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객관의 눈으로 ‘사실’(fact)을 판단하고 다뤄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현장에서의 ‘낙루’(落淚)는 무척 부끄러운 일에 속하는데 이번 경북산악연맹 K2원정대 조난사고가 그랬다.
특히 대원 3명의 실종 이틀째인 지난 10일 수색상황 취재를 위해 찾은 연맹사무실 주변에서 우연히 알게된 ‘포항 기계 출신 이모 대원 둘째아이의 백일’ 소식은 잠시 직분을 잊게 할 정도였다.
어쨌든 사고발생 20여일만인 28일 합동영결식을 마친 이번 사고는 지역과 국내 산악계는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있다.
먼저 경북연맹은 원정대원들의 조난사망사고를 처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차례의 긴급이사회 소집을 통해 유족에 대한 예우와 유품 봉환 등 사고수습에 대처한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외원정대 안전지침 등 보완대책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또 근무연수 15년차에 업무숙련도가 한창 수준인 직원 3명을 한꺼번에 잃은 포스코가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대처능력과 지금까지의 국내 산악계에 대한 공헌은 훨씬 시사하는 점이 크다.
포스코는 법적인 근거를 과감히 배제한 채 임원들이 직접 나서 유족과 후속책에 대한 협의를 통해 영결식이 무사히 거행되도록 했다.
산악인들은 포스코가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기업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산악인들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아온 기업정신을 계속 발휘해 줄 것을 바라고 있는데 이는 곧 ‘미답(未踏)의 철강세계’를 개척한 창업의 도전정신을 사원들과 공유하는 길도 될 것이다.
아울러 영결식장에서도 확인됐듯이 인터넷에 어느 ‘악우’(岳友)의 시 ‘내가 만약 히말라야에 간다면’을 올려 주위를 위로했을 정도로 흔들림 없는 태도를 보인 이대원의 부인을 비롯해 어린 두 자녀 등 유가족에게는 먼 설산에 잠든 ‘고인’(故人)의 가호가 늘 함께 하기를 빈다.
/임재현기자 im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