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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소통

등록일 2024-03-31 18:49 게재일 2024-04-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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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우리말에 ‘발품 팔다’라는 말이 있다. 발로 무엇을 해서 먹고사는 일을 뜻한다. 힘들게 발품 팔아서 이룬 결과들은 오래오래 남아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원이 된다.

가만 생각해 보니 군대에서 구보를 마지막으로 발품 팔아먹는 행위는 끝났고 두 발은 오직 차 있는 곳까지 걸어가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짧은 이동의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발품 파는 일을 그만두니 발아래서 일어났던 고달프고 힘들었던 순간과 가슴 저미도록 벅찬 감동의 순간들도 자연스레 희미해졌다.

고달픔을 잃어버린 곳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자리잡을 수 없고 건강한 경쟁이 싹틀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보릿고개를 넘던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을 자녀들에게 들려주며 현재에 감사함을 알고 더 큰 꿈을 꾸며 살아가도록 교훈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말을 통해 전해지는 교훈은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면 그 자리마저 피하게 된다. 자녀들과 효과적인 소통의 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람은 혼자보다 함께할 때 더 많은 행복을 느끼게 되며 몸으로 함께 땀 흘린다면 그 행복감은 가파르게 상승한다고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에서 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마라톤 같은 달리기 대회에 연인이나 가족단위 참가가 확연하게 늘어나는 추세이며, 기업에서도 임직원이 단체로 참가하여 함께 달리면서 고통의 순간마다 서로를 응원하며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완주 후 극도의 피곤함도 뒤로 한 채 얼싸안고 포옹하며 천상의 행복한 표정으로 모두가 하나가 된다.

그 환희의 순간은 지켜보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서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말로 전해지는 세련되고 품위 있는 교훈보다 말 한마디 없어도 얼싸안고 서로의 땀을 몸으로 느끼는 순간이 몇 배나 더 효과적인 소통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될 점은 마라톤이 2030세대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막을 내린 서울 마라톤을 기준으로 2030세대 비율이 2019년 43% 수준에서 2024년 50.4%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니퍼 헤이스가 쓴 ‘운동의 뇌과학’ 책을 보면 달리기는 모든 질병의 예방제라고 설파하고 있으며 노화를 예방할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창의력의 원동력이라는 것으로 건강하게 삶을 유지하는 효과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타민제를 비롯하여 건강에 관심이 크다는 2030세대에게 달리기는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되고 있으며 ‘러닝 크루’는 최고의 소통 공간인 것이다.

매년 5월 하남시 ‘미사 경정공원’에서 열리는 ‘철강마라톤’에는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 관련 기업의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여 함께 땀 흘리며 세대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장이 되고 있다. 필자 역시 본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고 퇴근 후 직원들과 달리기를 통한 소통을 하고 있다. 건강한 몸에 축적되는 지식은 자신과 기업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빛을 발하여 성장의 무한한 자원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런 이유로 달리기를 건강한 소통의 방법으로 모든 기업과 개인에게 제언하고자 한다. 달리고 있는 동안 자신에게는 체력이 기업에는 지속 성장의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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