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교 급식을 개선하기 위한 주민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02년 전국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식중독 사고에 자극받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급식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시작한 ‘급식조례제정과 급식법개정운동’이 그것이다.
사실 학교 급식에 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매년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는 차치하고라도 위생관리가 소홀해 밥에 수세미는 물론 심지어 바퀴벌레가 섞여 나오는 일도 있으며 원산지가 불분명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유통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다가 적발되는 사건이 자주 보도된다. 게다가 학교급식에서 제공되는 음식이 제조가 간편한 가공식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실제 한 해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 중 70% 이상이 학교 급식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학교급식의 위생관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비만과 아토피성 피부염의 주원인이 학교 급식에 그 원인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면 학교급식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학교급식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기는 커녕 오히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제기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된 학교급식은 단기간에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급식을 확대하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일어났고 그 문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모든 학교에 무리하게 급식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는 정부 재정으로 충당이 어려운 급식시설 설립을 민간에 맡겼다. 민간업자들이 학교에 들어와 식당을 짓고 그곳에서 밥을 지어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남기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급식을 소위 ‘위탁급식’이라는 이름으로 밥장사들의 장사거리로 제공하다보니 학교급식에서는 매일 문제가 발생한다. 유통기간이 지난 식재료를 버젓이 사용하고 원산지가 불분명한 저질 재료를 사용하는 등 위탁급식이 일으키는 문제는 심각하다. 실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식중독 사고의 대부분이 위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에서 발생한다.
위탁급식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특히 시설조차 학교에 지을 수 없는 학교는 업체에서 만든 음식을 차로 배달하게 해 아이들에게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운반하기 편리한 가공식품이 식재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며 아이들은 국물조차 제대로 없는 식사를 제공받는다. 아이들이 좋아할 리가 만무하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밥을 제대로 먹지 않고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게다가 현재 학교 급식은 모든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에서 시설을 지어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조차도 급식비는 모두 학부모 부담이다. 학교급식을 단순히 학부모들의 ‘도시락 싸는 불편을 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면 학교급식은 국가의 책임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올바른 영양섭취를 위해 그리고 가정 형편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골고루 충분한 영양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한 학교 급식이 그 목적을 제대로 이루기 위해서는 급식비를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에서 보조해 학교급식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학교급식을 교육으로 이해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에 가서 급식하는 장면을 보라. 수백 명의 아이들이 좁은 식당에서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식사를 한다. 밀려드는 아이들을 소화해 내기에 바빠 식당은 쉴새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돌아간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데 걸리는 시간이 채 5분도 되지 않는다.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우리가 어릴 적부터 머리에 못이 박하도록 들은 밥상머리 식사 습관을 교육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그런 환경에서 음식의 소중함이 교육될 수 없고 건강한 식사를 위한 습관 형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주민운동이 급식조례제정운동이며 급식법 개정운동이다. 급식조례제정운동은 ‘아이들에게 안전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방자치 단체가 재정을 지원해 성장기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농산물로 이루어진 급식을 제공하자’는 운동이다. 다행히 전국적으로 많은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운동에 참가하였으며 민주노동당은 당의 중심사업으로 이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급식조례제정운동는 단순히 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에게 조례제정을 청원하거나 부탁하는 운동이 아니다. 급식조례제정운동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민발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조례를 만들어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자치단체장과 의회에 조례제정을 요구하는 운동이다. 이러한 자주적인 주민요구에 의해 많은 지역에서 학교급식을 지원하는 조례가 만들어졌으며 ‘WTO 규정’을 들먹이며 ‘우리 농산물 사용을 지원하도록’ 한 주민발의 급식조례에 딴지를 걸던 정부의 태도까지 일정 정도 변화시키는 성과를 만들었다.
경북의 많은 지역에서 주민발의급식조례제정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구미에서는 ‘우리 농산물 사용’과 관련한 규정을 두고 조례를 발의한 시민단체들과 ‘WTO 규정’을 들먹이며 이를 반대하는 시의회 사이의 공방이 뜨겁다.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생산한 음식을 제공하자는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가 거부돼서는 안 된다. 이제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강력하게 요구해야 되지 않겠는가?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생산한 안전하고 신선한 급식을 제공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