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재질 기준없고 설치 장소·간격도 제각각
불법 주ㆍ정차 일삼는 시민의식도 문제
포항시 곳곳에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차선규제봉이 설치되고 있지만, 설치 간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다.
필요 이상으로 촘촘하게 설치된 차선 규제봉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정작 차선규제봉이 필요한 곳에는 설치가 못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일 오후 포항시 북구의 창포 아이파크 1차 입구.
이곳 정문에서부터 50여m에 이르는 구간에는 높이 45cm 정도 되는 차선규제봉 47개가 촘촘히 설치돼 있었다.
한 블럭 옆에 있는 아이파크 3차 정문 역시 촘촘하게 설치된 차선규제봉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차선규제봉의 설치 간격 역시 일정치 않았다. 최소 30cm에서 최고 1m 내외로 들쑥날쑥했다.
K씨(25·여)는 “보통 경차 크기보다 좁은 간격으로 설치해도 충분히 불법 주정차를 막을 수 있지 않느냐”며 “목화예식장 부근 대해초등학교 방면에는 차선규제봉이 없어 위험해 보였다. 이곳에 필요이상 많이 설치된 차선규제봉으로 인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설치가 안 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차선규제봉은 재질 등에 따라 가격이 차이가 난다. 이곳에 설치된 차선규제봉의 가격은 약 3만원 선.
차선규제봉 설치 및 관리·보수는 포항시 교통시설계와 도로시설계, 그리고 각 구청 등 다양하다. 하지만 현재 포항지역에 설치된 차선규제봉의 정확한 현황은 알 수 없다. 도로 개보수 등의 공사에 따라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 설치 주체가 다양한 만큼 설치되는 장소 역시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창포 아이파크 1차와 3차에 설치된 차선규제봉의 경우 지난주에 설치됐다”며 “아파트 주민들의 잇따르는 민원과 주변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 곳보다 촘촘하게 설치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차선규제봉의 경우 설치하는 것보다 유지가 더 문제다”며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일부 시민들로 인해 차선규제봉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의 입장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정부분 정해진 교통시설물 예산 중 과속방지턱 등 도로시설 정비에 쓰일 예산이 필요 이상의 차선규제봉 설치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또 “이 지역의 경우 촘촘하게 설치하지 않으면 또다시 불법 주정차가 발생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면서도 “차선규제봉 설치 자체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김남희기자 ysknh0808@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