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점자도서관이 열악한 환경 때문에 유명무실하다.
인력부족, 열악한 재정 등으로 운영이 힘든데다 협소한 공간에 충분한 책도 없어 시각장애인이 찾지 않고 있기 때문.
대구시 중구 남산1동 대구점자도서관. 이곳은 대구 유일의 점자도서관이다.
27일 사단법인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대구지역 일부 대학교 및 도서관에서도 점자책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화관광부에 점자도서관으로 정식 등록된 곳은 여기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자료도 충분치 않고, 책을 열람할 수 있는 공간마저 없어 도서관이라고 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이날 오후 허름한 건물 3층에 위치한 대구점자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서관 입구임을 알리는 차임벨 소리와 팻말만 있었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라 사무실에 들어서자 각종 테이프와 점자책들이 보였다. 지난 1996년 10월 개관한 이곳은 테이프 1만여권, 점자책 3천500여권, CD도서 400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30여㎡(40여평) 남짓한 공간에 사무실, 서고, 녹음실, 출력실, 교육실, 제본실, 학습지원실이 몰려 있어 제대로 된 학습이나 교육은 하기 힘들다.
학습지원실과 교육실에는 15㎡ 남짓한 공간에 놓인 책상 하나와 컴퓨터 몇 대가 전부였다. 그러나 책상 위엔 각종 서류와 물품 등이 쌓여 있어 책을 열람하기에는 무리였다.
이날 점자도서관을 찾은 시각장애인 A씨(20)는 “이곳을 이용한지 5년 정도 됐는데, 학교는 최신 책을 가지고 수업을 하지만 이곳에 있는 책은 몇년 전 것이라서 원하는 자료를 찾는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열악한 환경은 바로 재정적 어려움과 인력부족 때문이다.
대구점자도서관은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어떤 수익도 낼 수 없어 대구시 운영보조금만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고 있다. 그마저도 직원 3명의 인건비와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조남현 대리는 “점자도서관의 특징은 출판업무도 같이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일반도서관보다 업무가 더 많다”며 “대구에 시각장애인은 1만여명이 넘는다. 직원 5명이 1만여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서비스를 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천미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