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추보다 작은 고추가 더 매운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속담은 고추의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아니다. 몸집이 작은 사람이 큰사람보다 오히려 더 야무지다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키 큰 사람은 모두 야무지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신분석 측면에서 보면, 인간은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함을 다른 부분에서라도 보충하여 인정받고 싶어하는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의 작은 고추는, 자신의 크기가 작다는 부족과 불완전감을 매운 맛으로 보상받으려고 하는 것이다.
정신분석에서 보상은 실제적인 것이든 상상의 것이든 간에 자신의 성격, 지능, 외모 등의 결함을 메우거나 체면을 유지하려는 무의식적 노력이며, 심리적으로 어떤 것을 과도히 발전시키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멸시받던 작은 섬 코르시카 출신의 키 작은 나폴레옹이 세계 정복의 야심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려 했다.
신체적으로도 보상기전이 있다. 요즈음 신장이식 수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신장이식 수술이 가능한 것도 우리 인간은 신장이 두 개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의 신장은 하나를 떼어내도 남은 하나가 두 개의 신장이 있을 때만큼의 기능을 보상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시각장애자가 비장애인보다 청력이 월등한 것 역시, 눈이 못하는 기능을 귀가 보상해준 결과이다.
‘오체 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씨는 자신의 부족과 불완전을 긍정적으로 보상한 대표적인 예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 ‘오체불만족’이란 책은 일본에서 최단기간에 300만 부를 돌파하는 사상 초유의 베스트셀러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잘 팔렸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이라는 장애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장애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야구, 농구, 수영 등 여러 가지 스포츠에 뛰어나다. 초·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명문 와세다대학 정경학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현재 ‘마음의 장벽 없애기(Barrier Free)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의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장애를 ‘신체적 특징’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팔다리가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 이라고 했다.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건전하게 보상하고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으로 승화한 의지의 인물다운 생각이다. 이렇게 신체적 열등과 같은 어려운 여건이 오히려 건설적인 활동을 하도록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모범이 되는 것이 바로 정신건강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신체적 부족이나 심리적 부족이 바람직한 인격의 발달을 저해하거나 괜한 허세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고 매사를 한풀이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심하면 소원성취 망상에 사로 잡혀 정신병까지 이르기도 한다. 모두 바람직하지 못한 보상의 결과들이다.
사실 보상의 원인이 되는 심리적 부족감, 불완전감은 열등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허세로 나타나면 “빈 수레가 요란하다”나 “가난할수록 기와집 짓는다”라는 속담처럼 되고 만다. 모르면서 아는 척,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것이다. 돌팔이 의사가 진짜 의사보다도 더 아는 척 하고, 선무당이 사람잡는 법이다. 유별나게 치장하고 겨울 다 지났는데도 밍크코트 입고 계모임 가서 잘난 척 자랑하는 사람. 자신의 처지보다도 훨씬 비싼 고급 승용차를 타고 우쭐대는 사람들도 한통속이다. 이런 차 중에는 번호판이 ‘허’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허씨 성을 가진 부자들이 자기의 성씨가 찍힌 번호판을 산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기죽을 필요도 없다. 번호판에 ‘허’자가 들어가는 자동차는 렌트카 회사 차들이다. 허영 ‘허’자, 겉치레 ‘허’자가 달린 차를 빌려 타거나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어 명예와 권력을 가진 사위를 사는 부류의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불쌍하다.
그렇게 허세를 부리는 것은 자신의 심리적 부족감, 다시 말해 열등감을 위장하려는 눈물겨운 시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신의 열등감에 대한 잘못된 보상심리가 숨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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