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서울공화국’이 있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이 말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인구를 풍자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지만,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서울공화국이 만든 숱한 문제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며,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한 많은 해결책이 제시된 바 있다.
지난 10월 30일. 여당의 대표가 시민의 대다수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해서 큰 혼란을 일으켰다. 당장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도 서울로 편입해달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용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그 발언은 우리 사회의 두 가지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일조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수도권·지방이란 구도에 익숙하지만,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다시, 또 구별 짓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억눌린 욕망은 적절한 계기를 만나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포시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서울 편입이 추진된다는 정부 여당의 발언을 도화선으로 고양, 하남, 안양 등 인접 지역의 욕망이 터진 사실 말이다. 서울에 편입됨으로써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제외하고 어떤 이득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번 사태는 그간 우리의 마음에 존재하던 욕망의 민낯이 위계적이고 경제적이란 점을 새삼 알려주는 것이다. 위계 서열화된 시스템의 가장 높은 것에 올라가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명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본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가 정치권의 한 마디에 파열된 셈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무엇보다 역대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이랑 명분으로 시행한 수많은 정책과 이번 정부의 ‘글로컬 사업’ 등과 같은 서울-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에서 극단의 시각이 불쑥 튀어나온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당의 대표는 그 발언이 지닌 모순과 갈등의 지점을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 총선을 앞둔 발언일까? 전자라면 그 무식함에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후자라면 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 다 같은 수도권이 아니라는 현실을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위계화의 법칙이 엄혹한 현실에서 지역의 학생들에게 정주하며 꿈을 펼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뭐 하나 선뜻 답하기 어렵다. 다만, 몇 가지 사실은 좀 더 명확해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꽤 오랫동안 반등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 사회에 잠재된 혐오의 감정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만약 내가 김포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여당 대표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것 역시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