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패랭이는
꽃 이름 같지 않다
구름패랭이는
구름이 쓴 모자 이름만 같다
붐비는 저잣거리에선
모자를 서로 빼앗아 쓰려고 저 안달들이지만
구름패랭이 같은 멋진 모자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구름패랭이는
정처 없이 방랑하는
늙은 탁발승의 이름 같다
흘러가는 구름에 본적(本籍)을 두고
본적을 두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난 샛길로
광대버섯 같은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떠도는!
- 수탉(민음사·2005)
고진하 시인은 강원도 강릉 부근에서 목회 활동을 하고 있는 목사 시인이다. 언젠가 어느 문학 모임에서 그는 목회 활동을 잠시 휴업하고 있노라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한 바 있다. 폐쇄적이지 않고 열려 있는 그의 종교관의 발로에서 나온 말씀이리라. 그에게 김달진 문학상을 안겨다 준 ‘즈므 마을1’에서도 성소(聖所)가 특정 종교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적 삶의 한 부락이 바로 성소임을 말하고 있다. 특정 종교를 훌쩍 넘어서는 시적 상상력 때문에 고진하 시가 거느리고 있는 시적 자장(磁場)은 폭넓고도 다채롭다. ‘구름패랭이’라는 꽃 이름에서 정처 없이 흘러가는 구름(雲)에 착목하여 ‘늙은 탁발승’과 ‘광대버섯’으로 비유한 것이 기발한 발상이다. 시인은 우리들에게 불쑥 구름패랭이 꽃 한 송이 내밀면서 이렇게 말한다. “모자를 서로 빼앗아 쓰려고 저 안달들” 부리지 말라. “흘러가는 구름에 본적을 두고” “정처 없이 방랑하는” 것, “이승과 저승 사이에 난 샛길로” “모자 하나 푹 눌러쓰고 떠도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니, 너무 아옹다옹하지는 말자고 조용히 타이르고 있다.
해설<이종암·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