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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협 채권투자로 100억대 날렸다

권광순·권기웅기자
등록일 2014-03-11 02:01 게재일 2014-03-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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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김천·영덕 등 도내 17곳, 282억 `몰빵`했다 법정관리 날벼락<BR>일부선 리스크委 심의도 안거쳐 논란…대규모 경영부실사태 우려

경북도내 지역농협들이 무분별한 증권투자에 `올인`하면서 주로 농민들인 고객 돈 수백억원을 날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10일 농협은행 경북본부에 따르면 도내 지역 농협에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팬오션과 동양증권 등 부실기업의 회사채에 대해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농협은 리스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대규모로 외부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알려져 책임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문제의 기업에 투자한 경북도내 지역농협은 안동, 김천, 영덕 등 모두 17곳에 282억원. 지난해 외부 투자 실패로 손실된 금액만도 100억원 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전국 120여 곳의 지역농협에서 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다 증권투자까지 포함한 금액이 3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신용대출의 경우 사실상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여서 사상 최대 규모의 농협 경영악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안동지역의 경우 A농협은 지난 2010년 증권사를 통해 STX그룹과 계열사 한 해운사의 회사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여유자금 72억원을 투자했고, B농협은 1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문제의 기업이 지난해 11월 부실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투자금액의 절반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른 투자 손실도 적게는 4억8천여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 대에 이르고 있다.

해당 농협측은 “농협중앙회 예치금의 이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3% 이하인 예치금 이자율보다 수익률이 높은 외부 투자에 현혹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나마 2023년까지 남은 투자액 가운데 33%는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지만 나머지 67%는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 주식으로 상환하는 바람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법정관리 후 STX그룹에서 분리된 문제 기업의 독자회생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시장분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농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외부 투자 담당자들의 전문성 부족과 정보력 부재, 증권사 직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이 복합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이라며 “특히 일부 농협에서 투자의 안전성을 고려해 분산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대기업 그룹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신용 리스크가 확산되자 조선, 건설업 등 경기민감 업종에 대한 회사채와 기업어음 투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적절한 조치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대체적이다.

안동/권광순·권기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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