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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만의 실력 차이

등록일 2024-05-09 19:43 게재일 2024-05-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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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봉 언론인
홍석봉 언론인

한국과 대만은 공통점이 많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싱가포르,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렸다. 시장경제의 우등생이 됐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로 분단돼 있다. 1980년대 민주화를 이뤘다. 경제적으로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여왔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04년 이후 한국이 줄곧 앞섰다. 2013년 대만은 2만2522달러로 2만7178달러였던 한국에 큰 차이로 뒤졌다. 격차가 점점 줄어 2022년 대만은 3만2756달러, 한국은 3만2409달러로 18년 만에 역전됐다. 대만 정부는 2022년 1인당 GDP가 대한민국을 추월했다고 선언했다. 한국에 뒤졌다는 열등감에 빠져 있던 터였다. 절치부심했다. 마침내 한국을 따라잡고 이젠 앞서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있다. TSMC는 국가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대만은 생산설비 없는 반도체 회사들을 타깃 삼아 파운드리 산업을 발전시켰고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의 주축이 됐다. 미·중간 반도체 전쟁에서도 키를 쥐었다. 미국과 일본이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주며 투자 유치에 나설 정도다. 지난해 4분기 TSMC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61.2%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11.3%로 쪼그라들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미국은 가장 먼저 TSMC를 구할 것’이라는 우스개가 나올 정도다. 기업 하나가 나라의 생존을 좌우할 만큼 위상을 갖췄다.

대만의 놀라운 성장은 2016년 취임한 차이잉원 총통의 산업 전략 영향이 컸다. 정부의 혁신적인 인프라 구축과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국의 경제 현주소는 정부의 실력 차이를 잘 보여준다. 대만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동안 우리는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삐걱대고 SK 하이닉스 공장 건설은 용수난과 주민 이주문제로 질질 끌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1위 기업 타이틀을 TSMC에 내주고 인텔에 이어 3위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잘 나가던 원전 산업을 내팽개쳤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정책으로 경제 추락을 자초했다.

경제계 일각에서 대만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차츰 살아나고 있지만,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끝났다’고 진단하는 외국 언론의 시각이 적지 않다.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저성장 기조에 빠진 한국이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제조업의 침체가 뼈아프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창출 부진, 세수감소에 따른 재정여건 악화 등 사면초가다. 정부를 채찍질해 난국을 헤쳐나가도록 해야 할 정치권마저 정쟁에 골몰한 채 오불관언이다.

정부는 총선 패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분위기를 일신하고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의 눈부신 변신을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 정치권과 경제계가 분발, 이재용 삼성회장이 언급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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