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정규 <br>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부부는 일심동체’가 맞는 말일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지만, 좀 더 다른 의미에서 보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부부는 일심동체’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쓸 때는 ‘부부는 한마음이고 한몸’이라는 뜻이다. 부부는 서로 잘 통하기 때문에 항상 서로 마음을 잘 알아서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상대가 몸이 편안한지 아픈지 등 서로 잘 이해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이심전심’이 되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그렇지 못하다고 너무 실망하거나 우리 부부관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괜히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 하지 마시고 ‘부부는 일심동체’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처럼 배우자를 잘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항상 배우자를 대한다면 이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부부관계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많은 경우에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이고 ‘동상이몽’인 것이 현실이다.

부부는 부모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 또한 다르다. 부부란 완전히 타인끼리 만나서 한 팀을 이룬 것이다. 서로 의견이나 생각이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오히려 ‘이심이체’인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부부가 정말로 ‘일심동체’가 되려면,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현실을 서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 부부관계에서의 불협화음은 배우자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생긴다. 각자가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배우자에게도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고 자기중심적 사고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오직 자기중심으로의 ‘일심동체’를 바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로 진료실에 상담하러 오는 부부들이 있다. 상담하러 온 부부들은 진료실에 들어와서도 부부싸움의 연장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로 당연한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다름’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또 “네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나?”, “너 만나 고생만 했다”는 등 대개 자신만 희생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참 많다. 그리고 부부 싸움의 원인을 너무나 쉽게 배우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배우자를 잘 못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배우자의 선택은 자신이 한 것이다. 부부 싸움이나 부부 갈등의 원인은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과 배우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자신의 공감능력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또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결코 같이 살 수 없다”고 서로를 향해 절규한다. 그런데 사랑은 능동적인 행위이다. ‘배우자가 나에게 얼마나 맞춰 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위해 얼마나 맞춰 주느냐’의 문제이다. ‘배우자가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배우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해주느냐’의 문제이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받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은 내가 배우자에게 주는 능동적인 것이다.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해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부부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대화이다.

그러나 부부간 마음이 소통되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부상담 후에 많은 부부들이 “집에서는 대화만 하면 싸움이 났었다. 오늘 의사 선생님 앞에서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는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고 고백하곤 한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원하는 기대치가 클수록, 특히 비합리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기대가 많을수록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된다. 아무리 부부라도,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고,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이해의 바탕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예를 들면 취미생활도 같이하려고 노력해보고, 만약에 그렇게 하는 것이 힘들다면 배우자가 자신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상담과정에서 서로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미처 배우자의 마음에 대해 깨닫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료실을 들어올 때는 이혼 직전의 상태이고 원수지간인데, 나갈 때는 잉꼬부부처럼 나간다.

통계청의 이혼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이혼 건수는 10만7천건, 혼인 건수는 21만4천건으로, 혼인 대비 이혼 비율은 50%이다. 결혼이 하나의 선택이듯이 이혼도 하나의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원에 가기 전에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서로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법원에 가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찾아왔다는 그 자체가 희망이다.

진정한 일심동체, 같은 생각 같은 몸을 가진 것처럼 이상적인 부부가 되고 싶으면 자기중심적 사랑에서 벗어나자. 배우자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 먼저 부부가 이심이체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정하고 수용하는 진정한 대화를 나누자. 다가오는 21일이 ‘부부의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