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2024 GAP(GlassBox Artist Project)展-자연으로부터
이시영·이재호 등 5명 참여… 대구 봉산문화회관 내달 7일까지
각기 다른 내재적 관점의 회화·설치 작품 통해 관객들과 소통

골국을 이루며 끝없이 펼쳐진 산과 길게 녹음진 폭포, 노루의 역동적인 군무…. 이제는 찾아보기가 힘든 풍경들이 작품으로 남아 우리에게 희망을 한가득 선사한다.

최성임 작가의 ‘맨드라미’는 유년 시절 민간요법 치료에서 영감을 받았다. 상처가 난 부위에 지혈작용을 하는 자연이 주는 맨드라미 치료 효과에 대한 기억을 설치한 작품이다. 이 설치의 형상은 강렬한 색과 독특한 모양의 꽃 그리고 인공조명, 따뜻함과 차가움이 상충하는 개념을 연결해 자연이 주는 치유의 기억을 소환했다. 깊은 서사를 지닌 예술 작품은 분주한 일상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작은 행복을 일깨운다,

대구 봉산문화회관이 오는 4월 7일까지 1∼3전시실에서 선보이는 기획전시 ‘2024 GAP(GlassBox Artist Project)전-자연으로부터’는 도시인의 삶에 자연이 보내온 기후 위기 속에서 선순환 가능한 생태예술로 답을 찾아가기 위한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품을 통한 관람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사진>
 

올해로 13회를 맞이하는 ‘GAP (GlassBox Artist Project)’전은 봉산문화회관 공모 프로그램인 ‘유리상자-아트스타’의 참여자를 재조명하고자 매년 기획되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아트스페이스펄 대표이자 전시기획자인 정명주 아트리뷰카이 편집위원이 외부 협력기획자로 참여했다. 정명주 협력기획자는 ‘강정대구현대미술제’ 조감독, ‘한-독청년작가교류전’ 등 다수의 국제전 기획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자연으로부터’를 전시 주제로 자연과 감성의 생태적 균형에 대한 사유를 얘기한다. 지각변동, 이상기후, 신종 바이러스 등을 환경의 위협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우리 인류 또는 도시인들에게 ‘자연으로부터’ 타전된 기후 위기, 환경변화에 즈음하여 미술은 ‘생태적 균형’을 어떻게 실천해 갈 것인지,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유리상자-아트스타’에 소개됐던 90명의 작가 중 이시영, 이재호, 이창진, 성태향, 최성임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협력기획자가 제안한 주제에 대해 각기 다른 내재적 관점에서 시각적 해석을 펼쳐 보인다.

성태향 작가는 독수리, 나무, 텅 빈 둥지로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 뼛가루를 나무 아래에 뿌리거나 안치하는 수목장과 조류에게 맡겨 자연적인 처리를 도모하는 ‘조장(鳥葬)’을 상징화해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그들의 관계와 자연 회귀를 심도 있게 보여준다.

이재호 작가는 지나치거나 무시되는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산책을 하며 마주한 풍경은 어느 순간 우리의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잊힌다. 지나쳐가는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잊힌 소중한 순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구, 직선, 원통 등 자연의 모양새를 활용해 설치작업을 하는 최성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빛’을 활용한다. 작품에서 사용된 황금색 와이어와 볼풀공, 그물망 등은 개인적인 서사와 예술가의 집념을 결합해 작품으로 탄생하고, 이 인공적인 재료 자체의 색이 빛과 조화를 이뤄 하나의 공간을 형성해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이창진 작가는 없어지는 지난 시대의 것을 수집하고, 해체해 시점(視点)과 색감, 형태들을 맞춰 콜라주한 작품으로 지난 것을 재생해 자신만의 ‘통계학’을 통해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마치 유토피아처럼 이상적인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경험하게 한다.

이시영 작가는 나무판을 격자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모습의 몸, 근육 덩어리를 전시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공(空)을 관찰할 수 있으며, 불에 태워 숯이 되기 전 탄화의 단계로 인간이 탄생, 성장, 그리고 퇴화를 거쳐 최종적인 단계로 가는 모습을 상징한다.

정명주 기획자는 올해 GAP전시와 관련 “자연과 도시는 생성과 소멸의 선순환을 위한 어떤 특정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생 인류의 생존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회복과 치유를 향한 실천이 그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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