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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역 말고도 줄줄이 `무인역`

전준혁기자
등록일 2017-07-31 21:09 게재일 2017-07-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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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개통 영덕~삼척구간<BR>대부분 `간이 무인역` 추진<BR>탁상행정식 교통량 조사에<BR>전문가들 신뢰성 의문 제기<BR>영덕~상주고속도 예측도<BR>10배나 어긋나 `반면교사`

속보= 동해중부선 장사역의 무인 간이역 운영 논란<본지 7월 26일자 1면 보도>에 이어 사업담당 기관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밝힌 이용객 예측수요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지난해 말 개통한 영덕~상주 고속도로도 예측수요보다 많게는 10배 이상의 차량이 몰려 뒤늦게 톨게이트를 추가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어서 외부 용역 기관의 일방적인 예측 수요에만 의존하는 현 국책사업 시스템 자체에 대해 근본적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영덕 간 4개 역사는 하루 이용객 300인 이상은 보통역, 300인 미만은 간이역으로 계획됐다.

즉 장사역은 설계과정에서 전문기관의 수요분석 결과에 따라 일 이용객 65명으로 예측돼 철도운영자인 코레일과의 협의를 통해 여객 대합실은 승강장 내 설치하고, 역무원은 배치하지 않는 역무원 무배치 역사로 계획했다는 것. 이 사실이 뒤늦게 지역 사회에 알려져 논란이 일자 공단 측은 개통 후 주변 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이용수요 예측을 초과할 경우, 여객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역사 증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공단이 밝힌 월포역(보통역) 717명, 장사역(간이역) 65명, 강구역(보통역) 317명, 영덕역(보통역) 663명의 예측 수요 자체가 믿을 수 있는 수치인지에 대해 학계 등 지역사회에서는 극히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구자문 교수는 “동해중부선 포항~영덕 구간의 전반적인 역사가 이용이 힘들고 위치도 부적절하며, 수요예측도 한참 잘못됐다”면서 “지금 예측된 수요보다 최소 2배 이상을 늘려서 역사건설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사고 위험도 커 무인 간이역은 실정에 맞지 않다”며 무인 간이역 시스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을 덧붙였다.

이에 연말 개통을 앞둔 4개 역사 중 유일하게 무인 간이역으로 건설된 장사역의 수요 자체가 빗나갈 경우 안전문제 등에서 이용객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더욱이 공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완공 예정인 2단계 구간 영덕~삼척에서도 병곡, 평해, 기성, 원남, 죽변, 북면, 원덕, 매원 등의 역사가 장사역과 같은 규모로 계획돼 있어 동해중부선 역 대다수가 무인간이역으로 운행되면서 동일한 문제에 노출될 소지가 다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일대 철도학과 김한영 교수는 “무인 간이역은 기존 보통역에서 이용객의 감소로 불가피하게 축소된 경우가 대다수며, 신설역을 무인역사로 배치하는 경우는 특이한 상황이다”면서 “65명이라는 예측수요는 장사역의 관광지라는 지리적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듯하며,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설계는 이용객 평균치를 가지고 해서는 안되고 최고 이용객 수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열차진입 시 승객 횡단 및 안전 추락사고, 여름철 관광객 집중으로 인한 통제 불가능 상황 등에 대비해 인원이 상주해야 한다. 이는 공단 측에서 밝힌 CCTV 관제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단 측에서는 전국 673개역(2015년 철도통계연보 기준) 중 역무원 무 배치역이 287개역(42.6%)에 해당한다는 근거를 들며 장사역을 역무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건설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65명이라는 예측수요 조사는 외부 기관에서 한 내용이라 신뢰성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는 없고, 수요 근거자료도 비공개라 공개할 수 없다”며 “수요조사가 그렇게 나왔기 때문에 무배치 간이역이라는 사항을 변경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승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코레일은 “현재 운행 중인 무배치 간이역의 거의 대다수가 여객을 취급하지 않는 화물역이다”는 입장을 밝혀와 장사역을 계기로 관광지 여객 취급 신설역이 무인 간이역으로 건설되는 것이 타당한지의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준혁기자 jhje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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