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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감동을 영상으로 전해주는 사진

등록일 2022-07-18 19:03 게재일 2022-07-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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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가 만났다<br/>사진가 강위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 변화의 순간을 찰나의 빛으로 포착해 붙잡아 둔다. 사진이다. 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은 기록이고 그것은 때로 증언하고 고발하는 역사가 된다.

그런데 피사체의 순간을 일정한 틀 속에 가두면서 사진가의 의도가 개입된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순간을 선택하느냐 하는 선택은 전적으로 사진가의 안목이다.

50여 년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 온 사진가 강위원. 그는 “자신이 느낀 감동을 영상언어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사진이라고 한다.

사진을 오래 찍으면 촬영 기술이 발전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상을 보는 안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경륜이고 그래서 사진가는 ‘아는 것만 보이고 보이는 것만 찍을 수 있다’고 한다.

 

50여년 다큐멘터리 사진 등 촬영… 순간 찰나의 빛으로 붙잡아 둔 ‘사진’

사진은 사실 그대로를 보여주고 시간을 정지 시키는 것, 사진은 기록이다

보는 이에게 제대로 의미전달과 감동 주어야 완벽한 사진이라 할 수 있어

 

- 요즘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동영상을 촬영한다. 동영상과 사진의 차이는 무엇인가.

△동영상은 전후의 움직임과 소리를 넣을 수 있어서 보다 사실적이다.

그러나 사진은 정지된 화면 속에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더 섬세한 조율을 필요로 한다.

 

- 주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왔다. 신문 사진과 사회고발성 사진 등과 어떻게 다른가.

△다큐멘터리 사진과 저널리즘 사진 사이에는 비슷한 것과 서로 다른 것이 존재한다.

둘 다 보는 사람들에게 의사전달(Communication) 기능을 가지지만 다큐멘터리는 스토리를 가지며 여러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널리즘 사진은 한두 장의 사진에 모든 것을 집어넣어야 한다. 특히 신문 사진은 독자의 눈높이에 맞는 사진과 신문의 마감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받는다. 사회고발성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다루는 소재로서 마감시간에 여유가 있는 잡지 등에서 테마로 다루고 있다.

나의 작업은 다큐멘터리 작업인 경우가 많지만 사회 고발적이거나 저널리즘적인 요소보다는 기록적인 면을 중시하여 역사적이거나 민족적으로 의미 있는 ‘그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교육적인 면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 사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

△사전적 의미에서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자신의 이념이나 사상 등을 가지고 개인적 작업을 하느냐로 구별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프로 사진가는 의뢰를 받은 대상이나 개인적인 작업에 관계없이 철저한 사전조사와 준비를 갖추고 작업을 하는 사람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작업은 언젠가는 매체의 요청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언제나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아마추어의 특권은 주제나 이즘 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즉 어떠한 소재라도 본인의 욕구에 따라 작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마추어들은 대부분 목적의식 없이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들은 유명인들이 발표해서 성공한 대상들을 소재로 다루거나 공모전 입상을 목표로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사진 찍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미로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를 택하라’고 권한다. 나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논어 구절을 사진 작업의 좌우명으로 삼는다. 그만큼 좋아하고 잘 아는 분야는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 깊게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경우라도 깊은 관찰과 노력이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성취를 이룬 사람이 사진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면 훨씬 깊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권한다.

 

- 예술사진이란 어떤 사진을 말하나. 모든 사진은 예술사진인가.

△사진은 예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제작 당시에 예술적인 목적으로 작업을 하며 그 목적을 달성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서도 예술사진으로 대우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출발은 저널리즘이나 다큐적인 사진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서는 예술작품의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로버트 커파의 ‘쓰러지는 병사’나 ‘노르만디 상륙작전’ 같은 사진은 촬영 당시에는 저널리즘에 속했지만 지금에는 그것들이 예술사진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예술사진은 철저하게 미학적으로 계산되어 만들어진 Making Photo쪽의 사진이거나 시공을 초월한 걸작들을 일컫는 말이다.

 

- 촬영 현장에서 연출하고 싶은 충동이나 유혹은 없었나.

△현장을 정리하거나 재구성하는 경우와 현장을 조작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르다. 이는 본질을 유지하느냐, 본질을 왜곡시키거나 형태를 변화시키느냐의 문제다.

사진을 시작할 당시 내 생활 주변을 무대로 촬영했는데 지금 보면 연출한 사진도 있다. 차츰 대상을 넓히면서 있는 그대로 가식 없는 모습을 촬영하려 애썼다.

결정적 순간, 감동을 주는 순간을 찾으려 애쓰면서 연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가식 없는 모습’을 담았다. 당시에는 주목 받지 못했지만 그 모습들이 사라진 지금 보면 본질에 충실한 도큐멘트였다.

 

-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은 같은 말인가.

△기술적으로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사진은 아니다. 좋은 사진은 촬영자의 의도를 보는 사람에게 제대로 의미전달을 하면서 감동을 주어야 한다. 사진을 보는 순간 무엇인가 큰 울림이 있으면 완벽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사진에서 찍는 기술이나 기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사진에서 인문학은 소용없나.

△사진은 누구나 찍을 수 있고 기술적인 면을 습득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누구나 짧은 시간에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문제는 쉽게 터득할 수 없다. 그것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다양한 영상문법을 터득해야만 가능하다. 인문학적인 요소는 사진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이 단순한 기술적인 매체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조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은 사진 속에 인문학적인 바탕이 깔려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진은 사진 독자적으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사진이 다른 분야와 호흡을 맞출 때에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예술사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 광고 사진이 모두 인문학과 연결돼 위력을 발휘하는 사진들이다.

