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기 월성원자력 설비개선실장
한국의 원자력 사업이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1959년 원자력법 제정을 시초로 원자력의 씨앗이 뿌려졌으며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운전을 계기로 원자력사업이 확대됐다.
한국의 원자력 사업은 지금까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의 확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현실에서 70년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원자력을 통한 에너지자립체제를 구축해 왔으며 에너지자립이 국가안보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바 있다.
그 동안 원자력발전이 가져다 준 ‘혜택’은 막대하지만 이런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시대에도 원자력발전이 주는 혜택에 대해 실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가 국민 경제에 위기를 안겨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전력공급과 저렴한 전기요금체제를 뒷받침해주는 원자력발전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여론에선 원자력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게 일고 있다. 원자력으로부터 풍부한 혜택을 누리면서 원자력에너지 사업의 고충을 사업자의 몫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물, 공기 등 생명의 기본양식은 풍부할 때는 못 느끼지만 순간적으로 제한되거나 공급을 줄인다면 체감하는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안일한 ‘전력정책’은 개인 생활은 물론 국가산업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세계적인 에너지 확보경쟁에 사활이 걸린 만큼 자원빈국으로서의 부담을 국민들 모두 고심해야 할 문제이다.
원자력이 지금까지 국가 경제발전의 충실한 원동력이었다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정책과 맞물려 앞으로는 녹색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10년 내지 20년 후 닥쳐올 재앙을 피하기 위한 방편일 뿐 아니라 지금 당장의 경제위기 극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온실가스 저감 의무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은 태양력이나 풍력발전 등 경제성이 없는 대체에너지에 비해 현실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국내 원자력산업은 고도의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국가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가 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원자력발전을 추진하는 개발도상국들에 한국의 원자력산업 개발과정을 가장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하기로 했다. 경제력이 곧 ‘국방’이라는 선견지명으로 원자력을 평화적이고 안전한 에너지로 가꾸어 온 우리 원자력계의 선구자들이 세계적인 개발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원자력 발전을 더욱 안전하고 깨끗하며 지속가능한 녹색성장 산업으로 키우는 일은 한국에 주어진 기회이자 책임이다.
이제는 지난 50년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50년 더 나아가 100년 후 우리의 후손과 환경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