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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여·야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라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18대 국회의 실패를 딛고 오늘 우리는 19대 총선의 투표를 마쳤다. 향후 4년의 정치주역들을 선택한 것이다. 19대 국회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열강의 리더쉽이 바뀌고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급변할 가능성을 가진 역사적 대전환기에 물려있다. 우리의 국운이 걸린 막중한 사명을 띤 것이다. 그럼에도 개표가 끝나면 여느 선거때처럼 새누리당이든 야권연대든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에서 환희나 비애의 표정과 함께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든지“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든지 하는 수사적 반응을 곁들이는 것으로 첫날이 마무리될 것이다. 선거의 전 과정을 지켜본 국민으로서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통상적 반응보다 19대 국회가 18대 국회보다 나은 정치를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선거는 국민화합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지만 근래 우리의 선거 결과는 그러질 못했다. 특히 18대국회는 국민이 선택한 다수정파에 소수정파가 승복하지 않고 파행과 폭력이 국론의 분열과 국민의 불화를 증폭시켜왔다. 그것은 18대총선이 선거과정에서 정파간 갈등과 대립을 녹여내지 못한 채 국민선택이란 요식행위만 치렀기 때문이다. 아무리 국민의 신성한 심판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해도 승자는 자신들의 단점을 반성하고 패자의 장점을 수용하는 자세를 가지기보다 자신들의 승리에만 도취했고 패자는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인정하기보다 승자에 대한 증오를 내면화하고 폭발의 기회를 엿보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18대총선에서 국민들이 선택한 것은 화해와 융합을 선택했다기보다 독선과 증오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도모하는 안건 외에 합의처리된 안건이 많지 않다는 것은 국회의원들이 세비 등으로 국민의 세금만 축낼 뿐 국민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도움은커녕 정치가 오히려 국민의 스트레스만 가중시켰을 뿐이었다.그러나 이번 선거도 이미 시작부터 여간 실망스럽지 않았기 때문에 새 국회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선거초반 이른바 야권연대를 성사시킨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반미를 중심에 둔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의 반대를 연결고리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이념 갈등이 증폭되었고 국민간의 분열도 더 격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공천에서도 새누리당은 친박근혜계 인물들이 주류로 등장하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이른바 당 정체성 우선을 빌미로 한 노무현계의 이념지향적 정치인들과 진보통합당의 종북성향 인물들이 대거 진출한 것은 그같은 대립을 더 격화시킬 것 같다. 선거판에 등장한 인물 가운데 민주당의 김용민 후보 같은 패륜적 언행을 일삼은 사람까지 공천을 받았다는 것은 정치와 정치인의 저질화가 예고되는 것같이 느껴진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선거종반들어 정부의 민간인 사찰 공방과 함께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쌈질만 일삼는 선거로 변질된 것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19대 국회와 한국정치의 앞날을 서막부터 어둡게 하는 징조인 것이다.선거기간 내내도록 한반도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문제로 국내외의 긴장감이 폭발 직전까지 고조되었다. 남북간 군사대치의 첨예화는 물론 주변 강대국들의 온갖 첨단무기 배치로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되었으나 선거기간 내내 국가와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 없는 듯 정치권은 선거에 북풍의 영향을 우려하는 자세로만 일관해 왔다. 정치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목적이 실종된 정치현상만 이 땅을 휩쓸었던 것은 이번에도 국민이 정치권을 걱정해야 하는 전도된 상황임을 말해준다.이제라도 달라져야겠다는 정치권의 각성이 없는 한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정치망국의 현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 격화된 정파간의 갈등과 대립이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집권을 위한 진흙탕 싸움판만 키워간다면 선거는 국가적 재앙이 되지 않을까. 여야는 먼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는 애국심을 회복할 때다.

2012-04-12

민간사찰… 또 혹세무민하나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한다. 이 말에는 선거가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보여주는 가장 화려한 상징이며 그것이 잘못되면 민주주의는 시들어 죽고 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우리는 선거에 의한 국회의 정상적 구성과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훌륭하게 민주주의의 꽃을 피워왔다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비록 법적 하자가 없는 합법적 선거를 해 온 것은 분명하나 선거의 승리와 패배가 국민의 올바른 뜻에 부합했던 것인지에는 많은 회의를 갖게한다. 특정 정치세력의 선거공작이나 흑색선전, 선동적 정치공세 등으로 민심이 왜곡되고, 그것이 부당한 승리를 만들어냈던 경우들을 뼈저리게 경험해 오면서 선거가 야바위 노름처럼 흘러가는 것을 개탄해왔다. 선거 때마다 온갖 사건들이 돌출하면서 폭로세력과 편향언론들이 만들어내는 혹세무민과 여·야 공방으로 국민들은 사건의 정확한 전말도 모른 채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같은 폭로의 대표적 사례가 김대업 병풍(兵風)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났듯이 김대업 사건은 당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의혹을 허위로 폭로한 김대업의 주장을 언론들이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과대보도함으로써 상대후보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생생한 기억을 우리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이들 사건의 특징은 유권자인 국민이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고 판단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짧은 선거기간내에 폭로나 공작이 이루어짐으로써 이를 주도하는 세력이 유리하게 선거를 이끌게 된다는 점이다.4·11총선이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KBS새노조가 현 정부의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민간인이 포함된 광범위한 불법 사찰을 해 온 사실을 기록한 문건을 입수했다는 주장과 함께 이를 폭로한 사건도 이전의 김대업 사건의 전개와 흡사하다.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4·11총선의 승패를 판가름할 폭발적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놓칠세라 야권연대는 이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하며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공격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첫 반응을 보인 반면 여당은 특검을 통해 먼저 진실을 밝히고 정파를 초월해 불법사찰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우자고 역설했다.그러나 직접 공격을 당한 청와대는 이번에 폭로된 문건은 노무현 정부 때의 사찰 내용이 80%라며 처음 문건을 공개한 KBS와 야권에 반박의 포문을 열고 자료공개도 할 수 있다고 맞섰다. KBS새노조는 청와대의 반박에 “구라, 격조있게 까라”고 비속어로 거짓인 양 몰아붙이다가 5시간 후에 오류를 사과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같이 노정권의 사찰이 불거진데 대해 “더러운 청와대의 물타기”라 비난했고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이를 전면 부인함으로써 이제 사실 자체를 무시하는 막무가네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간에도 사실에 대한 규명보다 진영의 이해에 사로잡혀 일부에선 새누리당에 대한 극단적 공격을 하는 반면 일부에선 과거 김대업 사건의 재판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아직 이 문건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법과 절차를 거쳐 작성되었는지 전모를 밝혀내기 전까지는 많은 논란과 혼미를 거듭할 것 같다. 그러나 청와대가 일단 문서를 공개할 의향을 가진 만큼 선거기간내에 이를 공개해서 김대업 사건 때처럼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민심을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특히 이번을 계기로 선거기의 유언비어와 허위폭로 등 한건주의가 사라지게 하자면 폭로와 관련한 잘못을 범한 개인과 집단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엄중 처벌은 말할 것도 없고 표로써 엄중 심판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정권당시의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당시 총리들에게도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옳을 것이다.

