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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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명을 딴 이름을 더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캠퍼스에서 지역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

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

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

서울과기대는 원래 서울산업대였는데 교명을 서울과기대(Seoul National University of Science & Technology)로 바꾼 이후 국제무대에서 인지도가 상승하고 학교 위상이 올라갔다. SNU로 시작되는 영문명이 국제적 인지도를 높인 것이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

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

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기왕 교명 변경을 추진한다면 에리카 캠퍼스 이름을 벤치마킹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교명 변경이 최근 논란이 된 경주캠퍼스의 수도권 이전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캠퍼스 이전에 대한 지지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주 지역민들은 당연히 캠퍼스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경북, 경주의 토양으로 자라난 대학이 수도권으로 간다는 건 지역민 정서에 맞지 않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한국은 카이스트, 포스텍 같이 특성화 공대를 제외하고는 톱10 대학에 들어가는 지역대학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일본은 수도권이 아닌 대학들이 톱10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지역에 있으면서도 유명한 대학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교명 변경은 의미가 있게 느껴지면서도 캠퍼스 이전은 장단점을 잘 분석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