- 50여 년 사진작업을 하면서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나 자랑하고 싶은 작품은.

△내가 촬영하고 발표한 모든 사진들이 하나하나 기억을 자극한다. 기억, 한 장 한 장 사진을 볼 때마다 촬영했던 당시가 생각나며 느꼈던 감동을 되살려 준다. 내가 감동을 받지 못했던 대상을 가지고 누구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특히 기억을 되살린다면 처음 사진에 입문해서 내가 살고 있는 주변을 기록한 사진들이다. 50년이 훨씬 지났다. 모두가 사라지고 누구도 믿지 않을 모습이다. 사진의 기록성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 백두산을 많이 찍었다. 계기가 있나.

△1990년부터 수십 차례 백두산을 찾아 촬영했다. 1980년대 후반 대구 시민회관에서 구보다 히로시(久保田 博二)의 ‘북녁의 산하’라는 사진전을 보면서 언젠가는 백두산을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1990년 당시 경북산업대학(현 경일대학교) 교수들을 포함한 지인들이 관광을 포함한 탐사팀을 만들 때 합류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백두산 촬영은 그 뒤 10여 년 동안 계절을 달리하면서 한 해 서너 차례씩 수십 차례 계속됐다.

언제나 천문봉 부근 기상대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움직였다. 천문봉 자하봉 화개봉 등에 접근했고 때에 따라 현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새벽 3시면 출발해 해 뜨기 전에 촬영장에 도착해서 해 뜬 후 1 ~2시간 촬영하고 11시면 기진맥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백두산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다. 백두산에서 300일 이상의 밤을 지냈지만 정말 운이 좋은 날이 있었다. 그 날은 필름을 80통이나 찍을 수 있었다. 내 백두산 10년 사진 중 최고작 40편을 꼽으면 절반이 그날 하루 찍은 것이었다.

-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공공기관 등 곳곳에 걸려있더라.

△백두산 작업을 모아 1993년과 1995년 전시회를 열고 작품집을 발간했다. 특히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 ‘백두산 4계와 야생 동식물전’은 나의 사진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영광스러운 전시였다.

촬영에는 학술진흥재단의 연구비를 지원받는 행운도 누렸고 학교의 지원으로 전시회를 열 수도 있었다.

인문학자와 공동 연구가 가능한 것이 백두산 사진의 성공이 됐고 같이 갔던 사진기자가 자기 이름으로 회사에 전송해 이름을 도용당하기도 했다. 백두산 자연보호국에 근무하면서 백두산과 야생 동식물을 촬영한 중국인 왕영씨와 함께 한 전시로 경향 각지에서 개최됐다.

백두산 촬영을 통해 지금까지의 풍경 사진에 대한 개념을 바꾸게 됐다. 돌 한 개, 나무 한 그루라도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 의미를 찾고 역사적 사실과 연결시켜 정신적 요소까지 강조하는 이퀴발란스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 사진기자로 월남전에 종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한국 기자들이 취재가고 있다.

△월남전과 우크라전은 모든 것이 다르다. 월남전을 회고하면 전쟁이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당시 월남의 마을에 남자라고는 팔 다리가 떨어져나간 부상자와 노인이 있을 뿐이었다. 젊은 여자들은 모두 도회지 술집으로 나갔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현장을 찍었어야 했다. 전쟁이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사진이니까.

 

- 사진가로서 평시에 사물을 대하는 태도는 일반인과 어떻게 다른가.

△사진을 처음 접하는 순간에서부터 지금까지 사진 속에 빠져서 살아왔다. 초기의 사진과 지금의 사진 속에서 사진적으로는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단지 인간적으로 숙성이 되고 인문학적으로 단련이 되어서 대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50년이 넘는 시간을 사진이라는 분야에 외골수로 파묻히다 보니 대상을 보는 눈이 새롭게 뜨이는 것 같다. 내가 표현한 이미지가 어떤 느낌을 보여줄 것인가는 항상 고민하는 화두다.

□ 강위원(姜衛遠·73)

사진가. 전 경북산업대 교수. 영상인류학자.

대구출생. 대구공고, 영남대 공대 화학공학과 졸. 홍익대 산미대학원 사진전공 미술학석사.

경북공고 교사,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역임.

연변대 예술학부 초빙교수 역임, 북경 중앙민족대학 한국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임.

대한민국사진전람회 초대작가, 운영위원장, 심사위원 역임. 대구사진대전 초대작가, 운영위원, 심사위원 역임.

‘팔공산’ ‘백두산의 사계’ ‘조선족의 오늘’ ‘보고싶다’ 등 사진집 및 저서 16권.

광복 50주년 기념 ‘백두산 4계와 야생 동식물전’ 등 국내외 개인전 27회,

금복문화상(2002), 녹조근정훈장(2010), 대구시문화상(2018), 한국사진문화상 공로상(2018) 수상.

외삼촌의 영향으로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나 1968년 월산예술학원에서 사진에 입문하면서부터 사진에 매료됐다. 자연을 재해석해 환상적인 색의 세계를 보여준 ‘Fantasy of Nature’ 사진집 출판과 개인전으로 주목을 끌었고 사진집 ‘팔공산’으로 인정받았다. 스스로를 ‘영상인류학자’로 정의하는 그의 사진 작업은 사진예술의 한계를 초월해 시대를 기록하고 역사적 흔적을 담아내려 노력했다.

/이경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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