2012-04-04

北미사일 발사와 종북세력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북한이 남한쪽으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며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도 국민들과 정치권은 별로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북한의 발표는 남한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지만 어쨌든 우리 지역을 통과할 뿐아니라 발사에 실패할 경우 우리 군이 요격태세를 갖추고 있다해도 로켓과 추진체 등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설사 핵폭탄을 장착한 것이 아니라도 우리에게 엄청난 공포의 대상이다. 지난 번처럼 미사일 발사후 핵실험을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더욱 가공할 일이다. 이는 북한의 주장대로 단순히 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것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핵공포를 미사일에 실어 나를 가능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진작부터 제재에 나섰고 이번에도 나선다지만 직접적인 예상 피해대상은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실효적 대책과 향후의 대비에 초미의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북한의 무모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 우리를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공포가 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정치권은 국제사회의 반응보다 미온적인 느낌이다. 지난 26일 개막된 서울의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주요국들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비해 정치권은 4·11총선과 관련, 이같은 북한의 망동이 어느쪽에 유리할 것인지 표계산에 더 골몰해 있거나 아니면 침묵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이룬 통합진보당의 주류가 북한을 추종하는 주체사상파라는 보도는 너무나 놀라워 할 말을 잊게 한다. 민주통합당의 야권연대 비밀문건에서 통합진보당의 주류는 `경기동부연합`이라 했다는 것이고 `경기동부연합`은 통합진보당의 과거 뿌리였던 민노당에 몸담은 적이 있던 진중권씨가 주체사상파의 한 갈래라고 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주도한 반미코드의 제주해군기지 반대와 한미FTA재재협상에 민주통합당이 끌려가 야권연대를 이루었던 그간의 사정을 보면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할 경우 북한의 이같은 맹동이 국내 정치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찔하고 한심할 뿐이다. 특히 종북적 정치세력이 국회 원내교섭단체까지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은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말해 준다.이에 대해 야권연대는 25일 총선 공동선대위 첫 공동논평에서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보도는 `시대착오적 색깔론`이라 주장하며 통합진보당과 관련된 종북노선을 부정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했던 인사들의 구체적 증언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반박주장이 아니어서 설득력이 없다. 통합진보당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한 소행임을 부정했는데다 특히 `경기동부`의 브레인이면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남편인 심재환 변호사는 대한항공 KAL기폭파범 김현희에 대해 “완전히 가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그를 이 대표의 `아바타`라고 할 만큼 북한 추종적 행태가 드러나 있다. 야권연합이 `색깔론`을 주장하려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드러난 사실 뿐아니라 종북적 행태에 대한 증언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굶주림을 못이겨 탈북사태가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온갖 비참한 인권유린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천문학적 돈을 들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려는 북한 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을 이번 총선에서 국정 주역으로 끌어들인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 우리 국민이 지금 북한주민이 받는 고통 이상의 응보를 받더라도 할 말이 있을까. 설사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로켓발사를 제재하는 결의를 한다해도 우리 국민의 단호하고 통합된 대비태세가 없다면 북한의 야욕과 위험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투표에 앞서 어린이들도 도와줄 대상으로 알고 있는 북한을 추종하는 정치인들의 정체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2012-03-28

原電, 주민감시 체제 갖춰라

홍종흠 시사칼럼리스트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국내원전은 안전하다고 장담했던 정부와 한수원이 고리원전1호기 비상발전기 고장사고에서 보여준 거짓말과 은폐의혹, 안전불감증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소름끼치고 두렵고 황당하기만 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가공할 지옥의 황무지로 변한 일본 피해지역의 TV르포를 보고도 비상발전기의 고장을 제대로 점검도 않은 채 원자로를 가동한 한수원의 처사와 감독부서인 대통령직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지식경제부의 직무태만은 국민에게 엄청난 배신감과 불신을 준다. 특히 우리나라의 핵발전소 4개 지역 중 이번 사고원전이 포함된 3개 지역이 영남권 동해안에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경주와 울진 2개 지역에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경북지역민으로서는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가운데 올해 설계수명이 끝나는 경주 월성1호기의 연장가동을 추진하는 한수원에 대해 지역주민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남권 지역민들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할 수밖에 없다.지금 국민들은 원전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필요한 사업이고 기술적으로 안전성이 보장된다 해도 이번 경우처럼 관리태만과 직무유기로 사고의 가능성이 언제고 현실화될 수 있다면 원전사업은 절대로 추진해서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전기공급이 어렵더라도 대재앙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설의 안전성이 입증된다해도 시설을 관리하는 인적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면 원전사업은 폐기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이번 사고를 계기로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한 국민의 공포감을 씻어주기 위해서는 이미 계획된 원전건설을 추진하기에 앞서 기존의 모든 원전을 다시 점검하고 원자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비상발전기 전체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인 현행법에 따른 독점규제권을 가진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형식적인 민간환경감시기구에 의한 점검만으로는 불신을 씻을 수 없다. 고리1호기의 경우 이미 비상발전기의 정식 점검에서 정상작동으로 판정받았는데도 실제 고장난 상태로 있었던 사실은 부실점검을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점검 시스템을 믿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겠다는 것이다.고리1호기 고장의혹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밝혀내는데 앞장섰던 사람은 그 지역민이었다. 원전주변의 주민들보다 원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전점검에는 주민들의 실질적 참여와 감시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라 원전이 위치한 지역의 주민과 지방의원,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있지만 원전은 국가 최고등급의 보안시설로 지정돼 있어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여러 절차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 원전 관련 정보는 한수원과 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한수원외에 지역주민의 감시체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민관공동감시체제가 이뤄져야 이번과 같은 원전 내부의 안전불감증과 기강해이, 정보은폐, 부실점검 등이 시정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같은 문제점들은 원전 조직내의 학연 등에 의한 조직내의 봐주기 관행이 굳어진 결과에서 빚어진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주민들의 감시와 견제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정부와 한수원은 아직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점검하는 데 주민들의 감시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원전 주변 주민들과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와 원전측이 아무리 철저한 점검을 한다해도 이를 믿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법제정 이전이라도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서 점검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점검의 불신을 막는 길일 것이다.원전은 이제 국민의 신뢰 없이 추진해서도 안되고 추진할 수도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주민참여로 신뢰를 쌓는 것이 원전 강국으로 가는 기반을 튼실히 하는 길이다.

2012-03-21

해군을 `해적`이라는 자들을 그냥 두면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진행과정을 보면 영토와 민족을 지키지 못했던 우리의 과거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중국이 관할권 주장을 하는 이어도에서 한중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부산 해군작전사에서 이곳까지는 21시간 걸리고, 건설이 시작된 제주해군기지에서는 7시간 걸린다고 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세력들의 주장대로 되면 이어도는 사실상 지킬 수 없고 이는 이어도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시키겠다고 공약한 이번 총선의 야당 통합세력과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표현하는 야권의 비례대표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무리들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우리의 영토주권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우리의 국군을 적대시하는 입장으로밖에 보이지않는다.조선 세종조이후 우리가 경략해 온 대마도에 대한 지배권을 방치한 결과 일본이 슬그머니 자신들의 영토로 편입했던 것이나 국가안보의식 없이 문치일변도로 국정운영을 했던 조선이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도륙당한 일은 천추의 한으로 남아 있다. 그러고도 반성을 하지 못한 조선은 인조반정이후 청조의 간섭하에 사실상 무장을 해제당한 채 살아오다 일제 침략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 무렵 일본은 만주지역의 우리 땅 간도를 청나라에 넘겨줬으나 군사력이 없는 우리는 한마디 항변도 하지 못했다. 한국동란을 겪으면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던 우리는 국가의 명운이 바람앞에 촛불처럼 위태로웠던 시기를 보냈으나 아직도 우리는 분단과 전쟁의 위험속에서 일본, 중국 등 강대국의 영토야욕 위협에 노출돼 있다.특히 제주해군기지는 단순히 이어도 분쟁에만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와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모든 해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방기지다. 이 길이 위험해지면 우리의 생존이 어려워진다. 지금 제주지역과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의 해로 중간에는 현재 일본 영토로 돼 있는 오키나와를 포함한 류쿠 열도와 대만이 연결돼 일본과 대만, 중국이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오키나와 기지를 빌려쓰고 있기 때문에 이 해역에서 일본, 중국, 미국, 대만이 상호 견제하는 가운데 우리에게 직접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해역에서 일본이 자국영토라며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는 센카쿠열도를 중국도 자국영토라며 댜오위다오(釣魚島)라 부르는 이른바 센카쿠도 분쟁은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 우리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심각하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중국측은 최근 센카쿠가 포함된 “옛 류쿠왕국이 1879년 일본에 합병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사실 국제법전문가들은 일본의 류쿠왕국 합병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옛 류쿠왕국은 중국에도 신하의 나라라며 조공을 바쳤고 조선조에 대해서도 신하라고 자칭하며 조공을 바쳤다. 일본이 국제관계와 왕국의 주권을 무시하고 합병한 것은 옛 류쿠국민들 뿐아니라 주변 관련국과도 외교적 문제가 있는 것이다. 중국이 센카쿠도 분쟁을 류쿠문제로까지 확대할 경우 우리의 태평양 진출로는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중국의 의도대로 이 문제에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면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사실상 중국의 내해국가(內海國家)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어도의 분쟁화를 노리는 중국은 이른바 류쿠공정의 한 부분으로 이를 문제삼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제주 남쪽의 이어도와 남중국해의 문제는 한반도의 가장 긴급한 사안이 되고 있다.과거 우리의 영향권하에 있던 간도지역과 대마도, 류쿠지역이 우리의 무관심과 문약(文弱)으로 주변강대국 관할로 넘어갔다. 그 결과 북으로 육로가 봉쇄되고, 남으로 해로마저 봉쇄될 위기를 맞았는데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세력을 그냥 둔다면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구럼비바위가 없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올 총선과 대선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2012-03-14

