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식으로 초중고교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빌려주는 ‘교과서 대여제’ 도입이 추진된다고 한다. 교과서를 풍부한 내용으로 개편하기 위한 ‘교과서 선진화’의 일환이다. ‘교과서 대여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지금처럼 교과서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나 학교로부터 빌려쓰고 해당 학년이 끝나면 이를 반납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에서는 최장 9년까지 교과서를 반복해서 재활용한다고 한다. 연간 전체 교과서의 20-30%만 새것으로 교체하므로 그만큼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우리는 의무교육과정인 초 중학교에서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제공되고 고교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구입하고 있다. 교과서 가격은 초중학교는 권당 1천-1천500원, 고등학교는 4천원선이다. 값이 싸기도 하거니와 학년이 끝나면 으레 버리는 것으로 생각해 함부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매년 폐기되는 교과서가 1억여권에 이른다. 경제적, 환경적 차원에서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교과서 대여제 도입은 교육 당국의 예산절감 효과나 학생들에 대한 근검절약의 교육적 효과를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한 일이다.
교과서 대여제는 수십년간 지속되어온 교과서 체제를 뒤엎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에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우선 각 시도 교육청이 상당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판매량 감소에 따른 출판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학생들의 의식도 변화해야 한다.
교과서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공동의 재산이며 다른 누군가가 물려받게 된다는 것을 알면 소중히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교과서의 질이 높아져 학교 교육이 충실히 이뤄진다면 이는 궁극적으로 공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된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매학기 몇십만원에 달하는 참고서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준비기간을 충분히 거친 뒤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