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hing will be Ok
Everything will be Ok
  • 등록일 2021.03.08 19:50
  • 게재일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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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된 치알 신의 생전 모습.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군부는 유혈진압에 나서 비무장한 민간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현재까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의 시위 행렬 속에는 19세 여성 치알 신(Kyal Sin)도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댄서로 활동하는 꿈 많고 씩씩한 소녀였다.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와 총탄이 빗발치는 사선에서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가 프린팅된 셔츠를 입고 왼손에는 코카콜라를 쥔 채 군부를 규탄했다. 그녀는 끝내 군부의 총격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피 묻은 셔츠에 적힌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 거야)’는 평화를 염원하는 저항의 문구가 되었고, Angel(에인절)이라는 영어 이름을 지닌 신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신은 자기 죽음을 미리 알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녀는 2월 28일 페이스북 계정에 혈액형과 비상 연락처를 남기며 자신이 사망할 경우 장기와 시신을 기증해달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8일 생애 첫 투표에 참여한 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나의 첫 투표.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내 나라를 위한 내 의무를 다하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월 11일에 작성된 게시물이다. 신은 ‘Justice for Myamar(미얀마의 정의를 위해)’, ‘Save Myanmar(미얀마를 구하소서)’, ‘Democracy(민주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길게 말하지 않을 거야! 아빠 고마워요. 이 한 마디만”이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 속 아버지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딸을 막는 대신 옳은 신념을 향해 나아가는 딸의 손목에 저항의 상징인 붉은 끈을 매어주었다. “다 잘 될 거란다 딸아”, “다 잘 될 거예요 아빠”

KTX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햄버거를 먹은 여성이 화제가 됐다.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승객의 항의에 “천하게 생긴 게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라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논란이 커지고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했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고는 왜 다짜고짜 아빠부터 내세운 걸까?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는 평소 딸에게 “다 잘 될 거야. 아빠가 다 해줄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몸은 컸어도 정신은 유아기에 머문 ‘어른이’가 된 것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 아들이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교실의 조교수가 되었습니다. (연구조교수가 아닌 조교수)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의학박사를 받았습니다. 1989년 9월생이므로 만31살에 조교수가 된 셈입니다. 이제 집안에서 정 교수라고 부르면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만화가 의사’로 알려진 아주대 해부학과 정민석 교수가 지난 1일 트위터에 올린 천박한 글이다. 이런 한심한 아버지가 있으니 ‘수저계급론’ 따위 정신병이 시대를 좀먹는다. 자식 자랑하려고 놀린 펜이 도끼가 돼 제 발을 찍었는데, 아버지의 논문 다수에 아들이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알려지며 ‘아빠 찬스’를 넘어 특혜를 의심받는 중이다. 꼴사나운 자식 자랑 글을 황급히 삭제했지만 논란은 또 다른 데서 터져 연재한 웹툰의 저급한 성희롱, 여성 비하 내용이 문제가 됐고, 성매매 계정 팔로우 의혹도 제기됐다. 지금 ‘정 교수’는 칩거한 채 ‘정 교수’에게 “다 잘 될 거다 아들아”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verything will be Ok’의 잘못된 사례들을 보면서, 자기 영달과 이익만을 위해 사는, 졸렬한 세습과 상속에 매달리는 이들을 생각한다.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고슴도치 부모들에게서, 또 부모 찬스에 기대는 의존성 인격장애자들에게서 빼앗고 싶다. 삶 앞에 부끄러운 부모 자식들이여,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치알 신의 피 묻은 셔츠를 보라.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 하늘로 올라간 천사 치알 신과 미얀마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Everything will be Ok.” 다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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