이제 국민심판 기준을 생각해보자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대 국회의원 공천이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마무리됐다. 총선 투표일도 불과 한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의 혼란한 공천과정과 공천결과로 옥신각신하다가 정작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후보 검증 기간을 놓쳐버릴 것같은 현상은 예년의 총선과 흡사하다. 국민을 혼미속에 빠트리는 이같은 정치행태는 또 한번 국민불신을 키울 뿐이다. 그러나 정치의 수준이 국민의 수준이라면 주어진 선택의 범위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무관심과 냉소는 현재의 정치수준마저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보면 이제는 국민이 여야의 공천결과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그 범위에서도 가장 바람직한 선량을 가려내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이런 관점에서 우선 19대 국회는 어떤 국회라야 할 것인지, 그 기간의 정치권은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할지를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미 각 당이 만든 정강정책과 총선공약은 대체로 여야 정당이 가진 국가미래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그 공약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보는 정당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다음 이번에 공천된 인물들이 소속정당의 공약과 지역 공약을 실천할 역량이 있는지를 평가해보는 인물 검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만약 여야간에 공천과정과 공천자 선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무소속을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번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당명과 정강정책을 바꿔 종래보다 분배를 중시하는 맞춤형 복지를 지향하는 경제정책과 남북대화 복원에 초점을 맞춘 대북정책의 변화를 특징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현 MB정권과는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야당에 대해서는 정권심판 자격론의 시비와 함께 일관성없는 정책과 과거의 무능을 부각시키고, 특히 대외문제와 관련, 한미FTA의 일관된 추진을 야당과는 가장 극명한 정책적 대척점으로 드러내고 있다. 후보공천의 심사기준으로는 이같은 정책 쇄신을 추진할 의지와 함께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대상으로 하되 당선가능성을 우선시했다는 것이다.한편 통합민주당은 무상복지, 보편적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경제정책과 과거 민주당과 유사한 대북포용 노선을 선택하고 현 MB정권에 대한 심판과 함께 새누리당의 동반책임론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권의 노선과는 달리 한미FTA를 극력 반대하며 이를 고리로 통합진보당과의 총선연대를 이루고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후보공천은 과거 열린우리당 출신을 근간으로 구 민주계 호남세력을 배제하고 386세대를 대폭 충원했다. 이를 두고 당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삼은 공천이라고 발표했다.이같은 여야의 정강정책과 공약, 그리고 이를 실행에 옮길 공천자를 보면서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다. 다음 국회와 다음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양극화 해소와 서민층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 되는 경제정책일 것이다. 외교와 남북문제에서는 무엇보다 세계 제2의 경제력을 가진 중국을 비롯한 주변 4강과 관련된 한국의 생존 및 발전 전략일 것이다. 이와 연계된 한미FTA, 한중FTA의 처리문제가 우리의 경제발전과 안보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주는 변수가 될 것이다. 공천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선 부패에 연루된 인물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현 정부의 실패도 부패가 가장 핵심 요인이었다. 세계적으로도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문제도 복지 포퓰리즘보다 부패가 더 큰 요인이 되고 있음을 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선 청렴도를 선택의 제1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관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최근 민주당이 뇌물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을 사무총장에 기용하고 단독 공천한데서 발생한 당지지도의 저하는 국민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것이다.

2012-03-07

탈북자 문제와 민간 외교력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탈북자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화두가 되고 있다. 선불교에서 간화선의 방식을 선택하는 수행자는 인생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풀기 위해 화두라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화두가 풀리면 모든 의문이 풀린다고 한다. 이 때 사용하는 화두는 1천800개라고 하나 그 중 하나의 화두만 풀리면 1천800개의 모든 화두가 한꺼번에 풀린다는 것이다. 지금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가 한반도 문제의 화두처럼 되고 있는 것은 이것이 남북문제와 통일 문제, 한·중간 외교갈등문제, 북한 핵문제, 이를 둘러싼 남·북·미·중·일·러 등의 관계를 풀어줄 수도, 꼬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과 우주의 근본을 간단히 깨칠 수 없듯이 탈북자 문제도 얽히고 섥혀 있다.그러나 화두의 문제는 일생을 두고 궁구하는 것이지만 탈북자의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화급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북한에서 굶주리다 못해 북중국경을 넘은 사람들과 북한체제의 야만적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 생명을 걸고 중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을 중국정부가 체포해서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내고 북한은 이들을 처형하는 비인도적 처사는 인간으로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탈북자 강제송환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고 있는지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것만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파렴치범도 아닌 사람들을 도살장에 가축 몰아넣듯 가혹한 처벌을 받게 하는 중국 정부와 북한 정권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한민족의 피를 받은 동포의 일원으로서, 분단으로 이산된 가족으로서 피눈물을 쏟을 일이다.이런 절박한 상황에도 골리앗 같은 중국의 힘앞에 무력한 정부는 유엔인권위에 제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 중국이 성질나면 문제해결이 어려워질세라 금새 목소리를 죽인다고 한다. 국회는 북한의 비위를 거슬리지 않으려는 야당의 반대로 북한인권법이 표류하고 있던 차에 가까스로 중국의 탈북자 송환을 반대하는 여야합의의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수준으로 손을 놓았다. 인권을 가치의 중심에 둔다는 미국은 탈북자 문제로 인한 한·중갈등의 중재에 나섰다고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핵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지않기 위한 범위의 조정이고 보면 탈북자 문제의 적극해결 의지와는 다른 것이다. 물론 일부 국회의원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고 일부 인권운동가들의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노력이 있은 것은 그나마 우리 국민의 식지 않은 동포애와 인간애를 보여준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모든 정황은 지금 중국에 잡혀 송환과 처형의 공포속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희망의 빛이 되지 못하고 있다.이제 우리가 탈북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통일에 대한 북한동포의 마음을 진정으로 열어줄 수 있을지, 중국이 난민으로 대우해야 할 탈북자를 월경한 범법자로만 몰아세우는 대국의 오만을 언제까지 힘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 할지 답을 내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에 힘으로 대할 형편이 아님은 말할 나위도 없고, 정부나 국회의 무기력한 태도를 잔소리하듯 나무라는 것만으로 만족해서도 안 될 것이다.정부가 못한다면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고 인구도 5천만명을 넘어 이태리와 프랑스, 영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남북한을 합치면 이들 국가보다 더 많은 나라다. 또한 한국인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동포의 인권문제에 대해 유대인과 같은 민족적 의지와 집념만 가진다면 세계인을 설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중국인들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가 중국인을 해롭게하는 일이 아니고 북한의 학정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을 돕는 일인 이상 인도에 부합된다는 것을 깨닫게만 해 준다면 중국도 이를 지속적으로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탈북자 수용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한 준비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국민의 책임있는 대중(對中) 민간외교의 역량을 고도로 높여야 할 때다.

