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이 말만큼 가족의 중요성을 잘 표현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개인의 뿌리는 가족에 있고 사회의 1차 집단을 이루는 것 또한 가족이므로 그 중요성은 새삼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개인화 추세가 짙어지면서 점차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현재, 3가지 사례를 통해 인류의 가장 기초적인 집단인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다.
#김미영(가명·40·여)씨는 작은 화랑을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남편은 살림과 육아를 담당하며 전업주부로 지낸다. 2명의 자녀가 있는 김씨 가족은 현재 서로에게 별 불만 없이 만족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몇 년 전 남편의 잇따른 사업실패로 부부는 싸움이 잦아졌고 결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이혼을 택했다.
하지만, 2년여간의 결별 끝에 이들이 선택한 것은 재결합. 우선 아이들에게 반쪽짜리 가정을 제공한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경제적 문제로 인해 야기된 갈등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미련이 컸다.
김씨 부부는 많은 대화 끝에 돈은 누가 벌던 가족이 화목하게 살아가는 게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제는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단란한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성규(가명·51)씨는 원룸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혼자는 아니었다. 아내와 예쁜 딸, 그리고 아들을 가진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그는 평소 온순한 성격이었지만 술만 마셨다 하면 아내에게 손찌검과 폭설을 일삼으며 가정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 같은 일은 결혼 후 20여 년 간 계속됐고, 참다 못한 아내는 이혼을 요구, 이씨 혼자 집 밖으로 내쫓기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혼 자체보다 딸이 더 적극적으로 아내에게 이혼을 권유했다는 점이 가슴 아프다.
또 이혼과정에서 “차라리 아버지가 없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는 딸의 말은 못내 가슴에 커다란 대못으로 남아있다. 이씨는 “몇 번 재결합을 시도해봤지만 가족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면서 “폭력이 가족들에게 남긴 상처가 너무 컸었나 보다”며 지난날의 잘못을 후회했다.
#권진현·진범·진성(가명)씨 3형제는 부모님 생전에 결혼 후 각자 분가했어도 가족 대소사에 자주 모이던 화목한 가족이었다.
하지만, 상당한 자산가였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장남인 진현씨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재산분할을 요구하는 형제들 간 소송 등으로 서로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한 이들 가족을 그나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준 것은 막내 진성씨.
그는 “돈 때문에 가족이 원수처럼 지낸다는 것은 참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형들도 같은 마음일 것으로 생각돼 내가 먼저 양보함으로써 가족해체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서로 응어리진 마음이야 다들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가족 아닌가”하고 반문했다.
/이현주기자 s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