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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무서운 경주 사람들

윤종현기자
등록일 2009-05-04 19:59 게재일 2009-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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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여당이 ‘홈 코트’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더욱이 현 정권 창출지역이라 해도 무리가 없을 영남권, 그리고 ‘경주’에서 터진 이번 선거결과는 이변이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여당이 수도권도 아닌 ‘말뚝’만 박아도 당선될 ‘여권지역’에서 연패를 한 것은 국내 정치사의 새 기록으로 남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기록은 향후 어느 지역에서도 갱신하기가 어려울 것으로도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권선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곳은 ‘경주’였다.


현 정부 실세로 불린 ‘정종복’ 전 의원이 재공천을 받아 또다시 시민들의 심판을 받는 ‘재판정’에 섰기 때문이었다.


더욱 재미가 있었던 것은 정 전 의원의 경쟁 상대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안보 특보를 지낸 ‘정수성 전1군사령관이‘박풍’을 업고 버텨, 언론과 정치권은 ‘친이- 친박’대결이니, 또는 ‘여-여’간의 대결이라며 선거 방향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의 판세 분석은 오판으로 결론났다. 그네들이 보는 시각은 선거라는 큰 틀에서 봤을 뿐, 실제 ‘경주 정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번 경주 재선거는 양 ‘정(鄭)’간의 대결이 아니라, ‘정종복’과 ‘경주시민’간의 선거였던 것이었다.


그런데 여당과 후보측은 시민 정서를 전혀 모르고, 집권당이라는 ‘힘의 논리’만으로 밀어붙이면 유권자들은 당연히 자당 후보를 선택하지 않겠나 하는 구시대적 선거전략을 적용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이런 융단폭격이 확실한 당선이 아닌 ‘당선되지 않겠나’ 하는 ‘불안한 예단’은 반정종복 정서를 한층 더 강화시키는 호재로 탄력받을 줄은 그네들만 몰랐던 것이다.


한나라당 공천 전 경주 분위기는 ‘경주 재선거는 한나라당이 중앙당 지원없이도 무난히 당선할 수 있다’는 것이 정론이었다. 이 여론의 배경은 ‘정종복 만 아니면 한나라당 어느 누구라도 OK 하겠다’는 것이 경주시민들의 요구였던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것은 정당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경주시민들은 가장 선호하는 정당으로 여당인 ‘한나라당’을 압도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정서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정’을 고집하면서, 선거내내 당 대표를 비롯 주요 당직자들이 상주하다시피하며 총력전을 펼치는 추태를 보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쉬운 길이 있었음에도 낙선할 경우 엄청난 정치적 데미지(damage)를 입을 각오를 하면서 ‘정’ 살리기에 전력투구한 이유에 대해 궁금증만 증폭시킨 꼴이 됐다.


정치권에 정통한 인사의 말이 의미심상 깊다. “정 전 의원이 진정으로 한나라당과 현 정권을 위했더라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백의종군의 길을 걸어야 마땅했다”


결국 선거 이후 불어올 후폭풍도,그리고 화합할 수 있었던 한나라당 내부 문제도 정종복 ‘그가 해결할 수 있었다’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의 ‘정치적 재도약’ 기회까지 잃고만 것이어서 안타깝기만하다.


선거 패배를 두고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주 사람 참 모질고 독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습니까?”


재선거 투표율이 ‘메인 선거’ 보다 높고, 똑같은 후보를 두고 무소속은 ‘선수’만 바꿨는데 표 차이는 배가 되니 언론이나 정치권 등 모두가 봐도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이를 두고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 선거를 두고 ‘친이- 친박’ 대결이라고 나왔지만 실제 경주에 가보니 정종복 후보 대 반 정종복의 대결이었다” 는 때늦은 결론은 여당 정보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반해 정치분석가들은 경주 결과를 두고, “경주 민도가 정도면 한국 정치는 분명히 개혁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은, 경주가 한국 정치의 새로운 교본을 제공한 정치 장르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치권은 경주 선거를 통해 부정적인 시각보다 ‘국내 정치가 더욱 성숙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또한 홍 대표가 “앞으로 정치하시는 분들은 자기 지역에서 처신을 조심해야 한다”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선출직들은 민심이 반란을 일으킬 경우 나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 또 명심했으면 한다.


그리고 ‘경주 이변’이 비단 정치권 뿐아니라 사회 전반에 골고루 퍼질 경우 한국 사회는 ‘희망’이 샘 솟는 국가로 변모할 것은 분명하다.


또 경주시민들은 이제 지역발전에 ‘무서운 힘’을 결집하는 모습도 보여 줘야 할 때인 것 같다.


/윤종현기자 yjh09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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