2012-02-29

영남민심 어쩌다 이 지경 됐나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이번 총선에서 또 신공항문제가 영남민심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 MB정부가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공약을 최종 무산시킬 때와 꼭 같은 현상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총선 공약에서 신공항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두고 대구·경북·경남·울산과 부산이 완전히 두 쪽으로 갈려 사활을 걸고 싸울 태세다. 수도권 언론들도 또다시 남부권의 신공항은 필요없는 것이라고 수도권 이기주의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지역민의 여론에 편승해 총선공약에 신공항 건설을 넣느니, 빼느니 옥신각신하고 일부에선 지역표심을 노리고 특정지역을 못박아 공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권 민심은 정치권과 언론 동향에 따라 갈갈이 찢어져 볼썽 사나운 춤을 추고 있는 꼴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영남인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사실 영남인은 옛날부터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만든 하나의 분지에서 하나의 낙동강 물을 먹고 살아온 전국에서 가장 응집력이 높은 공동체로 살아왔다. 영남권은 같은 지역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학문적으로는 위대한 영남학맥을 탄생시켰고, 음악으로는 메나리조의 소리를 만들었을 만큼 지역민들은 통합된 문화를 가진 생활공동체를 이뤄왔다. 그래서 영남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을 조선조 정조 때 학자 윤행임은 태산교악(泰山嶠嶽)이라 표현했다. 웅장한 기개를 가지고 있어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만한 성품이라는 뜻이다.신공항이 뭐길래 태산교악처럼 좋은 성품으로 길러진 영남권 공동체의 주민들이 이토록 아웅다웅하는지 지금쯤 스스로 돌아볼 때가 아닐까. 이대로 갈등 국면이 계속된다면 영남이란 공동체는 산산조각이 날 것 같다. 영남인이 가진 긍지도 모두 날아가버릴 것 같다. 물론 신공항은 입지할 지역민들에게는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히 포기하거나 우격다짐으로 유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신공항에 걸린 이해관계가 크다해도 영남인의 자존심이 멍들고 영남인의 공동체 정신이 파괴된다면 신공항의 이익보다 더 큰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영남인끼리 밀고 당기다 보면 수도권에서 주장하는 신공항 무용론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영남권 어디에도 신공항이 건설되지 못하는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정치권도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많은 공약을 개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렇게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공약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이익이 걸린 문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설사 표계산으로만 득표전략을 짜서 선거에 승리한다해도 지역갈등을 조장하는 공약 때문에 국가의 장래가 어두워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역의 분열과 갈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공약은 이성적이고 합리적 방식으로 다뤄야 한다.아득한 옛날 맹자(孟子)도 정치에서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를 망치고, 옳은 것을 따라야 사회가 바로선다고 강조한 것은 이같은 사태를 경계한 것이다. 양(梁) 혜왕(惠王)을 만나 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물은데 대한 답으로 “웃 사람과 아랫 사람이 서로 이익만 취하게 되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고 한 맹자의 명언은 지금 우리 정치권이 새겨볼만한 대목이다. 국민의 마음을 이익으로만 사로잡으려 들면 동네와 동네간에, 자치단체와 자치단체간에, 동부와 서부, 남부와 북부 등 모든 지역이 이해관계로 분열될 것이다. 그러면 나라는 지역간의 갈등으로 끝없는 소모적 쟁투를 벌일 것이고 국가의 통합력은 사라질 것이다.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정치권과 영남지역민들은 신공항문제에 대한 소모적 주장은 이제 접어야 한다. 남부권에 신공항을 건설한다는 수준에서 뜻을 모우는 것이 영남인이 자해행위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2012-02-22

또 반미(反美)로 집권하려는 야당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올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여야의 선거 전략을 보면 이번 선거는 단순히 집권 정치세력의 교체여부를 넘어서는 국가 운명이 걸린 심각한 각축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을 앞둔 여야는 그동안 당명을 갈고 각종 선심공약이나 복지논쟁 등을 쏟아내는 등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일상적 선거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러나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갑자기 선거에서 승리하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뜻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 전달하면서 상황이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다. 사실 내치(內治)와 관련해 `성장이냐 복지냐`, `선심 공약이냐 아니냐` 등의 문제는 선거후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실행의 완급을 조절하거나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 초강대국들과 경제·안보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상호간의 친선우호 관계를 뒤집는 것을 선거 전략으로 삼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한번 뒤집으면 쉽게 바꿀 수 없고 방향이 잘못되면 국운이 쇠퇴하거나 국가존망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번 야권의 한미FTA폐기 선언은 한미관계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우선 절차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지난 국회의 한미FTA비준 과정에서 야권이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한 공개서한에는 비준당시의 반대 내용과는 달리 재협상을 주장해 온 투자자 국가소송제(ISD)외에도 아무 설명없이 9개항을 덧붙인 것은 민주당의 독단인 것이다. 더욱이 이 10개항을 재협상으로 수용하지 않으면 한미FTA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폐기 수순을 밟기 위한 빌미를 만든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한미FTA반대 서한을 전달하는 형식에서 집단적 시위를 택한 것도 국가간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체결하고 우리 국회가 비준한 협정에 대해 야당이 집권할 경우 협정내용에 정한 바대로 개정이나 폐지를 추진하면 될 것을 왜 미국공관 앞에서 우리국민의 시선을 모으며 직접 미국 대통령에게 집단적으로 요청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권 대체정당의 이같은 품격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이번 선거는 MB정부의 부패와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야권이 승리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민주통합당은 이미 선거에 이긴 것처럼 오만하게 행동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자신들의 업적으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반사이익에 오만해지는 정당이 과연 믿을 수 있는 정당이냐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에서 협정을 체결해서 이명박정부의 마무리와 함께 18대국회가 비준했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 정권 수뇌부였던 현 통합민주당 지도부의 핵심들이 이 협정을 적극 찬성했다. 물론 이 협정에 대해 국민들도 과반이 넘는 다수가 이를 지지했다. 다만 여당에서 야당으로 바뀐 현 통합민주당 지도부만 자신들의 소신변화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 정치적 책임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이는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장래를 도외시한 오만한 태도인 것이다.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통합민주당의 입장변화를 그동안 평택미군기지철거, 제주강정해군기지 반대 등 일관되게 반미운동을 펼쳐온 이른바 진보 세력들과 연합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신과 논리로 한미FTA를 반대할 것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처럼 분명하게 반미입장을 천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우리나라에는 미국을 반대할 자유가 있다. 눈치 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히 할 것은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정당이라면 현 시점에서 왜 반미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충분이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잖아도 세계질서에서 미국 1극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앞날은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 일본은 독도야욕으로,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한반도에 대한 패권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런 시기에 노무현 대통령 당선전략으로 써먹었던 효선이 미선이 촛불시위 같은 반미선동을 또 선거에 써먹으면 나라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2012-02-15

여야 정당의 경제민주주의 경쟁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여야 정당들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수니 진보니 해서 평소 같은 뿌리의 사람들을 다시 모우고 당명도 바꾸면서 정강정책도 이전과는 크게 다른 내용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기성정치권에 불신과 거부감을 가졌던 국민들은 반신반의하는 마음을 가지고 이를 지켜보고 있다. 흰개 꼬리 굴뚝에 3년을 넣어 둔들 검게 변하겠느냐는 비아냥이 있는가 하면 어쨌든 저런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금년 양대 선거가 끝나면 한국정치가 크게 달라질 것 같다는 기대감도 생겨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변신을 추구하는 정당들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표방했던 가치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대한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반면, 세계사의 흐름과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공감을 가질 수도 있다. 물론 국민의 입장에선 정당의 당명을 바꾸는 것은 인기없는 당을 호도하려는 꼼수로 볼 수도 있지만 정강정책을 바꾸고 그에 따른 총선공약의 기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단순히 선거용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특히 새누리당(구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이 다같이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주의를 새로운 정강정책의 축으로 삼았다는 것은 여야정당이 모두 시대의 대세를 같은 시각에서 보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87년 정치민주화에서 경제민주화로 진화하고 있다고 보는가하면 `바야흐로 좌향좌가 대세`라는 표현도 했다. 이같은 대세는 `좌향좌`의 경쟁이 되든 `경제민주화`의 경쟁이 되든 여야는 이전까지 있어왔던 서로 다른 방향의 경쟁이 아닌 같은 방향의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수를 표방했던 새 누리당이 민주당과 같은 방향으로 질주하는 듯한 모습은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새누리당의 새 정강정책 키워드를 보면 정부의 개입, 재벌규제, 선별 및 보편 복지, 무상교육, 유연한 대북정책 등인데 이는 종전 민주당의 정강정책과 상당 수준 비슷하다. 다만 현재의 민주당은 종전 보다 더 좌편향되면서 새누리당과 다소간 차별화되고 있을 뿐이다. 예컨대 재벌세 추진, 재벌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보편적 복지, 6·15, 10·4 공동선언 계승 등이 그것이다. 이같은 정강정책의 변화는 한 마디로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현실성 있게 보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임을 예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책변화에 대해서는 일부 전통지지층의 보수시비가 만만찮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설득이 또하나 넘어야 할 산이 되고 있는 것이 새로운 부담이다. 사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시동은 이미 지난 마지막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걸렸고 그것이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신자유주의의 지도국인 미국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을 부실금융기관에 쏟아붇는 과정에서 많은 금융기관이 실질적으로 정부지배하에 놓였고 그것이 사실상 전세계에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고하게 한 것이다. 거기에 유럽의 재정위기가 덮치면서 사실상 자유주의 경제와 자본주의의 현실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던 것이다. 한나라당인들 어떻게 더 이상 규제완화와 자유시장경제만 금과옥조로 삼을 수 있겠는가.문제는 복지와 정부의 간섭을 두고 그것을 좌파로 보는 시각이다. 사실 복지나 정부의 간섭은 근본적으로 우파의 정책이다. 이미 복지선진국 북유럽은 복지정책을 우파정책으로 성공시켜왔고, 정부의 간섭은 시장의 독과점에서 생기는 불공정거래를 공정거래로 유지시키는 우파정책이었다. 미국의 엄정한 공정거래정책은 우파정책의 주요한 축이 되어왔다.다가올 총선과 대선을 맞아 여야정당의 정강정책을 좌우의 가치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정책의 현실성을 가리는 것이 투표에서 현명한 선택의 잣대가 될 것이다.

