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장기기업신용등급 및 채권등급을 `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S&P가 포스코의 등급 하향을 경고한지 5개월 만이다.
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하락한 이유로 앞으로 12개월간 재무건전성이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철강 수요 침체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을 꼽았다. 현대제철의 생산력 강화와 일본, 중국 등 수입철강제품 대비 가격경쟁력 약화 등 취약해진 시장지위도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번 신용등급 하락이 포스코의 경영상태가 악화됐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세계 철강경기의 깊은 침체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이, 올해 6월에는 신일본제철의 신용도가 각각 하락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하락세인 세계 철강경기의 회복이 더디어 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포스코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작용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여전히 고로를 가진 세계 철강회사 중 유일하게 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을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그간 공격적인 해외 자원개발 및 인수합병(M&A)에 나섬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스코는 지난해 기준 총 차입금이 9조1천930억원으로 전년대비(6조1천130억원) 무려 5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차입금은 1조1천190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국내에서만 1조3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에는 일본 금융시장에서 발행되는 엔화표시채권인 사무라이본드를 총 414억엔(6천217억원)어치를 발행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차환 목적의 채권 발행이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년 전만 하더라도 마이너스를 유지했던 순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6조원대로 늘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의 현금자산이 2~3년새에 7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S&P는 포스코가 등급하향 조건인 영업현금흐름(EBITDA) 대비 차입금 배율이 2배 이상을 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는 2.7배, 내년에는 2.9배로 올라간다는 것이다. 특히 포스코가 1년 이내 기존 전망치 보다 규모를 늘린 자본투자를 단행한다면 신용등급이 한차례 더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스코는 2008년 대우엔지니어링 인수에 이어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 인수자금이 약 3조원에 이른다. 올 상반기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이뤄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예상보다 높은 인수가격을 써낸 CJ에 밀려 인수를 포기했다.
포스코는 미국,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철강수요 감소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21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당초 1조원 규모로 알려졌던 연간 투자규모 축소 폭을 1조3천억원으로 확대하고 연간 원가절감 목표를 당초 1조원에서 1조4천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