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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일 포항대학 초빙교수

관리자 기자
등록일 2009-01-01 16:06 게재일 200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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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 세오녀 일월정신'은 포항문화의 뿌리

-‘연오랑 세오녀’ 신화를 포항문화의 뿌리로 이야기해 오고 있다. 포항정신의 고향이며 포항문화의 원류로 주장하고 계신데, ‘연오랑 세오녀’에는 어떤 정신이 들어있나.


▲연오랑 세오녀의 일월사상과 정신은 한국 선사문화의 삼족오태양숭배 사상과 건국이념인 천손사상에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인류 출현 이후 일월(태양)은 인간 신앙 최고의 숭배대상이었다.


일월은 온누리를 밝히는 모든 생명을 생동케하고 이롭게 하는 광명정대(光明正大)사상의 주체로서 홍익·풍요·희망·용기·정열·개척·화합의 진취적 삶을 이루게 하는 최고의 정신적 가치를 생성하는 실체다.


연오랑세오녀 일월정신은 포항의 천혜적 지리환경과 유구한 역사적 특성을 함축하며 포항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광명정대의 일월정신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를 비롯해 해맞이의 성지, 바위그림과 고인돌의 일월문화, 국토방위의 호국정신, 포은 정몽주와 농고 최세윤의 충절정신, 제민창 포항창진 설치와 포항 5도의 개척정신, 동학사상의 요람, 학도의용군의 자유·민주 수호정신, 포스코의 영일만신화 창출, 새마을운동의 산실, 대통령을 배출한 위대한 포항정신으로 승화돼 왔다.



- 최근 포항문화의 정체성을 브랜드로 상징해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와 일월사상의 창조적 가치를 재창출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별성과가 없었는데.


▲그동안 포항은 경주의 접경 배후지역으로, 광복 후 현대에는 한국근대화의 핵심도시로서 국가 경제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해오는 동안 포항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소홀했다.


이러한 경향은 포항의 대학에 인문, 예술 계통의 학과가 전무한 결과까지 초래했다.


근래 포항시 당국과 시의회의 긍정적인 이해와 함께 인문·예술 분야의 뜻있는 학자나 예총 인사들(특히 신상률, 고 손춘익, 김삼일, 박이득, 김동은, 최인수, 김갑수씨 등)의 노력으로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가 포항문화의 뿌리임을 주장하는 글과 행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그 정체성이 작품화되고, 한편으로 이러한 노력들을 상징하는 연오랑 세오녀 상이 건립돼 이론과 실제가 큰 화합을 이루게 되었다. 포항의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반세기의 시간이 흘렀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시민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포항문화원, 포항여성문화회관, 문화해설사양성과정, 교사직무연수, 포항대학 등에서 ‘포항문화의 뿌리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라는 제목의 포항역사와 전통의 강의를 통해 향토에 대한 자긍심과 포항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 확산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돼 매우 고무적이다.



- 연오랑 세오녀 설화를 신화로 주장하고 있다. 이유는.


▲지금까지 삼국유사의 ‘연오랑 세오녀’를 모든 책자와 논문에서 ‘연오랑 세오녀 설화’라고 일컬어 온 것을 지난해 10월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연오랑 세오녀신화’로 명명하였다.


포항인의 입장에서 포항지역의 특수한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배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연오랑 세오녀 신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여러 추정을 ‘실존 인물 연오랑 세오녀의 행적’이 신화화 된 것으로 그 이론적 근거를 구명할 수 있었다.


논문 작성 때 발견된 새로운 사료 ‘신라 아달라왕 때 연(영)오랑·세오녀가 세계동(世界洞)의 당평(塘坪) 위에 집을 지어 살았으나 지금은 빈터만 남았다.’ (金鎔濟, ‘迎日邑誌’권1‘잡저(雜著)’ ‘세계동’)는 중대한 기록을 통해 1850년의 연륜을 간직해온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의 신성한 베일을 한 겹 벗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설화는 신화, 전설, 동화 등을 총칭하는 것으로 ‘연오랑 세오녀 설화’라는 규정은 제3자의 일반적인 이해로서 연오랑 세오녀의 실존적 인물임과 포항의 지리적 환경과 역사적 특성이 몰각될 뿐만 아니라 자칫 포항인에게도 삼국유사의 ‘연오랑 세오녀’ 내용이 후대에 지어낸 이야기의 단순한 전설로 각인될 수 있기 때문에 ‘일월설화’를 ‘일월신화’로 바르게 명명하는 것은 포항문화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주춧돌로서 당연한 귀결이다.



-연오랑 세오녀 조형물 건립 이후 10년 이란 세월이 흘렀다. 시민들의 이에 대한 반응을 평가한다면.


▲그동안 포항 역사문화의 정체성에 관한 특강과 문화예술계의 여러 행사를 통해 만난 많은 시민과 외부인사들은 물론 호미곶을 방문한 내외 관광객들이 ‘연오랑 세오녀상’을 보고 점차 포항문화의 특별한 정체성을 인식하며 일월문화의 도시, 해맞이의 성지, 삼족오 태양의 도시, 포스코 용광로와 포스택 방사광가속기의 불빛 도시 글로벌 포항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이 더 깊어져 가고 있음 피부로 느끼게 됐다.


나아가 1월1일 호미곶의 한국해맞이축전이나 포항국제불빛축제 등이 연오랑 세오녀 일월문화를 상징하는 포항문화의 정체성인 태양과 빛을 상징하는 행사로서 이해의 폭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포항시 관계 공무원들과 관계기관 단체의 적극적 이해가 아쉬운 경우를 감출 수 없다.


