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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는 맑은 물 제조기

손봉영 기자
등록일 2008-03-28 16:02 게재일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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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자람이 까다롭지 않아 봄철에 충실한 가지를 잘라 개울이나 하천 등 토양수분이 많은 곳에 꽂아만 두어도 쉽게 뿌리가 내린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류도 수십 종에 달하는데 잎 모양이나 생태는 다르지만 모두가 물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버드나무는 연인과의 이별시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조선 선조 때 함경도 경성의 이름난 관기이자 여류시인이었던 홍랑이 사랑하는 임을 떠나보내면서“묏버들 가지 꺾어 임에게 드리오니 주무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옵소서. 밤비가 내려 새 잎이라도 나거든 나를 본 듯 여기소서”라고 했다.


홍랑은 최경창(호:고죽)과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다가 서울로 전출되는 고죽을 배웅하면서 버드나무 가지와 이 시조를 건네주었다고 한다.


또한 불교의 옛 탱화에는 관음도가 널리 그려지는데 모두 관세음보살이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있거나 병에다 꽂아두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버들가지가 약한 바람에도 나부끼듯이 중생의 작은 소원도 귀 기울여 듣는 보살의 자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또 버들가지가 꽂혀 있는 관세음보살의 물병 속에 든 감로수를 사람들에게 뿌려주는데 이는 버드나무가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그간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생활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가정마다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할 매립장 확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쓰레기 매립지의 침출수가 주변의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어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임업적 측면에서 해결하기 위해 산림청에서는 쓰레기매립지와 축산폐수지 주변에 나무를 심어 침출수 저감분석을 실시한 결과 버드나무류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질소에 대한 내성이 강한 버드나무류를 식재하면 오염물질은 오히려 버드나무가 자라는데 영양소가 되기도 한다.


버드나무는 약용식물로도 유용하게 쓰이는데 독일 바이엘 사에서 개발한 아스피린의 원료도 버드나무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는 귀신들이 좋아하는 나무이며 꽃은 성욕을 감퇴시킨다고 집안에는 심지 않았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옛날에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바람둥이가 술이 잔뜩 취해 냇가를 지나다가 목욕하는 여인을 보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그는 그 여인을 안고 버둥대다가 쓰러져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 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밤새 안고 버둥댔던 여인은 바로 버드나무였다고 한다. 그 후 바람둥이는 남자의 구실을 못 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은 그 나무가 남자의 기운을 모두 앗아 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사과나무나 단풍나무도 가운이 쇠퇴하고 질병이 생긴다며 집안엔 심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나무 심는 기간에 아직 한그루의 나무도 심지 못했다면 오염된 물이 흐르는 냇가나 쓰레기매립지를 찾아 버드나무 한 그루쯤 심어볼 것을 권한다.


그리고 심은 장소를 기억해 두었다가 숲 가꾸기 기간인 11월에 가서 얼마나 컸고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를 살펴보면 나무 심은 보람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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