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법무사로 활약하고 있는 장성숙(40·사진)씨.
그녀는 가난한 집안사정으로 대학 1학년에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해 돈을 모아 30살을 훌쩍 넘은 나이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3대 고시’에 속하는 법무사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그 후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아직은 큰 도움이 못 되지만 정성이란 이름을 보태 작은 기부를 실천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교인 포항여고 장학회에, 그리고 일월로타리 클럽 총무로 있으면서 독거노인, 장애우 등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오는 3월엔 몇몇 마음맞는 법무사, 변호사들과 함께 가정법률사무소를 열어 부모의 역할, 부부간의 관계, 자녀양육에 대해 무지한 지역민들을 위해 무료로 교육도 펼칠 예정이다.
그녀는 ‘3대 고시’에 속하는 법무사 자격시험에 통과한 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이 인생에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했다. 가난해 중단한 공부를 서른 살을 훌쩍 넘어 다시 시작했기에 더욱 소중했다는 장씨는 자신의 계획이 성취되었다는 것, 제도 속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분명 ‘성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오랜 직장 생활 뒤 다시 시작한 탓인지 남자들도 따기 어렵다는 법무사 자격증을 3번 만에 따냈다.
“두번만 낙방하면 좌절이 정말 크죠. 모든 것에 자신감이 없을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죠.”
그는 여성들이 법무사 직업을 갖기에 참 좋은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포항엔 대구지방법무사회 포항지부 소속 법무사들이 총 33명 있어요. 그중 여성은 저를 포함해 2명뿐이죠.”
기존의 법무사들은 나이가 많고 상담을 직접 하는 법무사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법무사를 찾는 사람들은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독거려주는 최상의 서비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섬세하고 친절한 여성들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면 성공하기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오는 4월 이면 개업한 지 5년이 된다.
그동안 고객 중 기억 나는 에피소드를 묻자 “여성들이 너무 무지한 것 같아 서글퍼한 적이 있다”고 술회했다.
20대 유흥업소 직원이었는데 총각 손님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 한 사실도 모른 채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였고, 아이를 낳은 뒤 출생신고 하러 갔다가 이같은 사실을 알게 돼 복잡한 서류절차를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어 장 법무사를 찾았던 것. 또 다른 한 고객은 30여년간 첩으로 살았던 60대 할머니였는데 남자로부터 손해배상 받고 싶다며 억울한 사연을 물어왔다고 했다. 법적으로는 도저히 될 수 없다고 수차례 설명 했지만 여성으로서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고 울며 매달리는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 듯 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있거나 지칠 때 그녀는 친한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다. 아무 말 없이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나면 힘들었던 일들이 깡그리 사라진다고 했다.
“앞으로 잘 늙고 싶어요. 60, 70된 여성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세월이 가져 간 얼굴 어느곳도 예쁜 곳이 없는 듯 싶지만 전체를 보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거든요.”
오는 7월 내년부터 활동할 일월로타리 제19대 차기 회장에 취임하는 그녀는 존경하는 선배가 있냐는 질문에 일월로타리 역대 회장들을 하나하나 꼽았다. 그녀는 스포츠에 있어서도 맹렬 여성으로 꼽힌다. 바쁜 업무 중에서도 틈틈이 짬을 내 포항시 역도연맹 부회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환호여중과 해양과학고 역도부 학생들의 경기엔 빠지지 않고 응원을 가죠. 올해엔 아깝게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지만 다음 올림픽엔 반드시 포항의 역도선수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예요.”
몇 년 전부터 등기 업무를 취급하는 변호사가 늘자 법무사들과의 갈등요인이 돼 온데 대해 그녀는 “오히려 양자가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돼 일을 더 잘하고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고객이 몰리게 될테니 소비자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이점이 있다”고 했다.
“변호사가 등기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관례상 법무사의 영역이던 이 분야까지 변호사가 손을 대면서 법무사들은 초긴장 상태가 되었죠. 특히 수입이 많은 대형 아파트 단지의 등기 업무에 변호사가 끼어들 경우 법무사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이는 변호사들이 “‘사법시험을 통과한 전문성’을 내세우거나 건설회사측에 로비를 해 등기 업무를 독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변호사가 등기 업무로 벌어들이는 돈이 얼마 안되지만 법무사들에게 있어서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다가올 정월대보름에 앞서 주변인들과 오곡밥을 먹기로 한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간다며 아무에게도 소개를 잘 하지 않는다는 법무서비스 이용시 주의할 점을 조목조목 짚어주었다.
“첫째, 부동산에서 소개하는 법무사 대신 여러 곳에 견적 의뢰 후 일을 맡긴다. 둘째, 청구된 비용에서 부풀려지기 쉬운 기본 보수, 누진세, 채권할인료 부분을 꼭 체크한다. 셋째, 매매 부동산의 시가표준액과 거래 날짜의 채권할인율을 알아둔다. 마지막으로는 환불을 대비, 지급받은 영수증은 꼭 보관한다.”
가난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극복해 사회에 바람직하게 환원할 것인지를 잊지 않고 실천하려는 그의 야무진 몸부림이 정말 당차고 멋져 보였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