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악화와 맞물려 쌀값이 심상찮다.
쌀 재고량이 크게 늘고 대기업들 마저 지역 쌀 소비를 외면하고 있어 수확기 쌀값 하락이 우려된다.
▲판매가 하락·재고량 증가
최근 쌀값은 지속적인 하락으로 공급 과잉기인 수확기보다 가격이 떨어지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일 현재 쌀값은 40㎏ 당 8만110원. 이는 지난해 가을(9∼11월)께 8만1천200원 보다 1.4% 떨어진 수치다.
반면, 재고량은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다. 포항 흥해농협 미곡종합처리장(이하 RPC)의 경우 현재 쌀 재고량은 500여t으로 전년보다 30%가량 많다.
이처럼 쌀 재고량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대풍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었지만, 물가상승을 고려해 오히려 농협 매입가는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수확기 농협은 전년보다 23.7% 늘어난 총 151만7천여t의 쌀을 매입했다.
대풍으로 공급량은 늘었지만, 농협 매각가는 전년보다 1천원 이상 올랐다. 포항의 경우 40㎏ 기준 5만1천원에서 지난해 5만2천원으로 매각가가 상승했다. 경주는 이보다 2배의 2천원이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농협의 쌀 판매 손익분기점은 20㎏ 당 4만500원. 그러나 현재 형성된 시장 가격은 4만원 안팎을 맴돌고 있다.
결국, 판매 손차익에 부담을 느낀 RPC를 중심으로 평년보다 재고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재고량이 우려할 만큼은 아니나 워낙 시장가격이 낮게 형성돼 있어 처리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경북의 경우는 부산 등 경남지역 매각가인 4만8천∼4만9천원 선을 웃돌고 있어 타 지역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기업 현지 조달도 차질
이러한 쌀 재고량 증가에는 공급자 간 담합에 따른 지역기업들의 현지 쌀 조달 차질도 한몫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내 복지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포스코복지재단의 경우, 지난해 공급자들의 담합 논란이 불거지자 모든 구내식당 내 사용 쌀에 대해 공개입찰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4만2천원을 써넣은 흥해농협을 제치고 3만8천500원을 제시한 영천지역 한 사설 정미업체가 최종 선정됐지만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또 다시 흥해농협을 재선정했다.
포항제철소에서 매월 소비하는 쌀은 1만2천여포로 흥해농협 판매량의 15%에 달한다.
즉, 포항제철소가 영천업체에서 쌀을 공급받은 6개월여 동안 수억여원의 포항지역 쌀이 판매처를 잃고 쌓여있었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양곡전문가는 “요즘처럼 재고량이 소진되지 않는 현상이 이어진다면 올해 수확기 벼 매입가 5만원 밑으로 형성될 여지가 크다”며 “한번 올라간 농협 매각가는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FTA 영향으로 쌀 수입량도 매년 늘고 있어 농가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