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은 동양사상의 입장에서 볼 때, 대부분 음과 양으로 나누어진 미완성의 형태를 띠고 있다.
사람 역시 이러한 미완성의 상태를 인간완성이라는 목적을 두고 음(女)과 양(男)을 결합하여 완성된(人間) 상태를 추구해왔다. 이러한 욕구에 의해 음양이 결합된 인류의 가장 이상적인 기초적인 집단이며, 인간 형성의 최초 규정자(規定者)를 ‘가족’이라 부르며 대부분의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개인과 사회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사회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회집단이며 개인에 대해서는 개인의 발달과 성장에 필수부분인 환경이며 체계를 가정(家庭)으로 본다. 지난 역사를 더듬어 보아도 인간완성이라는 목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로 볼 때, 가족은 사회의 기본적 단위로서 인간완성을 비롯한 자아성장과 발달은 물론 문화전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전수하고 양육하는 일차적인 집단인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가정 내에서 서로의 역할은 유교적 입장에서 보면 아내는 형상적인 것을 만들어내고 남편은 무형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일을 해야 했다(夫婦有別).
형상적인 것은 곧 유형적인 것이며 육신에 속한 것이요, 무형적인 것은 정신에 속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즉 남편은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야 하고, 아내는 그 뜻을 그대로 구체적인 현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가리켜 ‘죽임’의 반대적인 개념을 띠고 있는 ‘살림’이라고 우리 조상들은 일러주었다. 오늘날 여성들만 하는 걸로 알고 있는 살림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왜곡하고 있을 뿐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아내는 완성된 여성으로서 가정을 올바르게 꾸리기 위해서는 살림의 주체가 되어야 하고 남편은 가정을 통해 완성된 남성으로서 살림을 위해 정신적인 기반이 되어야 한다. 빨래나 반찬을 만들고, 시장을 보며, 청소하고, 아이 돌보는 것은 생활의 일부분이다. 음양이 조화된 이상적인 모습의 진정한 살림이란 내면에 있는 생명의 신성을 일깨워 자신의 참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영장(靈長) 인간으로 완성을 거듭날 수 있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부부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되는 기본적인 사회집단인 가정이란 추상적 공간의 울타리는 개인의 능력만을 요구하는 고도의 산업화, 정보화된 사회와 가족 구성원 개인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되어 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향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속도에 가족의 구조와 가치관이 어긋나는 문화지체현상을 초래하였고 가족 자체 내에서도 구조와 가치관의 불일치가 존재하게 되었다. 그 결과 낮은 혼인율과 높은 이혼율, 초혼 연령의 상승, 낮은 출산율, 가정폭력, 자살,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 여러 인구학적 특징을 들 수 있다. 또한 가부장제의 가족 이데올로기가 해체되면서 평등의식과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이것이 사회구조적 요인들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출현시켰고 이러한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가족 공동체를 이끌던 정신적 구심체로서의 어르신들의 역할은 노동력을 상실한 잉여적 존재로서 사회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위치로 추락했다.
고도의 산업정보화 시대로의 급변과 왜곡된 자본주의의 발달과 개인주의의 발달은 인간 소외현상과 책임과 의무를 망각한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야기했다.
상대의 배려 없이 자신들의 불만과 만족도를 앞세우는 이혼율 증가는 가정해체로 이어지고 이것이 청소년의 문제행동의 원인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위기와 해체현상이라는 말의 의미는 뒤집어보면 어떤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상태에서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위기의 가정과 해체 상태의 가족이 비정상적이고 일탈로써 설명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완성된 인간으로의 터전인 가정을 해체한 이혼의 후유증은 본인들만의 몫이 아니라 자녀들과 부모 형제들에게 까지 크나큰 정신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장래를 망치는 근본이다.
미국의 리처드 포미카는 여성잡지 ‘매콜즈’에서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부모와 커뮤니케이션이며 따라서 청소년자살과 같은 불행한 일을 예방하는 길도 커뮤니케이션이다.’라고 하면서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간교육의 근원이 되는 가정은 국가와 사회의 기본 구성이며 인간의 평생교육과 사회교육의 장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에 가정에 대해 부정적인 요소를 많이 안고 있는 국가나 사회일수록 무너지기 쉬운 것은 자명한 일이다.
매년 5월이면 ‘가정의 달’이다. 사회의 마음은 가정이고 가정의 얼굴은 사회이다. 바쁜 삶을 사는 시대이지만 가족애를 중심으로 주변을 한 번쯤 둘러보는 여유를 가지는 삶이 바람직할 것이다.
올바른 가족애는 타인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 작은 것을 얻으려고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범해서 될 것인가. ‘몸을 닦은 후 가정을 바로 잡아야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으며 천하를 평정할 수 있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대학(大學)의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문장은 오늘에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 불변의 진리이니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