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는 고려 제4대 왕 광종이 왕위에 오른 이듬해 정월 큰 바람이 불어 나무가 뽑히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고 적고 있다.
광종은 오늘날 천문대나 관상대 역할을 하던 사천대에 재앙을 물리칠 방법을 물었고 사천대 관리는 “덕을 닦음만한 것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때 수양을 위해 광종이 집어든 책이 ’정관정요’였다. 당나라 태종 때 군신들의 정치적 토론을 정리한 것으로 군주가 갖춰야 할 도리, 어진 관리의 임명과 간언의 중요성 등을 다룬 책이다. 광종은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
역사 교양서 저자로 활동 중인 윤희진 씨는 “앞뒤 정황으로 보건대 광종은 친형인 정종과 힘을 합쳐 이복형 혜종을 제거한 뒤 다시 정종을 제압하고 왕위에 오른 듯하다”며 그 배경을 설명한다.
당나라 태종은 친형제를 둘이나 죽이고 황제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윤씨는 이런 점에서 당나라 태종과 그 행적이 많이 닮은 광종이 ’정관정요’를 신하들 앞에 펴들며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당 태종은 나보다 더했다. 그런데도 위대한 군주로 칭송받고 있다. 나도 당 태종처럼 정치를 잘하면 될 것 아닌가.”
윤씨가 쓴 ’제왕의 책’(황소자리 펴냄)은 광종을 비롯 제왕 10명이 어떤 이유로 고전을 선택했는가를 풀어놓은 책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선왕인 경종을 독살하고 왕위에 올랐다는 의심을 받은 영조는 수시로 경종과 자신의 우애가 깊었음을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영조는 예(禮)에 관한 경전을 보완, 주석한 ’예기’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경종이 읽다가 끝내지 못한 부분이라며 눈물을 머금었다.
윤씨는 이에 대해 “이복형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에서 나온 눈물이라기보다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정치적인 눈물, 즉 악어의 눈물로 보인다”며 “이처럼 왕과 책 사이에는 상당히 절박하고 치열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256쪽. 1만3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