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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80대 노인 2천만원 기탁 '훈훈'

노창길기자
등록일 2004-08-31 21:13 게재일 200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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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으로도 기탁 사실을 알리지 말아 주십시오.”


“익명만이라도 알려 다른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지난 27일 오전 11시 안동시청 사회복지과에서 한 허름한 한복을 입은 80대 할아버지와 담당공무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할아버지는 사회복지과 사무실을 찾아와 “이제 누울 자리는 봐 놓았다(장례비는 남겨 놓았다)”면서 자신이 평생 모은 전재산 2천만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탁한 뒤 극구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 달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이에 가정아동복지담당 직원인 박인숙(44·여)씨는 “경제가 어렵고 따뜻한 정이 메말라 가는 요즘 세상에 이런 훈훈한 미담이 주위에 감동을 주고 다른 사람이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며 통사정을 했으나 할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1시간에 걸친 박씨의 설득 끝에 이 할아버지는 “그냥 안동에 사는 것만 알리고 그 이상은 절대 밝히지 마시오”라고 말하며 시장과의 전달식과 점심식사 요청을 뿌리치고 횅하니 사라졌다.


올해 88세인 이 할아버지는 1주일 전에 시청을 방문해 “어려운 노인들과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복지시설 안내를 요청해 시측에서 지역의 애명노인마을(50명 거주)과 경안신육원(68명 거주)을 주선했으며 이날 갑자기 찾아와 자신의 전재산을 두 곳에 1천만원씩 쾌척했다.


당시에는 뜬금없이 기증 의사를 밝혀 직원들이 다소 미심쩍은 마음으로 시설을 안내했으나 할아버지는 이후 홀로 시설을 둘러본 뒤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당초 1천만원을 기탁키로 약속했다가 전재산 2천만원을 내놓았다고 시청 직원들은 전했다.


40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로 살아온 이 할아버지는 산에서 약초를 캐 이를 한약재 등으로 내다팔며 생계를 이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할아버지는 기증을 하며 “자녀 6남매를 훌륭히 키웠다”면서 “자녀들이 넉넉하지 않지만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 돼 어렵게 번 재산이지만 힘들게 살고 있는 사람을 위해


쓰고 싶다”고 밝혀 직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줬다.


박씨는 “요즘 약간의 기부금을 내놓고 생색을 내는 사람이 많은 데 끝까지 익명을 요구한 할아버지의 기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안동/노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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