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밭 모퉁이까지 다 베지 말며 떨어진 것을 줍지 말고 너는 그것을 가난한 자와 객을 위하여 버려두라”
함께 살아가는 가난한 이웃들을 배려하라는 말씀이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는 이와 똑 같은 풍습이 있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일부러 많은 이삭들을 떨어뜨려 가난한 이웃들이 주워갈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땅 한 뙈기도 없어 추수할 것 없는 이웃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더불어 살았던 조상들의 지혜로운 배려였다.
당쟁으로 점철된 조선말은 피폐할 대로 피폐했다. 이 틈을 노려 지방수령들은 힘없는 백성들을 수탈했고, 토호들은 소작인들의 고혈을 빨기가 거머리 같았다.
참다못한 백성들의 분노가 진주를 기점으로 터져 나오면서 동학교와 합류, 결국 삼남지방을 아우르는 동학농민운동으로 확대 되었다. 당시 삼남지방의 부패한 관리들과 토색질하던 호족들이 이들의 분노에 희생되기 시작했다.
재산은 물론 식솔들마저 몰살당하는 일이 무수했다고 한다. 경주에도 동한농민군에 의해 지주들이 약탈을 숱하게 당했지만 딱 한 집만이 털끝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은 당시 영남최고의 만석 지기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 집이었다. 그 난세에서 이 집만이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최부자 집안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여섯 가지 제가(齊家)의 계율이 있었다.
그 첫째가 벼슬이 높아지면 정쟁에 휘말리기 쉽고 정경유착으로 패가망신의 지름길임을 일깨우기 위해서 ‘진사 이상의 벼슬은 절대 하지 마라’였다.
둘째는 만석이 넘지 않도록 소작료를 낮추어 이익을 나누고 가진 자의 도리를 지키라는 뜻에서 ‘재물은 만석을 넘기지 마라’였다.
셋째 흉년이 들면 부자가 헐값에 땅을 늘리기 좋은 기회다. 그 때를 노리는 것은 치부라며 ‘흉년에는 토지를 사지 마라’고 했다.
넷째 ‘과객을 후히 대접하라’였다. 최부자 집에서는 과객을 대접하는데 한해에 천석의 쌀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사랑채는 식객으로 넘쳐났고, 가난한 과객에겐 노잣돈과 새 옷을 입혀 보냈다고 한다. 지금도 경주 법주가 경주 최부자 집 가문 주라는 것은 그런 연유에서다.
다섯째 어려운 때는 굶주려 죽는 자가 없는지 살피고, 주변의 빈민구제에 재물을 아끼지 말라며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자가 없게 하라’고 했다.
여섯째 근검절약으로 남에게 후하고 스스로 엄격해서 모범이 되라는 뜻에서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 동안 무명옷 이외는 입지 마라’고 가르쳤다.
이 중에서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계율 덕분에 수많은 천민이나 빈민들이 이 집안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동학혁명의 최 말단 행동대들 대부분이 가진 것 하나 없는 천민이나 빈민들의 자식들이었다는 것.
그들의 선조들이 이 집안으로 인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은혜를 잊지 않았기에 “어떤 일이 있어도 경주 최부자 집은 절대로 해코지해서는 안 된다.”는 어른들의 엄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이 집안은 몰락한 것이 아니라 “재물은 한곳에 모아두면 악취로 견딜 수 없지만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어느 시주승의 금언에 따라 60년대에 거의 모든 재산을 지금의 영남대학교(구 대구대학교)에 희사하고, 만석꾼으로 불리던 대지주의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가문의 명맥은 경주계림에서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장수가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통령을 지낸 분들이 부정과 비리에 연루되어 법정에 서는 꼴들이 나라의 얼굴에 똥칠을 하였고, 두 전직 대통령은 끝내 실형을 받아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전과자가 되고 말았다.
임기 내내 가장 깨끗한 대통령으로 평가 받겠다고 호언장담 했던 직전 대통령이 역시 검은돈 시비에 휘말리면서 그 역시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했던 더러운 욕심의 노예였음을 만 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임기를 끝내고도 온갖 혜택에 받는 연금이 월 천백만원을 넘는다고 한다. 이 정도 받는 봉급자가 우리나라에서 과연 몇%나 될까? 전직 대통령이라는 명예에다가 쓰고도 남을 연금에 그 무엇이 아쉬웠던 것일까?
구차한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만을 위한 욕심을 비우고 진정으로 더불어 살아가라.”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