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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포스코에 버금가는 한수원(?)

이준택기자
등록일 2005-10-17 17:42 게재일 200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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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금가다’의 사전적 의미는 “서열이나 차례에서 첫째의 다음"이다.


포항국책사업유치위원회가 방폐장유치를 홍보하면서 한수원 유치는 포스코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포스코 다음기업이라는 얘긴데. 아마도 국책사업단은 비슷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듯 하다.


버금가든 이하든 정확하고 바른 홍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유치위원회의 움직임이 한계의 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여기에다 유치위원회는 한술 더 떠 지역국회의원과 도의원들에까지 왜 동참하지 않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자칫 막가파식이 우려되고 있다.


수만명 고용창출의 진실


유치위원회는 한수원과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오면 제2의 영일만기적이 탄생이나 하는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조원의 매출과 수만명의 고용창출효과까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이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의 경우 한수원은 1천명을 넘지 못하고 양성자가속기는 첨단기술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고용창출효과는 장치산업이나 철강산업과 비교하기 곤란하다. 한수원이 유치되면 포스코 다음기업이 된다는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그 정도일까. 포스코는 본사외에도 계열사 서브콘업체, 관련기업 등을 망라한다면 사실상 포항지역 전체에 미치는 비중은 막중하다. 한수원도 그렇다는 얘긴가.


지금 포항을 비롯한 방폐장 유치신청 도시에서 펼쳐지는 찬반논쟁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찬성측은 국책사업유치단 등의 거창한 이름아래 자치단체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받아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반대단체들의 여건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 포항지역에는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유치위원회가 내 놓은 각종 지원책은 대부분 지역의 농수산분야에 국한되고 있고 경북도의 지원금 역시 농민들을 위해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농민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대규모 시위도 농민들이 직접 나서고 있다. 반면 동지역의 일부 시민들은 유치에 오히려 적극적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지금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반대단체들은 처음부터 안전문제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찬성측은 절대 안전을 보장하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가.


유치위원회가 지역국회의원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것도 역시 한계를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차하면 다음선거에서 낙선운동까지 펼치겠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려움까지 든다. 왜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이 그들의 뜻에 맞춰 당연히 동참해야 하는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도 공인이기 이전에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반대로 더 나은 방안 마련을 위해 침묵 할 수도 있다. 무조건 선출된 공인이고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인가. 그것은 ‘표’라는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폭거나 다름없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힘의 논리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해서는 안된다. 지금 포항을 비롯한 유치를 신청한 도시에는 반대의사표시가 오히려 수월치 않다. 부안사태와는 완전 반대 형국이다. 그때는 부안군수가 유치를 희망했다 입원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국책사업유치위원회 등이 오히려 그런 기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는 꼴이 부안사태와 또다른 닮은꼴이라면 닮은꼴이다.


포항국책사업유치위원회가 방폐장유치 홍보를 가속화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찬가지다. 유치를 반대하거나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편이 아니라는 식으로 막말을 해서도 곤란하다. 설득하다 안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왜 내편이 되지 않는냐며 불만을 표출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번 주민투표가 제발 편 가르는 식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올바르고 정확한 홍보에 주력하고 그 결과를 지켜보자. 언젠가 오늘의 결정에 대해 후손들이 평가하는 날이 온다는 것을 절대 명심하면서 말이다.


/이준택기자jt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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