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유통속도는 통화 한 단위가 일정기간 동안 각종 거래를 매개하기 위해 몇 번 유통되었는지를 나타내주는 지표로서 거래규모를 통화량으로 나누어 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제주체 A가 300원으로 달걀 하나를 B로부터 구매하고 B는 이 판매대금 300원으로 다시 150원짜리 볼펜 2개를 C로부터 구매했다면 총 거래규모는 600원으로 이는 통화량 300원을 2회 유통한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경제 전체의 거래규모를 측정할 수는 없으므로 소득이 거래액과 유사하게 변동한다는 가정 하에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량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통화유통속도를 산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유통속도는 통화량을 광의통화(M2)로 볼 때 2003년 0.86, 2004년 0.89, 2005년 0.87, 2006년 0.84, 2007년 0.81, 2008년 0.75로 2004년 이후 계속 하락하다가 지난해 급감했다.
작년 한해만 보더라도 4/4분기에는 0.70으로 3/4분기의 0.75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 것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GDP는 감소한 반면 통화량은 계속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아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경제주체들이 현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인식이 팽배하여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통화유통속도의 저하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제약하고 유동성함정이라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약적이고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
기업투자의 경우 미래의 사업전망이나 경기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금리가 낮고 가용자금이 많더라도 투자자금의 회수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투자를 주저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계소비의 경우에는 개인들의 고용사정과 소득이 중요하다.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이 불규칙적인 상태에서 금리가 낮다고 돈을 빌려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살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28조 9천억원이라는 재정투입과 정부당국의 중소기업지원, 일자리창출, SOC 투자 정책들이 위축된 실물경제를 진작시킬 수 있도록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장순복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