2012-02-08

법치에 대한 도전, 누가하나

▲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대법원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판 담담 김형두 부장판사 집앞에서 계란을 던지고 항의집회를 연 사태에 대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란 이례적 성명을 발표하고 “영화 `부러진 화살`은 전체적으로 사실 호도”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급기야 사법부 구성원에 대한 물리적 저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사태에 대한 사법부의 공식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같은 사태에 대해 대법원은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도 흔들림 없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사명을 다할 것”, “국민의 목소리를 겸허히 경청하고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로서는 이같은 사태에 대한 당연한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법원 성명의 문맥에서는 극민의 사법불신이 물리적 저항 사태에까지 이른 데 대한 깊은 자기성찰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의 목소리 경청”이나 “국민과 소통 노력”의 다짐은 수사적 부언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판결을 무조건 승복하라”는 재판부의 권위적 자세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의미로 들릴 따름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사법정의에 대한 부정적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이번에 직접 문제가 된 곽 교육감 재판의 경우만해도 법 이전에 사람의 건전한 이성과 상식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판결을 한 것이다. 당시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매수혐의와 관련 2억원의 돈을 준 곽 교육감은 상급심 재판 전까지 교육감직에 복귀할 수 있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데 비해 돈을 받은 서울교대 박명기 교수는 징역3년과 추징금 2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이같이 후보매수 혐의와 관련된 당사자에게 선고한 형벌의 심각한 불균형에 국민들이 수상쩍은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은 돈을 준 곽교육감은 후보매수와 관련한 대가성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이고 돈을 받은 박교수는 그 대가성을 알고 받았다는 설명이다. 돈을 준 사람은 후보 매수의도를 모르고 줬다는 것이고 받은 사람은 알고 받았다는 모순된 설명에 납득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말 재판부와 일반 국민의 이성적 판단이 지구인과 `외계인`(검찰의 표현)의 차이 만큼이나 되는 것인가.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해 “사법테러를 미화하고 근거없는 사법불신을 조장하는 것”이란 법원 성명과는 달리 당시 이사건 소송의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의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은 상당히 애매하다. “변론재개 없이 그냥 원고(석궁을 쏜 김교수) 승소로 선고가 됐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면서 “몇몇 법원 가족들이 이 판사에게 누구 지시를 받아 미리 결론을 내놓고 짜맞추기식 엉터리 판결을 했느냐“는 비난을 했다고 자백한 것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대법원은 `근거없는 사법불신`이란 유감표명에 앞서 이같은 법원내 여러 말썽의 진위부터 가리는 것이 `사법불신`을 막는 첫 단계가 아닐까.사실 우리는 건국이후 길지 않은 역사에서 여러차례 “법치에 대한 도전”을 겪었다. 주로 정통성이 없는 독재정권들이 자신들의 집권연장과 비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헌법정신을 무시한 불법적 입법권을 행사해서 만든 법질서를 국민들에게 강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 뒤 이같은 국민의 저항이 사법부의 재심에 의해 무죄선고가 났지만 개인과 국가의 피해는 엄청난 것이었다. 물론 판결은 신의 판단을 지향하지만 사실은 사람이 판단하는 만큼 전혀 오류가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독재정권의 부당한 법집행으로 일어난 사법부의 잘못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될 수 밖에 없고, 더욱이 앞서 제기된 “법원 가족”사이의 “짜맞추기식 엉터리 판결”이 있었다면 이는 분명히 “사법부에 의한 법치 도전”이란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이 우리 사회에 공공연히 통하는 현실은 사법부의 반성없는 법치주장을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 것이다.

2012-02-01

돈봉투 對 엄지족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전당대회 돈봉투 돌리기 폭로가 검찰 수사로 비화되면서 여야 정당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 여권에서는 국가의전 서열 2위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혐의를 받으면서 한나라당이 차떼기 오명을 겨우 벗어나는 참에 돈봉투 정당의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통합민주당에서도 돈봉투 전당대회가 불거지다가 당지도부의 흐지부지 넘기기로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에 따라 어떤 상황을 몰고올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여파로 통합후 첫 전당대회는 모바일 투표에 참가한 이른바 엄지족이 맹위를 떨치는 바람에 돈봉투와 동원을 없애는 정당사상 초유의 성과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검찰 수사의 진행이 어떻게 되든 이번 돈봉투 사건으로 안철수 교수의 등장에 기가 죽은 기성정치권은 남은 자존심마저 먹칠을 한 셈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돈선거를 막기위한 입법조치를 통해 국민들에게는 선거와 관련, 음식을 대접받지 마라, 돈을 받지 마라고 했고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조하는 행사에서 단체장의 상금도 받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각종 문화상의 부상인 상금도 없애버렸다. 특히 선거를 앞둔 요즘 예상후보자와 불가피하게 식사자리를 가질 경우 이제는 밥값을 후보 이외의 사람들이 내는 것이 상례화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돈선거가 많이 정화되었다고 생각해왔다. 일부 사건들에서 공천헌금 문제가 터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선거문화는 상당히 선진화됐다고 믿었던 국민들에게 이번 돈봉투 폭로는 정치지도층의 엄청난 배신이었고 위선과 치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데 매표행위를 했다면 그 정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썩은 정당이라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당성과 정체성이 없는 정당이라 매도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같다.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이라기보다 돈이 주인이 되는 정당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런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한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것이 억울할 따름이다. 원천적으로 민주주의 체제를 돈으로 뒤엎어 버린 것이다. 돈봉투사건은 생각할수록 엄청나고 끔찍하다.통합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 대표경선이 사실상 모바일선거가 된 것도 돈봉투사건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대표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돈을 내고 빌린 버스로 대의원들을 투표장으로 실어 나르던 오랜 관행이 돈봉투수사로 위축됐다고 한다. 대의원 투표에는 무려 15.7배의 가중치를 줘도 대의원 투표수는 20만표에 불과한데 모바일 투표는 50만표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의 엄지손가락 향방에 따라 민주당 대표의 당락과 서열이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모바일 소통에 능한 후보들이 1,2위를 차지했다. 특히 2위로 당선된 문성근 후보는 정계 첫 입문에서 쟁쟁한 기성정치인들을 제치고 바로 제1야당의 2인자로 데뷔하는 성과를 올린 것은 모바일 선거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정당의 벽도 쉽게 허물고 평당원도 서열이 수직상승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이같은 결과에서 엄지족이 전당대회를 휩쓸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국민참여경선을 전제로 모바일 투표를 채택한 이번 민주당의 대표경선은 일단 돈선거와 동원선거의 관행을 없앴다는 점에서 정당의 선거혁명을 이룩한 것이다. 일부 모바일 선거지지자들의 표현대로 표심이 바로 민심임을 전당대회 현장에서 보여준 것이다.고승덕 의원의 돈봉투 폭로가 정치인망신, 나라망신을 가져왔지만 한편에선 돈봉투 없애기를 가져오는 계기를 앞당겼다는 점에서는 생산적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전당대회의 모바일 투표는 정당의 정체성을 희석시킬 수 있고 참여자의 조작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엄지족이 정당을 휩쓰는 시대에는 정당의 정체성과 함께 당원이란 무엇인가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같다.

