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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초사' 어버이날

이현주기자
등록일 2009-05-07 19:42 게재일 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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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사는 김난숙(69·여)씨는 다가오는 어버이날이 달갑지 않다.


큰아들이 최근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당한 탓에 어버이날 행사는 오히려 짐만 될 뿐이다.


기죽은 아들 얼굴 보기도 민망하고 넉넉치 못한 형편에 선물 등 돈 걱정 할 며느리 생각을 하면 김씨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3형제를 둔 홀몸노인 서인자(71·여·대구시 중구 대봉동)씨도 어버이날이 싫은 건 매한가지다.


둘째아들의 사업실패와 막내아들의 이혼 등으로 화목해야 할 어버이날 자리가 외려 가족들에게 힘든 시간이 될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녀 둘이 서울에 살고 있는 이한수(73·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씨는 “이번 어버이날엔 아이들이 집에 내려오지 않겠다고 하는데 그게 다 경비 등 넉넉히 못한 경제사정 때문 아니겠냐”며 “대신 용돈이라고 돈을 조금 부쳐왔는데 사는 형편 뻔히 아는데 마음이 못내 편치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한테는 “자녀들이 일이 바빠서 못 내려오는 대신 용돈을 많이 보내왔다고 둘러대야겠다”면서 “어버이날이 오히려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실직과 가정경제 위기 등으로 ‘어버이날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부모님 은혜에 감사하는 의미로 제정된 어버이날이 자녀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잘 살아야 본인도 행복한 게 부모 마음이기에 경제한파로 인한 위기가정 증가는 어버이날을 맞는 부모들의 마음을 오히려 우울하게 하고 있다.


최상용 대구파티마병원 정신과장은 “자녀가 실직했다거나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 로 우울한 기분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일도 아닌 만큼 운동 등을 통해 신체와 정신 건강을 지켜내는 것이 오히려 자녀들을 돕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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