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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 없어져도 나몰라라… 소비자 분통

이바름기자
등록일 2021-07-05 20:24 게재일 2021-07-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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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업체 직원 의심돼도 객관적 증거 없이는 절도 신고 어려워<br/>분쟁 예방 위해 계약서 작성하고 배상보험 가입 여부 확인해야
“이삿짐을 분실했는데,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포항시 남구에 거주하는 이모(51)씨는 최근 이사한 새집에서 짐을 풀어보던 중 상자 한 개가 없어진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이삿짐센터에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고, 책임이 없다”는 말 뿐. 경찰서에서 만난 형사는 혐의점이나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절도 신고를 하면 오히려 무고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분실 신고를 안내했다.

이씨는 “짐을 건드린 사람은 이삿짐센터 직원들 밖에 없는데 막상 이걸 증명하라고 하니 참 답답하다”며 “절도는 수사기관에서 CCTV나 이런 걸 볼 수 있지만, 분실신고는 단순히 누군가의 선의만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한탄했다.

이렇듯 이사 과정에서 짐을 잃어버려도 개인이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짐을 옮기기 직전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증거자료를 남겨두지 않으면 이사가 끝난 뒤 분실물이 발생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어 책임과 피해는 오롯이 당사자의 것이다. 정황상 이삿짐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이삿짐센터 직원 뿐이라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부인하면 그만이다.

수사기관이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증거나 증언이 없는 상황에서 자칭 피해자의 심증만으로 개인 간의 시비에 개입했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때문에 경찰서를 찾는 민원인들을 절도보다는 분실 신고로 유도하지만, 실제로 분실 신고된 짐이 주인에게 되돌아가는 경우는 극소수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포항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이삿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제3자가 상황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에 단순히 접근할 수는 없는 사안”이라며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 CCTV나 주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원래 있었던 짐이 이사 과정에서 없어졌다는 걸 피해자가 우선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사 비용과 방법, 물품의 내역 등이 상세히 기재돼 있는 이삿짐 계약서를 작성해두면 물품 훼손 및 파손과 분실 등의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이사업체를 선정할 때는 적재물배상보험 가입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도 피해 구제의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서가 없는 경우에도 이사업체와 소비자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공정거리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나, 상법 제135조에 따라 업체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어떤 물건을 분실했다고 주장했을 때 이사업체 측에서 애초에 운송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 이를 소비자가 본인의 이삿짐에 해당 물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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