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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간이 장사역, 근시안 아닌가

전준혁·이동구기자
등록일 2017-07-26 02:01 게재일 2017-07-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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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우선 개통 앞두고<bR>시설공단 운영계획 `논란`<bR>역무원·대합실·매표소 없고<bR>승차 뒤 발권 등 불편 뻔해<bR>주민들 “관광 요충 뜨는데<bR>한치 앞 못 내다봐” 비난<bR>공단측선 “교통 수요 근거”
▲ 연말개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인 동해중부선 장사역의 모습.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무인 간이역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장사역에는 전기실과 통신실 등 기계설비가 들어가는 건물(왼쪽)뿐이다. /이용선기자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는 신설 동해중부선 장사역이 무인 간이역으로 건설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역주민들은 교통량 수요예측이 엉터리라며 정상적인 기차역 시설을 갖춰줄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에 들어설 동해중부선(포항~삼척) 1차 개통구간인 포항~영덕 구간의 4개역 가운데 한 곳인 `장사역`이 무인 간이역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국도시시설공단 영남본부측이 25일 밝혔다.

16억300만원을 들여 철근콘크리트조 지상 1층(연면적 220.57㎡)으로 지어지고 있는 장사역은 눈비를 피할수 있는 시설만 갖추고 있다. 대합실이나 매표소는 없고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전기실과 통신실 등 기계설비를 위한 공간만 갖추는 등 황량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장사역에서 동해중부선 열차를 이용하려면 바로 승강장으로 이동해야 해 열차 진입시 자칫 안전사고마저 우려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승차권을 구입하는 발권도 열차에 탄 뒤 이뤄지게 된다. 첨단 예약시설 등이 도입되고 있는 각종 시설 이용 추세에 비춰보면 원시적인 이용 시스템이 구축되는 셈이다. 승객이 많을 경우엔 표를 끊느라 열차 내에서 북적거려야 하는 등 예기치 못한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도시시설공단측의 장사역 이용객 추정치가 주민들의 예상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기차역을 건설하는 국토해양부 기준은 하루 이용객이 300명을 넘어야 한다. 공단은 외부기관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장사역 하루 이용객이 65명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영덕군과 지역주민들은 “지역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이용객 산정”이라며 “현실과 맞지 않은 엉터리 수요예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단 측의 계획 변경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단 측은 국토부 기준과 전문기관 용역에 따른 결과라며 새로운 시설은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기본적인 대합실과 안내직원 등은 기차역의 기본적인 요소로, 하루 이용객 규모에 따라 시설 유무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향후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했다. 동해안 명사십리 장사해수욕장에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한 양동작전으로 벌어진 장사상륙작전이 재조명되고 있는 사실을 들었다. 3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문산호 복원사업이 진행되는 등 관광지로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역사 규모로는 향후 이용객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류문찬(63) 장사리 이장은 “착공 당시 간단한 설명회만 한 번 하고 주민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역사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며 “지역주민 대부분이 노인들인데 기차역에서 이들을 안내할 직원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마을 도일환(75) 노인회장도 “정상적인 역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대로 지어진다면 지역민들이나 관광객, 철도 이용객들이 역에 와서 잠시 앉을 곳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덕군에서도 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덕군은 이와 관련,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국토부 등 관계기관을 상대로 역사 개선의 필요성을 계속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대안으로 광장에 파고라를 설치하는 방안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영덕군 관계자는 “동해선 포항~영덕 구간의 역사 모두 규모가 전반적으로 협소하고 주차공간 및 편의·휴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특히 간이역으로 지어지는 장사역은 여러 차례 시설공단에 대합실 마련 등을 건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대합실 마련 등 역사 증축과 관련해서는 부지가 충분히 확보된 만큼 운영 이후 상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영덕역에서 CCTV를 이용해 역사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역무원이 없는 것도 문제될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해중부선은 포항역에서 삼척까지 모두 166.3km구간에 단선으로 건설되며, 올 연말 개통되는 포항~영덕 구간에는 월포, 장사, 강구, 영덕 등 모두 4개역이 들어서게 된다.

/전준혁·이동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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