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포 < 포항기계중앙교회 담임목사>
대통령의 권력은 힘으로 통한다. 그리고 권력의 주변에는 많은 이리떼들이 모여든다.
이권개입, 청탁, 뇌물 등은 사람의 눈을 어둡게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권력은 부끄러운 권력이다.
역대 대통령을 지낸 분들 가운데 존경받는 대통령이 드물다. 한결같이 대통령을 지낸 분들이 그 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은 노사모를 비롯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돼지 저금통을 통해 극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임기 동안 말, 말,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잘했건 못했건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측근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조차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어쩌면 감옥으로 실려 갈지 모른다.
왠지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처량하다. 그렇게 모습이 왜 초라한 모습으로 보일까. 권력은 깨끗해야 하는데 온갖 악취들이 새어나온다.
구약성경에는 이스라엘이 국가 형태를 갖추기 전에 왕이 되려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왕의 조건을 언급한다. (신명기17장16절-17절) 이것은 오늘날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나 모든 지도자에게 소중한 교훈이 된다.
첫째로 왕이 지켜야 할 도리는 병마를 많이 두어서는 안 된다. 병마는 강한 군사력을 상징한다. 그리고 많은 병마는 적들에게 위협을 준다. 고대 사회에서 말은 전쟁의 필수 도구였다.
잘 훈련된 병마는 최고의 전투력을 상징한다. 이것은 왕이 나라를 통치 할 때 군사의 힘을 의존하지 말라는 것이다. 애굽이 망한 것은 지나친 국방의 힘 때문이었다. 통치자는 백성의 소리를 두려워해야 한다. 병마를 의지하고 군대를 의지 하는 왕은 교만하기 쉽다.
두 번째로 왕이 되려는 사람은 아내를 많이 얻지 말아야 한다. 아내를 많이 두면 미혹을 많이 받는다.
고대사회에서는 나라를 튼튼히 세우기 위해 이웃의 부강한 나라와 결혼정책을 폈다. 곧 정략결혼이다. 아내를 많이 둔다는 것은 가정의 질서를 깨트리는 것이다. 향락을 추구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두 번째 왕인 다윗은 많은 아내를 두므로 말년에 여러 왕자들의 세력 다툼과 내란으로 국가가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솔로몬 왕이 망한 것도 이방 여인과 혼인을 함으로 결국 이스라엘은 남북이 갈라지게 되었고 나라가 망하는 원인이 되었다.
세 번째로 자기를 위해 은금을 많이 쌓아두어서는 안된다. 왕이 재물에 눈이 어두우면 부정과 부패가 생긴다.
그 재물을 모으기 위해 탐관오리들이 생긴다. 이렇게 재물 축적을 즐기는 왕은 결국 국력을 낭비하고 백성의 살림은 도탄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들은 늘 율법을 가까이하고 그것을 읽고 순종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고향 마을로 내려갔을까. 봉하 마을은 제2의 청와대였다. 많은 돈을 들여서 엄청난 저택을 지었다. 봉하 마을에는 백만이 넘는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연설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주었다. 고향에 내려갔으면 좀 더 소박하게 좀 더 조용하게 은둔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그러나 갑자기 대통령 부인이 몇 백만 달러를 받았단다. 서민들은 구경도 못하는 몇 억 원짜리 시계도 선물로 받았다.
그 동안 노무현 대통령의 자금줄이었던 박연차 회장이 구속되었다. 그리고 그를 진정으로 아껴 왔던 강금원 회장도 구속되었다. 국민들은 이래저래 배신감을 느낀다. 마음이 무너진다. 참담하다. 그런데 이모든 일들을 자신은 모른다고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좀 더 침묵을 배워야 했다. 그는 구차하게 홈페이지를 통해 변명을 늘어놓았다. 자신은 모른다며 권양숙 여사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기는 인상을 주었다. 차라리 침묵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모든 짐을 지고 가야했다.
그것이 경상도 남자가 할 일이 아닌가. 그것이 나라의 지도자였던 전 대통령의 갈 길이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라면 구차하게 인간으로서, 피의자로서 할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처가 알았을 뿐 나는 몰랐다든가 박 회장이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할 말은 결코 아니었다. 국민들은 결코 그런 변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혼자 지고 가야한다. 검찰이 구속 수사하기 전에 스스로 감옥에 가겠다고 선포해야 한다.
국민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고 싶어 한다. 이제라도 국민들 앞에 정직한 고백을 해야 한다. 구차하게 부인에게 떠넘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야 할 길은 모든 업보를 혼자 지고 가야한다.
그곳이 고향이든 감옥이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지금 국민들은 과거 5공 청문회의 스타 노무현이나 대통령을 지낸 노무현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들은 남자다운 인간 노무현의 성숙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