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과 ‘격조있는’ 국빈만찬
찰스왕세자도 참석 활발하 대화
영국을 국빈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저녁(한국시간 2일 오전) 버킹엄궁 2층 연회장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마련한 국빈만찬에 참석, 공식환영식에 이어 다시 한번 최고의 영접을 받았다.
이날 3시간여간 진행된 만찬에는 우리측에서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등 공식수행원 13명, 강신호 전경련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 모두 30명이 참석했다.
영국측에서는 여왕과 부군 에딘버러공, 찰세 왕세자, 앤 공주 등 왕실인사및 주영 공관 관계자 등 초청인사 등 총 140여명이 참석했다.
식탁은 왕실 전통을 살려 ‘ㄷ 자(字)형’의 대형 테이블이었고, 헤드테이블에는 여왕을 정중앙으로 우측에 노 대통령과 앤 공주, 반기문 외교장관, 토니 블레어 총리 등이, 좌측에는 에딘버러공과 권 여사, 찰스 왕세자,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특히 공식환영식에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찰스 왕세자도 만찬에 참석해 대화에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을 비롯한 남성 귀빈들은 하얀색 나비 넥타이에 연미복 차림이었고, 권 여사는 흰색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수려한 한복을, 여왕은 은은한 금빛이 드리 워진 아이보리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다른 남성 참석자들은 하얀색 나비 넥타이에 연미복 또는 검은색 나비 넥타이에 턱시도를 입었고, 여성 참석자들은 각기 저마다 개성을 살린 정장을 입어 격조를 드높였다.
메뉴는 꿩 수프에 연어 요리를 곁들인 가자미 필레과 새우에 이어 이른바 ‘메인디시’(주요리)로 버섯을 곁들인 사슴고기로 짜여졌다.
그리고 감자와 강낭콩, 양배추 볶음, 오이와 허브 샐러드,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과일 디저트와 커피까지 모두 7개 코스로 이어졌다.
여왕이 1953년 즉위식때 사용한 고풍스런 유리잔 등이 놓인 테이블에는 식욕을 돋우기 위한 반주로 쉐리(sherry)주와,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 디저트로 포트(port) 와인이 준비됐으며 샤또 그뤼오 라로스 상 줄리앙 1985년산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도 놓여졌다.
식사를 하는 동안 슈베르트의 ‘밀리터리’ 행진곡과 백파이프 연주곡 등 모두 14곡이 연주돼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앞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만찬사에서 “필립공(에딘버러공)과 내가 5년전 대한민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고 우리는 방문했던 곳마다 한국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던 것을 매우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날 만찬을 지켜본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전 방문한 외국은 영국과 일본, 캐나다 등 3개국인데 지난 19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만드는 등 지방자치에 큰 관심을 가졌을 당시 지방자치 선진국인 영국을 10여일간 방문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이번 영국 국빈방문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이어서 감회가 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