2012-01-18

무조건 모두 변해야만 하는가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변해야 살 수 있다는 말이 철칙이 돼버렸다. 특히 새로운 천년이 시작됐을 무렵, 해가 바뀔 때, 선거가 있는 시기에 변화를 금과옥조로 강조했다. 올 새해엔 양대선거가 끼어 있어 신년벽두부터 변해야 한다는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있다. “마누라만 빼고 모두 바꾸라”든지 하는 변화를 강조하는 극단적 표현들도 이제 식상할 정도다. 그렇다면 올해는 뭐든 바꾸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인가.물론 변화는 세상의 근본 원리이다. 변하지 않으면 생명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육체를 가진 인간도 신진대사의 변화가 정지되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디지털 시대는 생활방식이 아날로그 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는 필연적이다. 선거에서도 잘못한 정치인과 집권세력을 바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고 발전이 없다.그러나 변화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며 변하고 있다. 쉼 없이 흐르는 물도 흐름 자체만 보면 변화가 연속되지만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원칙은 만고불변이다. 육체가 늙어가는 인간도 어려서부터 노령에 이르기까지 겉모습은 크게 달라져도 자기 자신임을 지키는 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 어릴 때 홍길동이가 100세가 된다고 김길동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변화도 따지고 보면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그가 누구이든 그 자체가 목적일 뿐 수단으로 존재할 수는 없다든지, 인권은 어떤 경우에도 존중되고 국가는 국민이 주인이라든지, 사회는 법치주의 방식에 의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지켜져야 한다든지 등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다.그동안 우리사회는 변화지상주의 풍조 때문에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마저 바꿔버린 일들이 너무나 많았던 것 같다. 무조건 “바꿔! 바꿔!” 하는 세태 때문에 소중한 가치들이 상실되고 경망한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곳으로 빠져드는 방향감각 잃은 세상이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배의 방향을 잡는 자이로스코프가 중심축을 상실하고 회전체가 외부환경의 변화만 쫓아가는 꼴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최근 중학생들의 잇단 왕따 자살만 해도 그렇다. 학교의 중심가치인 인성교육과 사회성 함양이 무시된 것도 교사가 스승이 아닌 교사 봉급생활자로 바뀐 결과에서 빚어진 것이다. 참교육을 부르짖는 전교조의 등장이 학교를 바뀌게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죽음의 왕따 교실이 등장한 데서 보듯 그것은 방향상실의 변화인 것이다. 정치도 선거 때만 되면 바꿔야 한다고 소리쳤지만 바꾼 결과는 민주정치의 기본인 갈등해소 기능과 의회민주주의의 실종을 가져왔을 뿐이다. 우리는 그동안 어떤 자질과 경륜을 가진 정치인으로 물갈이를 해야 할지를 생각하기보다 무조건 바꾸고 보자는 데 너무 급급했던 것 같다. 실체를 알고 바꿨다기보다 이미지만 보고 바꾼 것이다.가장 잘못된 변화를 지적한다면 종북세력을 `진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는 변화였다. 지난 군부정권 시절 정치탄압의 수단으로 민주인사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빨갱이란 올가미를 씌웠던 것이 가장 큰 범죄였다면 이제 종북세력을 `진보`라고 표현하는 것은 우리사회를 오도하는 방향상실의 변화인 것이다. 일제의 천황우상화를 흉내내고 있는 북한 정권은 이미 김일성 가족 3대가 국가의 주인이 되는 반인권적 파쇼사회임을 만천하가 알고 있다. 이를 추종하는 세력을 변화라는 시대적 가치에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변화인 것이다. 물론 이번 양대 선거에서도 바꿀 것은 바꾸어야겠지만 불변적 가치는 지키는 선택이라야 희망의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짝퉁 변화와 방향상실의 변화는 눈을 부릅뜨고 경계해야 한다.

2012-01-04

박태준 회장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로는 영일만 뻘밭에서 맨손으로 철강산업을 일으켜 우리의 산업화를 뒷받침한 업적 뿐만아니다. 어쩌면 그 보다 더 큰 공로는 이전까지 농업에만 의존하던 사회의 구조를 공업화 산업화 자본주의화하는 획기적 변화의 동인을 만들었고 그 스스로 변화의 중심에서 수범을 보인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는 어촌에서 자라나 포스코 회장이라는 거대자본의 경영자가 됐고 마침내 총리직에 오르는 신분의 수직상승을 이룩했다. 산업사회를 선도하면서 계층적으로는 하위계층에서 최상위 계층까지 올랐으나 세상을 떠날 때는 집도 한 칸 없이 태어날 때와 같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이다. 자신의 실력과 업적으로 큰 돈과 큰 권력을 쥐었지만 그것을 세습하지 않고 사회에 돌려줌으로써 많은 국민이 그의 삶에서 신분상승의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한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식민지배와 전란으로 폐허가 된 나라가 어떻게 지금처럼 세계에 유례가 없는 발전을 이룩했는지를 놓고 많은 토론이 있었다. 그 때마다 나온 주장의 하나가 6·25전쟁으로 계층간 이동이 자유로웠고 이 때문에 국민들의 성취욕구가 극대화된 것이 사회변화의 가장 큰 에너지가 됐다는 것이다. 물론 박정희의 리더십이 그같은 욕구와 에너지를 근대화와 산업화의 방향으로 초점을 모았고 고 박태준 회장도 그에 선봉적 역할을 위대하게 해 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박회장 외에도 이병철, 정주영 등 개발년대의 영웅들은 모두 성취의 시대에 표상이었던 것이다. 계층상승 신분상승을 위한 국민적 욕구는 자신의 성공뿐아니라 나라를 선진화시키는 힘이 됐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같은 시기에 출발한 북한은 한 때 일제의 산업 유산 때문에 다소 경제적 성과를 올린 적이 있었으나 김일성의 공산독재와 김정일에 이은 김정은까지의 3대 권력세습으로 국민의 성취욕구가 사라지고 나라경제는 침몰하게 된 것이다. 이제 김정일의 사망으로 권력세습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알 수 없으나 설사 세습에 성공하더라도 공산당 지배권력의 귀족계급만 존재하는 한 국민들의 성취욕구는 살아날 수 없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봉건적 권력세습의 나라가 몰락한 전철을 밟을 수 밖에 없다.아직도 우리 사회는 가난뱅이도 자기 능력에 따라 부자가 될 수 있고 서민의 자식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올해 통계청 조사로는 그게 그렇잖다는 것이다. “나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국민은 10명 중 3명꼴이고 자녀세대의 계층상승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국민이 42.9%에 달해 가능성이 크다고 답한 41.7%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됐다는 선진국 국민의 자부심이 무너진 것이다. 노력해도 계층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우리사회가 이미 계급사회가 돼간다는 국민의식을 보여주는 셈이다.인류사의 경험으로 보면 계층사회는 자신의 노력으로 하층에서 상층으로 사회적 지위의 이동이 가능한 사회이고, 계급사회는 부모의 재산과 지위가 세습되는 사회인 것이다. 계층사회는 자신의 성취가 중요하지만 계급사회는 처음부터 어느 계급에서 출생했는지 귀속을 중시하는 사회다. 계급사회로 이행되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파멸될 수밖에 없다. 세습과 귀속에 의해 신분과 지위를 누리게 되면 불로소득과 착취는 필연적으로 만연할 수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는 이같은 계급사회를 계층사회로 바꾸기 위한 투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지금은 아직 우리사회가 계급으로 굳어진 사회는 아닐지라도 벌써 많은 국민들이 계층이동의 절벽을 느끼고 절망한다는 여론은 이미 계급화의 위기를 경고하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이룩한 피땀어린 민주화와 산업화가 물거품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사회의 계층이동에 낀 동맥경화를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부문의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고 맨몸으로 돌아간 고 박태준 회장의 정신으로 회귀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2011-12-21

