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형 철

아현시장에 오면 즐겁다

가게와 가게 사이 둘러처진 비닐에

이따금 머리카락이 스치는 기분도 기분이지만

싸구려로 쌓아놓은 스타킹 내복 양말

어물전 앞에서 세상을 향해 배꼽 내놓은

고등어 꽁치 생태

그 옆의 도미 조기 맛 농어 임연수어

계통없는 집합이 즐겁고

평생 고추 빻는 일만 할 것 같은 방앗간

기계 사이 낀 고춧가루 털어내는

막대기 소리도 즐겁다

시인은 서울의 작은 재래시장인 아현시장의 활기찬 풍경을 펼쳐보이고 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여느 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시인의 시선은 이러한 평범한 시장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물건과 일들에서 묻어나는 푸근한 인간미와 사람사는 세상의 넉넉함, 흥겨움에 가 닿아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