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비와 라면값이 없어서 돈을 훔쳤습니다.”
15일 오전 10시께 슈퍼에서 현금 5만원을 훔친 혐의로 붙잡혀온 10대 4명이 포항북부경찰서 생활질서계 담당형사로부터 한창 조사를 받았다.
최모(18)군과 그의 동생(16), 이모(16)양과 또다른 이모(15)양등 4명.
이들은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받는 내내 자신들이 무슨 죄로 경찰서에 왔는지 조차 잘 모르는 듯 묻는대로 순순히 대답했다.
조사 받는 책상 한켠에는 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이 서너개 놓여있었는데 빨지 못한 옷가지랑 라면등으로 볼때 집을 나온지 오래됐음을 말해주었다.
담당형사의 말에 따르면 최군 형제는 아주 어릴적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으며 어머니와 함께 4촌 형집에서 살아왔단다.
약 2년전 어머니가 남자를 알아 가출하면서 이들의 불행은 시작됐다.
아이 셋을 둔 사촌형집에 얹혀 살던 중 생활고에 시달리던 형으로부터 약 2주 전에 쫓겨났다.
갑자기 오갈데가 없어진 최군 형제는 사촌형 집에 있을 때 알게된 이(16)양 등과 함께 친구집을 전전했으나 오래 지낼수는 없었다.
최군은 작년에 포항 놀러왔을 때 우현동에 있는 모중국집 주인아저씨가 잘해주었던 생각을 하고 일자리도 부탁할 겸 지난 13일 밤 10시30분 포항으로 왔다.
아저씨는 내일 찾아뵙기로 하고 우선 북구 항구동 모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14일 오전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으나 돈이 없다보니 재미도 없고 배도 고팠다.
마침 두호동 이모(27)씨의 슈퍼가 눈에 들어와 4명은 여관비와 굶주림에 깊은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도둑질을 하게 된 것이다.
최군은 열악한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2학년까지 다니다가 중퇴했으며 지난 8월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할 만큼 성실한 소년이었다.
앞으로 중국집 배달을 열심히 하는 한편 악착같이 돈을 모아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이(16)양도 경기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중 아버지가 밀양에서 일을 하게돼 대구에 있는 아버지 친구집에 맡겨진 상태였으며 비슷한 환경에 있는 최군 형제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상의할 어머니도 없고 아버지 마저 전국을 돌아다니시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등 거의 혼자 살아온 이양은 자신도 모르게 어린 나이에 전과자의 멍에를 썼다.
이양은 장래 유명한 미용사가 되겠다는 꿈을 꼭 이루고 싶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을 조사하던 담당형사는 “도둑질을 한 10대들보다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지못한 부모와 사회의 책임이 더 크다”며 대책없는 청소년들의 범죄에 한숨을 쉬었다.
/권종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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