우리사회의 동맥경화 드러낸 `도가니`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영화를 보는 내내 몇 번이고 눈물을 흘렸다. 영화 `도가니`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많은 약자들이 당하고 있는 비참하고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한꺼번에 담아낸 `분노의 도가니`이면서 `눈물의 도가니`였다.작가 공지영의 소설과 이 영화는 예술의 리얼리티가 가진 대중에 대한 호소력이 얼마나 폭발적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회적 정서를 순식간에 동일 공감 영역으로 몰아넣는 경이로운 효과를 확인시켜 준다.그러나 우리 사회의 반응을 보면 이 `도가니`신드롬은 아직 다분히 감성적 차원에서 머물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장애어린이의 인권유린을 다룬 이 작품이 국민 전체에 그토록 광범위하게 충격을 준 까닭은 단순히 문제가 된 인화학교라는 한 학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또 지체부자유아의 인권에 국한된 문제로만 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사회가 이같은 국민적 신드롬의 문맥을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읽고 대처해야 하는 이유는 정서적 폭발력이 사회적 폭발로 현실화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징후일 수도 있어서다.물론 인화학교의 천인공노할 범죄 사실은 이제라도 재조사를 해서 철저히 응징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청이 전면 재수사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광주교육청이 이 학교를 폐쇄조치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면한 문제를 응급조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작품속에서 전관예우로 사법살인까지 초래한 법원 판결의 잘못에 대해 “어떤 경로로든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이 사건에 대한 법원 차원의 실체적 진실을 가리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이 사건의 감사에 나섰고 한나라당이 미성년자성폭력범죄에 공소시효를 없애는 법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도 이번 사건에서 정치권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그같은 조치들이 모두 진정성을 담은 것으로 비치지 않고 국민적 분노를 비켜가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이 영화의 원작자인 공지영씨는 “사람들은 지난 몇년동안 승자독식이 이뤄지는 우리 사회를 보고 분노했지만 양상은 파편화돼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 영화에서 약한 아이들까지 짓밟히는 것을 접하고는 분노가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작가 공씨가 분석한 내용과 이 사건에 관련된 기관들의 파편화된 반응들을 대비시켜 보면 엄청난 괴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장애어린이에 대한 성폭력 인권유린을 직간접적으로 방조하고, 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이나 면죄부를 주는 지배집단의 관계를 기득권 집단의 시스템화된 일상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해자 성격의 기관들이 보인 반응은 너무 표피적인 것이라 하겠다. 더욱이 승자독식이 구조화된 사회 전체에 대한 기득권 집단의 반성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영화 `도가니`에 국민 다수가 `눈물의 도가니`가 되고 `분노의 도가니`로 변한 까닭을 모르기 때문이 아닐까.이번 사건의 경우만해도 이전에 수없이 되풀이 지적돼 온 것들만 시정되어도 상당 수준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과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은데 대한 진단만 해도 이미 여러차레 반복돼 왔고 국민 다수가 원하는 방안까지 제시되었지만 관련기관은 사건이 터질 때만 말로 챙길 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전관예우 문제도 마찬가지고,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 문제도 겉핥기식으로만 맴돌았을 뿐이었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동맥경화에 걸렸음을 드러낸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이다.사회 각 분야가 양심,정의,공정,인권 등을 실현하기 위한 청결 노력들이 마비되고 부도덕, 불공정, 비양심, 반인권 등이 사회 각분야의 선순환 작동을 마비시키는 독소로 두텁게 쌓여 경화증상이 위험 수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미국 월가의 부도덕을 규탄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현실을 보면 승자독식의 동맥경화가 중증인 사회는 불안과 불행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2011-10-05

중국관광객 특수, 경북도 적극 대응을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한류 바람을 타고 이달들어 사상 최대규모의 중국 단일단체관광객이 서울과 제주에 몰려들어 해당지역과 관광관련 업계가 특수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미국과 유럽의 침울한 금융위기속에 모처럼 희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에게는 정말 가슴뛰는 일이다. 중국 굴지의 보건제품업체인 바오젠이 인센티브관광객 1만2천명을 5박6일 일정으로 수도권과 제주 관광에 투입한 것인데 업계에서는 약 914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관광객은 최근 한국의 비자발급 완화정책과 중국인의 대일감정 악화 등으로 올해 9월 약175만여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41.5%나 폭증했다는 것이다.중국의 전체 해외관광객수를 연간 약 1억명으로 잡고 그 중 10%만 한국에 유치할 경우 무려 1천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관광업계의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관광객의 씀씀이는 일본관광객의 1.5배나 된다는 점에서 중국관광객의 유치는 단순한 관광특수 차원을 넘어 한국경제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황금시장으로 평가된다. 중국관관객은 동남아의 중국화교들마저 동반 유치할 수 있는 효과도 있어 이번에도 동남아지역 국가의 관광객이 경기지역에 몰려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이같은 중국관광객 특수는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획기적 호재가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서울, 경기, 제주권에만 국한되는 만큼 대구 경북 지역민으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관광객들이 수도권과 제주를 선호하는 까닭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대구·경북에도 중국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많은 호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의 자치단체와 관광공사, 관광업체 등의 분발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유례 없는 대규모 관광단의 유치는 이전까지의 관광객유치 방법과는 다른 전략을 짜야 하고, 이들의 여행에 따른 교통, 숙박, 관광코스, 안내, 통역, 쇼핑 등에 차질 없이 즐거운 일정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귀국해서도 다시 찾고 싶은 지역이 되게 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그같은 전략의 하나로 대구 경북과 울산의 특정 기업과 지역을 묶는 코스를 만든다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중국인들의 선호관광 지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지도층들이 가장 선망했던 기업이 포항제철, 현대조선, 현대자동차였고, 지금도 중국의 농촌근대화를 위해 벤치마킹하고 있는 새마을 사업 등을 관광할 수 있는 곳은 이곳 뿐이다. 바로 포항과 울산이다. 여기에 천년고도 경주와 보문단지, 맑고 푸른 동해안, IT산업의 메카 구미, 쇼핑지역 대구의 백화점과 서문시장을 코스에 끼워넣고 대구의 국제공항을 활용한다면 중국관광객의 구미를 자극하는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아무리 좋은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어도 관광객들을 효과적으로 유치하지 못한다면 쓸모가 없다. 중국관광객 특수에 대비하는 특별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민간 업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밀한 대응책을 세울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대구·경북은 얼마전 세계육상선구권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냈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세계적 문화브랜드로 만들만큼 지역의 문화적 잠재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중국관광객이 엄청난 규모로 몰려온다해도 지역민들이 합심하고 자치단체들이 총괄적 대책을 마련한다면 대구·경북· 울산은 관광명품 지역으로 또 하나의 관광한류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대구·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낙후의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가 3차산업의 부진에 있다. 중국관광객 특수는 지역의 3차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기회인 것이다. 관광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은 굴뚝없는 무공해 산업이다. 한국이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대구 경북은 가장 우뚝한 관광명품 구역이 되어야 한다. 관광산업의 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역주인 모두의 지혜와 힘을 모우자.

2011-09-21

노조(組)의 길, 정당(政黨)의 길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한진중공업 사태의 전개를 보노라면 우리나라가 혼란 속에서 혁명 전야에 놓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한진중공업 노사분규는 핵심당사자가 아닌 민노총의 상급 지도위원이 크레인 꼭대기에 6개월째 극단적 시위를 벌이는 상황에서 시민단체 등 제3자의 지원에 야당의 지도부 인사들까지 대거 가세하면서 이같은 사태에 이른 것이다. 물론 크레인 위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씨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사주측의 이해할 수 없는 처사에 제3자가 가세하는 심정을 모르는 바 아니다. 특히 김진숙씨는 이 회사의 해고 노동자이고, 이 회사가 필리핀 공장을 건설한 후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는 상황에서 회사의 대주주들은 거액의 주식배당을 챙겼던 사실이 극단적 분노와 저항의식을 불러온 데 대한 공감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는 어디까지나 노사 자율합의에 따라 분규를 해결하는 것이 순리이고 그것도 사업장별 노조원들의 뜻에 따라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진분규는 이미 지난달 27일 노사협상이 타결되고 조업이 재개되었다. 선박수주로 일감도 마련했다. 이제부터는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하면 되는 것이다. 그동안의 분규로 여러 가지 문제는 남아 있겠지만 그것은 단위노조에서 처리하면 될 것이고 도움이 필요할 경우 요청에 따라 상급노조에서 지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는 노조측 지원에 팔을 걷어 붙였던 제3자들도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김진숙씨도 감정을 자제하고 노동운동의 정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정도라 하겠다. 계속 크레인 시위를 벌이고 제3자인 시민단체와 정당의 지도부가 분쟁을 부추기는 행동은 노동운동의 상궤를 벗어난 것이다.약7천명의 외부세력이 노사협상 타결 후에도 노조측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영도지역의 교통을 마비시켰고, 남기고 간 쓰레기더미로 몸살을 앓다 못한 주민들이 오죽하면 이들의 개입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을까. 노동운동도 단위 사업장 노조구성원들의 뜻에 반하는 독선으로 치달으면 결국 활동의 동력을 잃게 된다. 국민과 법을 무시하는 노동운동은 결국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민주국가에서 노동운동은 특정 정파를 지지할 수는 있으나 특정정파의 행동대로서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노동운동의 길이다.정당활동도 노조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노조가 못하는 정치활동을 정당의 설립과 활동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법제도다. 그러나 정당이 노조와 하나가 돼 노동운동을 벌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특정노조의 지지를 받는 정당은 그 색깔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의회의 입법 활동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노조가 부당한 탄압을 받았을 때 국정조사를 하거나 의회활동을 통해 이를 시정케 할 수도 있다. 정당활동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없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거나 법원의 판단을 구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사회의 상식이다. 그럼에도 이번 한진사태에서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정동영 천정배 문학진 의원,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권영길 의원,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야당의 당대표와 중진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직접적으로 노동운동을 지원했다.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최상급 국가보안시설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그것도 앞으로 정권을 잡겠다는 정당의 대표들이 이같은 정당활동의 영역을 넘어 불법 폭력적인 진입상황에서 크레인 시위를 지원했다는 것은 분명히 제도권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노동운동과 정권쟁취 운동이 불법폭력과 거리를 좁혀 가며 손을 잡는다면 그것은 체제를 위협하는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폭력혁명을 기도하지 않는다면 노조는 정당한 노동운동의 길을 가고, 정당은 합법적인 정치활동의 길을 가야 한다.

