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체전 훈련현장 탐방 ②포항 씨름 일반부
“전국최강 실업팀 구미시청 아성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지난 26일 오후 포항종합운동장에 마련된 씨름연습장에서는 제47회 도민체전 씨름 일반부 포항시 대표로 선발된 선수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가볍게 몸을 풀고 있었다.
지난해 도민체전에서 최하위의 불명예를 차지했던 씨름이었는데 올해는 전국최강 구미시청에 도전장을 던진다고 해서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이름 석자를 듣는 순간 허언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올해 포항시를 대표해서 뛸 선수 가운데 4명이 전국대회 장사를 한두번씩 지낸 인물이기 때문.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도민체전에서 한명만 삐끗하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지만 오더싸움 여부에 따라 전혀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대표적 선수인 김정묵 선수는 구미시청 창단멤버로서 전국체전 우승과 통일장사, 씨름왕을 역임했던 왕년의 최고스타.
빗장걸이와 밀어치기가 주특기인 김정묵은 34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역 씨름선수 가운데 쉽게 넘길만한 선수가 없을 정도다.
이외에 손상호(33세), 백경진(32세), 손성호(28세)등 3명도 전국체전 우승은 물론 통일장사 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한때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등 씨름하면 한가락 한다는 전국 최고자리에 올랐던 것.
다만 포항시 선수단은 샅바를 놓은 시간이 길어 체력적인 부분에 약점이 있는데다 함께 훈련한 기간이 짧아 실업팀에 비해 팀워크가 약한 것이 단점이다.
실제로 선수들은 이날 모처럼 샅바를 잡은 탓인지 육중한 거구들이 몇번 부딪히지 않았는데도 금세 온몸이 비오듯 흐르는 땀으로 범벅이 됐다.
한참을 번갈아가며 샅바를 잡아본 선수들은 몸이 예전같지 않다며 쓴웃음을 짓더니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샅바당기기에 온힘을 쏟았다.
하지만 올해의 각오는 예년과 다르다. 지난해 꼴찌하면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함은 물론 자신들이 건재함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대단한 것.
주장 손성호 선수는 “사실 전국 최강을 자랑하는 구미시청을 이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현역선수도 이길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기위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 것”이라고 웃었다.
이들의 훈련을 맡고 있는 김윤호 코치는 “기술적인 부분은 가르칠 것이 없는 명실상부한 한국최고의 선수들이지만 오랫동안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약점을 보일수 있다”며 “남은 기간 합숙훈련을 통해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함께 해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칠수 있다면 오더싸움에 따라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기대치를 높였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한 포항씨름이 올해는 얼마만큼의 성적을 낼지 관심이 고조된다.
/권종락기자 kwonjr@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