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30년대로 추정되는 시기이다.
만주에는 조선인을 비롯하여 일본인, 만주인, 중국인, 러시아인들이 뒤얽혀 싸우듯 살아가고 있다.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분)는 한 친일 인사로부터 수수께끼의 지도를 찾아올 것을 지시 받는다.
창이는 지도를 쥐고 있는 일본인 가네마루가 탄 열차를 세워 강탈하려 한다.
하지만 우연히도 이 열차는 이미 강도 윤태구(송강호 분)가 장악하고 있다.
그는 가네마루로부터 금은보화와 함께 지도를 빼앗는다.
태구는 기지를 발휘해 열차를 빠져나가고 창이를 잡기 위해 열차 안에 있던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분) 또한 태구와 함께 한다.
이제 좋은 놈 도원, 나쁜 놈 창이, 이상한 놈 태구의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이 시작되는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마적단인 삼국파와 일본군, 조선 독립군까지 지도를 노리면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혼란스러워진다.
영화 ‘놈놈놈’은 ‘석양의 건맨2- 석양의 무법자’(1966)에서 제목을 딴 ‘만주 웨스턴’이다.
‘만주 웨스턴’은 1960년대 만들어지다가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이후 자취를 감춘 장르로,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말 달리고 총질하는 영화이다.
1930년대 만주는 개척시대 미서부 못지 않게 아노미한 장소 였다.
군벌과 마적이 군웅활거하는 이질적이고 혼종적인 다국적 공간으로, 기개와 활력이 넘치는 무질서의 공간이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첫째가 배경이고 둘째가 인물이다.
‘놈놈놈’은 세 명의 주인공은 물론이고 개성 있는 조연들이 떼거리로 나오는 ‘총력전 체제’영화이다.
그 중에서도 진정한 주인공은 ‘이상한 놈’이다. 그는 진정으로 한국적 영웅의 아우라를 풍기는 질긴놈이다.
‘놈놈놈’의 영화적 성취는 세 차례의 액션 스펙터클에 집중되어 있다.
도입부의 제국열차 시퀀스는 좁고 긴 공간에서 세 주인공을 소개하고 엇갈리게 한다.
마지막 대평원의 추격전은 강렬한 비트의 음악에 맞춰 모두가 몸을 흔드는 파티의 절정 같다.
밀도가 돋보이는 귀시장 싸움은 공중과 지하까지 활용해 싸움터를 수직 확장한 다음 세 캐릭터의 개성을 액션에 담아 풀어 놓는다.
부드럽고 차가운 도원은 언제나 높은 곳에서 시야를 확보한 다음 솔개처럼 먹이를 잡아챈다.
히스테리컬한 창이의 칼놀림은 자기 현시적이며 희생자의 고통을 음미한다.
손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무기로 삼는 태구의 움직임은 혼돈스럽지만 살아남는 데는 최적이다.
재빠른 편집과 핸드 헬드 카메라 속에서 쫓고 쫓기는 인물들, 영화는 셀지오 레오네의 정서적 측면보다는 장고나 튜니티 식의 쉼 없는 오락적 요소가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말과 오토바이와 지프차가 뒤엉킨 황야의 추격신은 ‘백미’ 라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언제나 상황파악 안 되는 송강호의 유머나 무시무시한 칼잡이 이병헌의 변신도 좋고, 말 타고 장총을 쏘는 모습만큼은 미국과 이탈리아의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정우성의 스타일도 제대로인 김지운 감독의 ‘영화적 폼의 결정체’이다.
충분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