포항시와 호미곶 및 명승지의 인터넷 소개, 안내 간판, 지도와 책자, 공항이나 기차역의 관광 안내도에 ‘상생의 손’이 주류를 이루어 포항의 정체성을 바로 알리기는 커녕 관광객들에게 포항 정체성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늦기 전에 폐해의 현황을 파악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연오랑 세오녀를 문화콘텐츠로 삼아 시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고대로부터 일월천제를 지냈던 지난날의 영일현과 도기야는 오늘날의 도구, 오천, 연일, 대송 지역이며, 연오랑 세오녀가 거주했던 곳은 오천 세계동의 당평 마을이다.


태양(일월)과 빛을 상징하는 인명(연오· 세오), 고을명(근오지· 연일· 오천· 도구· 부산), 마을명(일월· 일광·광명· 중명· 자명· 옥명) 등이 10여개나 돼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의 고장임을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곳들을 서로 크게 연계하는 거시적인 문화콘텐츠 사업(예를 들면 연오랑 세오녀가 바위를 타고 출발한 도구에서부터 오천부대 안의 일월지와 연오랑과 세오녀가 살았던 당평마을을 연계해 가칭 ‘연오랑 세오녀 일월공원’을 조성하는 원대한 계획, 또는 일월문화제의 중심행사로서 일월신제의 범시민화와 이를 관광객들에게 개방하는 사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포항 일월신제의 원형과 동해별신굿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장기반도를 망라하는 일월신화의 현대 굿판을 포항의 한국해맞이축전과 포항국제불빛축제와 연계하거나 아니면 도구에서 일월사당과 연계 개최한다면, 포항이 일월신화와 일월사상의 산 교육장으로서 세계적인 문화상품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연구가 선행돼야할 것이다.


강원도 태백시의 경우, 천제(天祭)의 도시로 브랜드화 해 개천절이 되면 온 시민과 타지의 방문객들이 태백산 천왕단과 시민운동장 등 여러 곳에서 범시민적인 천제를 올리고 있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 혹자는 문화가 궁극적으로 ‘정신적 가치’를 계승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새로운 공동체를 구축하는 계기로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연오랑 세오녀 연구소’와 같은.


▲최남선 선생이 한국문화의 뿌리는 단군신화라 했듯이 포항문화의 뿌리는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라는 사실은 포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포항의 대학에 문사철(文史哲)학과와 예술학과가 전무한 부끄러운 현실에서 포항의 역사·문화·예술 분야가 이만큼 발전해 온 것은 그동안 뜻있는 인사들이 고군분투해온 결과이며, 그저 감사할 뿐이다.


포항시민은 앞으로 지역의 대학과 포항이 함께 포항문화발전을 모색하는 체계적,구조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지역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 관계학과의 개설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시대적 요청을 절감해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십수년 전부터 해왔으나 전혀 이해와 호응이 없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학과 개설에 앞서 포항역사문화의 정체성을 연구하고 토론, 선양하는 민간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중단기적인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래 포항에 포항지역발전연구소, 동대해문화연구소, 포항예술문화연구소 등이 설립돼 포항문화발전 추구에 큰 역할을 해오고 있으나 각 연구소의 특성상 포항의 정체성이나 현대적 브랜드 연구를 전담하고 이를 선양하기에는 미흡과 한계를 느낀다.


따라서 새로운 연구소 설립의 취지에 상응할 수 있는 인사들로 민간기구를 구성해 가칭 ‘포항 연오랑 세오녀 연구소’를 출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포항은 2007년부터 영일만축제를 일월문화제로 명칭을 바꾸면서 연오랑 세오녀 일월신화 브랜드화에 닻을 올렸다.


때에 맟춘 가칭의 연구소 설립은 포항문화 정체성의 연구와 그 독창성과 예술성의 브랜드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산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70년대에 설립된 안동의 ‘(사)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등이 그 견본이 될 수 있다.



-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시승격 60주년은 현대 포항시가 60년동안 어떤 역사의 고비를 극복하며 시대적 과제를 달성해온 데 대한 자기성찰의 중요한 시점이 된다고 본다.


이 시점에서 경계해야 할 점은 오늘날의 포항이 광복 후 근대적 산업도시화에 의한 산물로 보는 것은 포항역사문화의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로마의 역사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듯이 포항도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포항 역사문화의 뿌리가 대한민국 역사문화의 뿌리처럼 깊고 그 자랑스러운 조상들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했을 때 포항문화의 미래는 창조적인 생명력을 갖게 될 것이다.


첫째, 그동안 한국 근대화와 경제발전의 압축성장의 모델도시로서 문화지체현상(cultural-leg)을 성찰하고 이를 극복하는 노력(인문학과 예술학 부재의 도시라는 오명을 씻기 위한 지역 대학에 인문예술학과 개설, 박물관 건립 등 문화 인프라 구축)으로 선진일류도시의 꿈과 희망을 다져나가는 큰 발걸음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


둘째, 포항문화의 정체성 연구, 포항문화의 현대적 브랜드화 연구와 함께 일관된 CIP작업(심벌마크, 앰블램, 로고, 포스트, 팸플릿, 마스코트 등) 등이 꾸준히 추진되기를 바란다.


포항문화의 정체성과 브랜드화를 위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학문적이고 시민 공감적인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다른 도시보다 독창적인 문화유산과 그 정신적 잠재력으로 선진일류도시의 포항의 브랜드를 창출하는데 모든 시민의 개척·화합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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