을 아주 절묘하게 나타낸 말이다. 그렇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뇌물이 통하지 않은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글로벌시대라고 해서 뇌물문화도 국제화가 되고 있다. 그래서 만든 국제기구가 뇌물방지협약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1997년 12월에 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료급 회의에서 통과된 ‘국제상거래상의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공여방지를 위한 협약’이다.


구약성경 신명기(16)에도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라고 했다. 구약시대에도 뇌물이 만연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경에는 여러 차례 뇌물을 언급하고 있다.


뇌물에 눈이 멀어 직책을 망각하고, 부정에 연루되어 법망에 이리저리 내몰리고 있는 인사들을 보노라면, 비록 손수레를 끌지만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이 무언지를 한 수 배워보라고 권면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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