2011-07-20

이제는 서민 프렌들리로 가야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노무현 정부의 경제에 대한 평가는 반기업 친서민 정책 때문에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국내기업의 해외도피 등 기업의 의욕 침체로 경기침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것이 청년실업 등 국민경제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것을 두고 노정부 때의 침체된 민생경제를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적 요청이 폭발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해 과거 대기업 CEO로서 경제 전문성을 살려 서민들도 일자리를 가지고 생활 걱정없이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겼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이 취임초 규제를 철폐하고 세금을 깎아주는 등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했을 때 이를 정경유착이라고 비판하는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 기업하기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미국발 금융위기도 넘겼고 기업들도 많은 수익을 내는 등 한국이 세계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과시할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G20 의장국으로 국가적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결과는 기업들은 살이 쪘지만 서민들은 오히려 고통이 늘어났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 심화되었고 살찐 대기업들은 서민들의 경제난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더 탐익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금융위기를 잘 넘기고도 국민들의 지지율이 떨어졌고 결국 6·27재보선에서 야당에 참패하고 말았다. 대기업들이 풍성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 서민들은 저소득, 물가고, 비싼 등록금, 전세난, 실업 등에 시달리고, 중소기업들과 동네시장의 소상인들은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시장침탈, 기술날치기 등 참기 힘든 고통이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게 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쌓아두고 신기술 개발과 일자리 증대에 투자하기보다 소상인들의 업종에까지 문어발식 기업확장을 일삼았고, 상속 증여세를 탈루하기 위해 가족자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는 등 대기업의 극단적 탐욕에 서민들의 분노가 한계에 이르렀던 것이다. 서민들은 이제 더 이상 이 정부의 기업 프렌들리 정책에 기대할 것이 없게 됐다. 집권당의 목소리가 감세 철회와 무상복지 반값등록금 쪽으로 돌아서고 당대표 선출을 위한 공동연설장에서 이같은 친서민정책이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그동안 국민들의 정서가 뒤바뀐 까닭이다.이처럼 국민정서가 친기업에서 다시 반기업으로 돌아서게 만든 것은 바로 대기업 자신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최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나라당의 `감세철회`와 `반값 등록금`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 비판했고,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는지 의문”이란 말로 여당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동안 기업에 온갖 혜택을 주었던 집권당은 국민들의 비판과 동시에 대기업의 빈축을 싼 것이다. 경제단체장을 국회 공청회에 불러내기로 여야가 합의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일부 여론은 한나라당이 우에서 좌로 이동했다느니, 국가재정을 생각지 않는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비난들 하지만 국민들의 성난 목소리에 가려 귀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기업이 규제완화와 세금 감면의 혜택을 받으면서 벌어들인 엄청난 이익금을 쌓아두고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탐욕적 사업확장에 몰입한다면 정치권에 앞서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이 국민과 국가의 이익과 배치된다면 무엇 때문에 정부가 이들과 친화적 정책을 펴야할 것인가.세금 감면이 이론적으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된다지만 눈앞에 나타나는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분명히 그 이론은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해도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자유자본주의 사회는 아무리 정부가 앞장서도 기업과 기업인이 사회적 역할을 외면한다면 그 체제는 지켜지기 어렵다. 최근 미국의 경제위기가 미국의 금융체제를 탈보수(脫保守)로 만든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도 남는다.

2011-06-29

반값등록금 결정, 너무 꾸물댄다

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대학의 반값 등록금 정책 논란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의 앞날이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 문제는 이명박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제기됐지만 대통령 임기 후반으로 넘어오면서까지 잠잠하다가 야당에서 이를 이슈화하고 4·27보선후 여당의 황우여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논란이 본격화됐다. 정부여당이 황 대표의 돌출적 공론화로 혼선은 빚었지만 반값 등록금 실현에 접근하는 모습은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결정 과정에서 너무 허둥대는 느낌을 주는 것은 국민적 신뢰감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불만을 살 만하다. 그러한 모습은 대통령 공약을 임기 후반까지 아무런 검토작업 없이 지내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고, 우리의 미래가 걸린 대학 경쟁력과 관련된 중대한 정책에 소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대학생과 학부모들이 너무 비싼 등록금 문제를 지적해 온 지는 오래되었다. 이를 표로 연결시키기 위한 것이 이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공약이었다.공약 실현에는 대학측의 의지와 정부의 적절한 지원정책의 선택이 열쇠라하겠다. 정부의 지원은 국민의 혈세를 대학에 쏟아 붇는 것이고 대학의 의지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과 학과를 구조조정하면서 대학재단이 가지고 있는 적립금을 장학금으로 내놓는 일이다.두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결단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국가의 장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OECD국가 가운데 등록금 비싼 순위로는 세계2위(미국 다음)로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대학들보다 훨씬 비싼 등록금을 물면서 대학의 경쟁력은 이들 국가들 가운데 거의 꼴지 수준으로 형편없이 뒤진다는 사실이 문제 해결의 긴박성을 말해준다.국민소득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데 대학등록금은 선진국 보다 비싸다는 것은 국민부담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가계마저 휘청거릴 정도라면 등록금 재앙이라 할 만하다. 더욱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경쟁력이 낮은 학교에서 공부한다는 것은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학경영자의 봉이 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만 표출에도 아랑곳없이 대학측은 약 1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정부지원 없이는 등록금 인하가 어렵다는 주장이다.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정부 여당에는 중구난방식 발언만 난무하고 반값등록금 문제는 표류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두면 우리나라는 대학경쟁력의 저하가 국가경쟁력의 저하를 불러올 것이고, 청년실업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가계부담은 갈수록 국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소비축소로 인한 경제성장이 저해되는 결과를 낳게될 것이다.정부는 반값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특히 공정사회 구현을 표방해 온 이명박 정부는 고액 대학등록금이 우리사회의 대표적 불공정 사안의 하나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이 문제 해결없이 공정사회 구현은 공염불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일단 반값등록금 실시의 목표를 결정해 놓고, 재원염출 등 방법 문제는 정부와 국회, 대학, 학생, 학부모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와 객관성을 가진 기관의 대표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들어서 결정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을 것이다.이 과정에서 한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둘러싸고 재원 염출과 관련한 감세 문제 등에 진보와 보수의 가치논쟁이 끼어드는 것이다.대학의 등록금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나 재원염출을 위해 감세정책을 철회하는 것 등이 보수정당의 가치와 맞지 않다는 일부 주장은 반값 등록금을 반대하는 명분이 될 가능성이 있다.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보았듯이 비상한 상황에서는 가치논쟁보다 더 시급하고 우선적인 것이 문제의 해결이다. 반값등록금도 우리 사회의 발전과 퇴보를 가르는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다. 가치논쟁에 앞서 실효성있는 방법을 찾고 과단성있는 결정을 우선시해야 할 것이다.

201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